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협금융지주가 우울한 1분기 성적표를 받았다. 5대 금융지주 중 KB·신한·하나·우리 등 4곳이 모두 분기 기준 역대 최대 순이익을 경신하는 데 성공했지만, 농협금융지주는 오히려 순익이 줄었다.
NH투자증권의 순익 감소가 뼈아팠다. 올해 1분기 순익이 지난해 같은 기간의 반토막이 났다. 그나마 업황이 좋은 NH농협은행이 실적을 끌어올리기는 했지만 다른 경쟁 은행들에 비해서는 순익 성장세가 강하지 못했던 점도 아쉬웠다.
'금리상승' 효과, 플러스보다 마이너스
농협금융지주는 올해 1분기 5963억원의 순익을 올렸다고 밝혔다. 지난해 1분기 6044억원에 비해 1.3% 줄었다. 가장 큰 이유는 유가증권 시장이 지난해 1분기와 정반대의 분위기를 연출했기 때문이다. 지난해 1분기에는 증권시장 호조 등으로 인해 관련 부분에서 비이자이익이 크게 늘어났는데 올해는 정반대의 상황이 펼쳐진 것이다.
올해 1분기 농협금융지주의 비이자이익은 3139억원으로 지난해 1분기 5949억원과 비교해 47.2%나 줄었다. 증권시장의 분위기가 가라앉은 영향에 NH투자증권에서 발생한 수수료 이익이 지난해 1분기 3480억원에서 올해 1분기에는 2375억원으로 1105억원 줄어든 영향이 컸다.
유가증권시장의 불안에 달러/원 환율의 상승도 겹치면서 운용수익까지 크게 줄어들었다. 올해 1분기 농협금융지주의 유가증권·외환파생 관련 이익은 1853억원으로 지난해 1분기 4021억원과 비교해 2168억원이나 빠졌다.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상으로 시장금리가 상승한 효과도 톡톡히 누리지 못했다. 올해 1분기 농협금융지주의 이자이익은 2조1949억원으로 지난해 1분기 2조643억원에 비해 1306억원(6.3%) 늘어나는 데 그쳤다. 다른 금융지주들의 이자이익 증가세가 15%이상이라는 점과 비교하면 금리상승기를 적절하게 활용하지 못한 셈이다.
당장 순이자마진(NIM)이 크게 상승하지 않은 것이 이를 방증한다. 올해 1분기 농협은행(카드합산)의 순이자마진은 1.65%로 지난해 1분기 1.63%에 비해 0.02%포인트 상승하는 데 그쳤다. 다른 금융지주들의 NIM이 0.1%포인트 안팍 오른 것을 고려하면 가장 낮은 상승세다.
은행도 쳐졌지만 증권은 '와르르'
핵심 계열사인 NH농협은행은 순익을 늘리긴 했다. NH농협은행의 올해 1분기 순익은 4463억원으로 지난해 1분기 4097억원과 비교해 8.9% 늘었다. 이 은행은 지난해 1분기보다 대출자산을 13조4587억원 더 끌어들이는 데 성공했다. 반면 저원가성예금(이자비용이 많이 나가지 않는 수신상품) 유치에는 만족할 만한 성과를 내지 못하면서 금리인상의 수혜를 온전히 받지 못했다.
이와 관련 이 은행의 저원가성예금으로 분류되는 수시입출금식 예금은 지난해 1분기에 비해 3.8% 늘어났지만 이에 비해 이자비용이 많이 나가는 저축성 예금상품은 7.4% 증가한 것으로 조사됐다.
여기에 NH투자증권의 순익이 반토막 이하로 쪼그라든 것이 뼈아팠다. 올해 1분기 NH투자증권의 순익은 1024억원으로 지난해 1분기 2575억원과 비교해 60% 줄었다. 이 영향에 농협금융지주의 비은행 계열사 순익 기여도는 지난해 1분기 34.5%에서 올해 1분기에는 27.3%로 악화했다.
NH투자증권 측은 러시아 우크라이나 간 전쟁 등 지정학적 이슈와 같은 투자환경 악화로 영업이익이 크게 줄어든 것이 원인이 됐다고 설명했다.
그나마 보험업권 업황 악화에도 생보사와 손보사의 순익이 증가한 점은 위안거리다. 올해 1분기 NH생명보험의 순익은 430억원으로 지난해 1분기 425억원에 비해 1.1% 늘었다. 같은 기간 NH손해보험의 순익은 343억원으로 지난해 1분기 278억원 대비 23% 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