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태승 우리금융지주 회장이 자사주 매입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지난해 12월에 이어 3개월 만에 5000주를 추가로 매입했다. 이번 자사주 매입은 부진한 주가를 부양하기 위한 것이라는 설명이다.
우리금융을 비롯해 국내 금융지주들은 지난해 역대 최고 실적을 달성한 것과 동시에 주주배당을 강화하며 주주 모시기에 나섰다. 하지만 주가는 정반대 모습이다. 이런 이유로 다른 금융지주 회장들도 자사주 매입 등의 행보에 동참할지 관심이 쏠린다.
자사주 매입 적극 나서는 손태승 회장
금융권에 따르면 손태승 회장은 최근 들어 금융지주 회장 가운데 가장 적극적으로 자사주 매입에 나서고 있다. 지난해 8월 5000주를 매입했고, 9월에도 추가로 5000주를 사들였다.
작년 말에도 5000주, 지난 4일에도 5000주를 추가로 매입하며 약 반년동안 2만주의 자사주를 매입했다. 자사주를 매입하는데 들인 금액은 2억3900만원이 넘는다.
우리금융의 경우 작년 하반기부터 완전 민영화를 위한 지분매각 절차를 진행했다. 이 과정에서 기업가치 제고를 위해 손태승 회장이 자사주 매입으로 시장에 신호를 보내왔다. 이는 상대적으로 다른 금융지주 회장들보다 손태승 회장의 자사주 매입이 많았던 이유다.
지난해 이뤄진 자사주 매입이 완전 민영화를 통한 기업가치 제고에 대한 의지 표현이었다면 최근 자사주 매입은 부진한 주가 흐름과 맞닿아 있다. 실제 우리금융은 손 회장의 이번 자사주 매입에 대해 최근 지정학적 리스크 등 대외 요인으로 주가 조정을 받고 있는데 따른 것이라고 설명했다.
우리금융 관계자는 "손태승 회장은 그동안 일시적 주가 조정 요인이 발생할 때마다 자사주 매입에 나서 기업가치 제고 의지를 밝혀왔다"며 "이번 자사주 매입은 이원덕 우리은행장 내정자를 포함해 그룹 임원진들도 동참했다"고 말했다.
처지 같은 금융지주들, 자사주 매입 동참할까
이같은 상황은 우리금융뿐 아니라 다른 국내 금융지주사들도 다르지 않다.
KB금융과 신한금융, 하나금융과 우리금융 모두 지난해 역대 최고 실적을 기록했고, 올해도 못지않은 성장세가 예상됐다. 기준금리 인상기조를 바탕으로 이자수익의 안정적인 증가세가 예상되고, 비은행부문을 중심으로 사업 포트폴리오도 다양하게 구성하고 있는 까닭이다.
여기에 배당성향도 코로나19 이전 수준으로 회귀하는 것은 물론 자사주 매입과 소각 등 주가 부양을 위한 주주친화정책에도 적극 나서고 있다.
하지만 시장 평가는 냉혹하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전쟁으로 금융시장 불확실성이 확대되면서 금융사들의 주가가 큰 폭으로 하락하고 있다. ▷관련기사: '금리인상 수혜라더니…' 금융주, 맥 못추는 이유(3월4일)
손태승 회장 외에 다른 금융지주 회장들도 자사주 매입에 나설지 관심이 쏠리는 이유다.
현재 금융지주 회장 중에선 김정태 하나금융회장이 가장 많은 자사주(보유주식 평가금액 기준)를 보유하고 있다. 다만 김정태 회장은 곧 임기가 만료되고 차기 회장 내정자인 함영주 부회장에게 자리를 넘길 예정이다. 함영주 부회장은 자사주 1만132주를 보유하고 있다.
금융주 가운데 주가 낙폭이 가장 큰 KB금융 윤종규 회장은 2만1000주, 지난 2월 자사주를 매입한 바 있는 조용병 신한금융 회장은 1만4780주를 보유하고 있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최근 주가흐름은 각 금융사들의 개별 이슈라기보다는 지정학 리스크로 인해 하락세가 지속되고 있는 상황"이라며 "CEO들의 자사주 매입은 주가 흐름을 반전시키기 위한 것인데 현재는 대세적인 하락세라 매입 효과가 크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