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인상하자 대통령직 인수위원회 발등에도 불이 떨어졌다. 물가 안정을 위한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지만 동시에 대출 차주들의 이자 부담이 급증할 수 있는 까닭이다.
인수위는 금리인상후 당초 예정됐던 한국은행과 물가 안정 등을 논의하기 위한 비공개 간담회를 진행할 예정이다. 이와 함께 예정에 없었던 금융당국과의 간담회를 통해 서민 취약계층의 금융 부담을 줄이기 위한 방안을 논의한다.
물가 잡으려니 대출 차주 위협
15일 인수위에 따르면 경제1분과 최상목 간사를 비롯한 인수위원들은 금융위원회, 금융감독원과 긴급 간담회를 진행했다. 이는 이날 오전 윤석열 대통령 당선자 주재로 진행된 인수위 간사단 회의에서 윤 당선자 지시에 따른 것이라는 게 인수위 설명이다.
윤석열 당선자는 "물가 안정을 포함한 경제 체질 개선을 위한 방안을 마련해 달라"며 "금리 인상에 따른 취약계층을 최소화하는 등 민생을 우선으로 하는 마음가짐을 가져달라"고 당부했다.
이처럼 인수위와 금융당국간 긴급 만남이 이뤄진 것은 전날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인상했기 때문이다. 한은 총재 공석과 이미 선제적으로 금리를 인상해온 터라 당초 동결 가능성이 점쳐졌지만 3월 소비자물가가 10년 만에 최고치(4.1%)를 기록하는 등 물가불안이 심화되면서 전격적인 인상이 이뤄졌다.
물가 상승에 제동을 걸기 위한 결정이었지만 금리인상은 동시에 대출 차주들의 이자 부담을 높이는 요인이다. 특히 금리가 높아질 경우 대출 원금과 이자를 갚기 힘든 취약 차주가 빠르게 늘어날 수 있다.
현재 가계부채가 1860조원이 넘는 역대 최고 수준인 만큼 이는 국내 경제를 위협하는 가장 큰 요인이다. ▷관련기사: 고물가 행진, 금리 끌어올렸다…그럼 가계빚은?(4월14일)
원일희 인수위 수석부대변인은 "한은과의 비공개 간담회는 당초 예정됐던 일정인 것과 달리 금융위, 금감원과의 간담회는 금리 상승기조로 서민 부담이 커질 수 있다는 우려에 따른 것"이라며 "금리 상승에 따른 시중 금리 동향을 점검하고 서민과 소상공인 등 취약계층 부담을 경감하는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고 말했다.
정책 이행‧금융지원 종료 등 '난제'
금리가 오르면서 인수위 경제정책 방향 수정도 불가피해졌다. 윤 당선자 공약인 주택담보대출 규제 완화(LTV 70%) 등이 대표적이다.
서민 주거사다리를 위해 규제지역 여부에 상관없이 LTV를 완화하는 것을 넘어 정책 실효성을 높이기 위한 DSR(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까지 손봐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왔다. 반면 가계부채가 급증한 상황에서 이같은 정책은 가계부채를 더 늘릴 수 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부동산시장 정상화 정책 역시 주담대를 활용한 내 집 마련 기회를 늘린다는데 초점을 맞추고 있어 가계부채 증가 요인이다.
오는 9월로 연기된 코로나19 금융지원(대출 만기연장‧이자상환 유예 등) 종료도 감안해야 하는 상황이다. 고승범 금융위원장은 취임 후부터 지속적으로 금융지원 종료 필요성을 강조하며 3월 종료를 못 박았다. 금융지원이 근원적 해결방안이 아닌데다 시간이 지날수록 이들이 상환해야 할 빚이 더욱 늘어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대선 이후 윤석열 당선자가 코로나 금융지원 연장 필요성을 언급하는 등 인수위 요청으로 종료 시점을 9월로 한 차례 더 연장했다. 9월부터는 소상공인과 자영업자들의 이자상환 등이 시작된다.
특히 이번 금리 인상에도 물가 상승 압력이 계속돼 인상 기조는 당분간 유지될 전망이다. 시장에선 현재 1.5%로 오른 기준금리가 연내 2%까지 인상될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한다.
이렇게 되면 자영업자와 소상공인들은 코로나 팬데믹으로 대출을 받은 시점보다 기준금리가 1%포인트 가량 오르게 된다. 지난 1월말 기준 금융지원 조치로 진행된 대출 잔액은 133조4000억원 수준이다. 금융지원이 종료되면 대출 차주들의 급증한 이자부담이 현실화될 수밖에 없다.
인수위 관계자는 "금리 인상에 따른 취약차주 증가 가능성과 이들을 위한 대응 방안, 코로나 금융지원 종료 등 모든 사안을 고려한 논의가 이뤄질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