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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수의 보험 인사이트]수요를 무시하는 보험 산업

  • 2021.11.30(화) 09:30

공급을 아무리 많이 해도 수요가 없으면 시장은 돌아가지 못한다. 모든 산업에서 소비자를 연구하고 집중하는 이유다. 특히 산업 내외적 경쟁이 치열하기 때문에 고객 한 명의 가치를 소중하게 생각하며, 그들과 한 번 맺은 관계를 지속하기 위해 노력한다. 경쟁은 결국 공급자의 질적 향상을 도모하고 그 혜택은 수요자에게 돌아간다.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도 수요에 대한 관심을 집중해야 하며, 그들의 선택을 받지 못한 모든 것은 시장에서 퇴출된다.

그런데 경쟁이 없는 시장이 있다. 바로 독점시장이다. 특정 재화나 서비스를 제공하는 공급자가 제한되기에 가격 등을 통제할 수 있는 시장이다. 보험 모집 시장은 과거 독점적 형태로 발전했다. 물론 크게는 생명보험사와 손해보험사가 존재했고 그 아래 수 많은 보험사가 경쟁을 하는 형태로 보여졌다. 하지만 소비자가 보험 상품을 구매할 수 있는 수단적 차원에서 살펴보면 대면 채널 중에서도 전속 설계사를 통한 방법이 유일했다. 과거 누구든 예외 없이 보험 상품을 가입하기 위해서는 특정 보험사의 상품만을 취급하는 전속 설계사를 만나야 했다.

최근에야 보험대리점이나 비대면 채널 등 유통망의 다각화가 진행되었지만 아직도 독점적 공급망을 유지하던 시기 습관에서 벗어나지 못한다. 수요층인 고객을 무시하는 관행 중 큰 문제 두 가지를 살펴보면 먼저 고객관리 부실이다. 모집 시장 자체가 포화되었기에 고객 한 명의 가치는 지속적으로 높아지고 있다. 하지만 보험 소비자가 가지는 불만 중 가장 큰 것은 '계약 체결 후 설계사가 찾아오지 않는다'는 점이다. 아직까지 비대면 채널의 영향력이 미비한 상황에서 설계사를 통한 상품 가입이 주를 이룬다. 하지만 고객을 방치하는 잘못된 습관이 지속된다면 대면채널의 영향력은 점차 줄어들 수밖에 없다.

또 다른 문제는 소비자가 보험 상품을 이해할 수 있게 만들고 그들의 공감을 이끄는데 소홀하다는 점이다. 보험 상품은 전속 설계사를 통해 독점적으로 공급되었기에 '나한테 가입하지 않으면 이 상품은 구매하지 못한다'란 생각이 강했다. 따라서 소비자를 이해시키기보단 '보험 상품은 원래 어렵고 설계사란 전문가를 믿고 가입하면 된다'란 식의 상품 설명과 체결이 주를 이뤘다. 이 결과 오랜 시간 보험 민원은 전체 금융민원 중 과반이 넘는 상황이 지속되었고 그 중 대부분은 상품설명 부실과 관련된다.

특히 마케팅 측면에서도 공포심을 유발하는 자극적인 화법과 판매 스킬이 난무하고 있다. '암에 걸리면, 표적항암제가 없으면, 죽으면'이란 표현에서 살펴볼 수 있듯 소비자의 공감을 이끌기 보단 미가입의 불안감을 조장하는 방식이 대다수다. 물론 상품 개발 단계에서 시장 및 소비자 조사를 하여 새로운 담보나 상품이 출시되었겠지만 유통 단계에서 수요층에 대한 이해가 변질되고 공급자의 판매에만 집중되어 상품을 밀어내기에 급급하다.

이런 잘못된 관행은 모집 시장의 독점적 형태에 기인하고 보험 상품의 구조상 비의무보험의 자발적 수요가 제한적이기 때문에 '어쩔 수 없었다'란 표현으로 일정부분 용인되어 왔다. 하지만 기술발전과 소비자의 욕구가 다양해지면 이를 충족하기 위한 다양한 모집 방식이 등장하면 보험 산업도 더 치열한 경쟁에 돌입할 것이다. 이 때 생존하는 쪽은 소비자를 이해하고 그들의 공감을 이끌며 한 번 맺은 관계를 지속적으로 관리하며 유지하는 쪽이 될 것이다.

생각보다 소비자는 보험에 대한 관심이 높다. 생활 밀착형 금융이기 때문이다. 대다수의 보통 사람들은 가장의 조기 사망이나 암과 같은 중대 질병에서 경제적 손실을 보험으로 해결하고자 하는 합리적인 소비자다. '금융소비자보험에 관한 법률'로 인해 제한되기는 했지만 보험 방송을 통해 수많은 상담고객 정보가 유입되는 것을 볼 때 좋은 보험을 제대로 된 방법으로 소비하고 싶은 욕망은 분명 존재한다. 결국 이 욕망을 만족시키는 쪽이 소비자의 선택을 받는 것이고 생존을 도모할 수 있다. 독점적 시장에서 습관화된 잘못된 관행에서 벗어나 소비자에게 집중할 때 전통적 채널과 향후 새롭게 등장할 다양한 모집 방식의 성패가 좌우될 것이다.

<김진수 인스토리얼 대표 겸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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