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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규제완화 vs 관치부활…모순 빠진 금융당국

  • 2022.06.27(월) 17:12

윤 정부, 규제 대못 뽑아 금융산업 육성한다더니…
금리 오르자 '이자장사' 비판…금융권은 갈팡질팡

금융당국 수장의 말 한마디에 금융권이 오락가락하고 있다. 금융산업을 육성하겠다는 청사진을 제시해 '당근을 던져주나' 싶더니, 최근 들어선 "은행들의 과도한 이익 추구에 대한 비판이 커지고 있다"며 '채찍'을 예고했기 때문이다.

윤석열 정부는 자유로운 시장경제를 강조하며 출범했다. '민간이 끌고 정부가 미는 역동적 경제'를 주요 국정목표로 삼을 만큼 경제 활력을 저해하는 규제 대못을 뽑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대표적 규제 산업인 금융권은 새 정부에 거는 기대가 컸다. 네이버 카카오 같은 빅테크와 토스 등 핀테크 기업들은 금융 시장에 매우 빠르게 발을 들였다. 이들은 금융 규제에서 벗어나 있어 신사업 확장에도 상대적으로 수월했다. 반면 기존 금융사들은 규제 허들을 넘을 수 없어 발만 구르고 있었기 때문이다.

윤석열 정부는 금융분야 데이터 수집‧활용 인프라와 금융보안 규제 개선, 금융-비금융 간 융합 활성화를 위한 제도적 기반 강화와 금융회사 업무범위 규제 개선 등을 공약에 담았다. 디지털 환경 변화에 맞춰 기존 금융권도 규제 부담을 덜어주겠다는 의미였다.

특히 김주현 금융위원장 내정자는 임명 전부터 기자간담회를 통해 "과거의 금산분리가 현 상황에 맞는지, 개선할 필요가 없는지 검토할 시점"이라고 강조하며 금산분리 완화까지 거론했다. 그런 만큼 김주현 내정자가 금융위원장으로 취임하면 금융사에 대한 규제 완화가 본격화될 수 있을 것이란 기대가 컸다.

대출규제 문턱을 낮춘 것도 비슷한 맥락에서였다. 지난 문재인 정부는 치솟는 집값 안정 수단 중 하나인 대출규제를 점점 강화했고, 작년 하반기부터는 가계부채 총량 관리를 위해 대출 문턱을 더 높였다.

윤석열 정부는 이를 정상화한다는 명목 아래 생애최초 주택매입 등에 대해선 LTV(주택담보인정비율)를 80%로 낮추고, 신용대출 한도도 연소득 범위 내 제한을 폐지하기로 했다. 은행을 비롯한 금융권이 대출 자산을 다시 늘려나갈 수 있도록 규제를 풀어준 것이었다.

하지만 예상치 못한 물가 고공행진으로 기준금리 인상이 당초 계획보다 빨라지면서 새 정부의 규제 완화 스텝이 엉키고 있다. 기준금리가 1년도 채 되지 않아 1.25%포인트 오르자 은행 대출 금리도 두 배 이상 뛰면서 금융 소비자들의 이자 부담이 급증한 것이 배경이다. 

규제 완화로 표를 모았던 새 정부의 금융당국은 오히려 은행들에게 예대금리차 축소를 요구하고 있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은행의 과도한 이익 추구에 대한 비판이 커지고 있다"와 "은행의 공공적 기능은 분명히 존재한다"고 언급한 게 대표적이다. ▷관련기사: 정부 경고에 돈 벌수록 눈치보는 은행, '좌불안석'(6월23일)

"은행들에게 금리를 몇%로 정하라"고 지시한 게 아니어서 시장에 직접 개입하지 않았다는 게 금감원 입장이다. 하지만 대통령을 비롯한 금감원장의 연이은 발언은 사실상 금리를 조정하라고 직접 나선 것과 다르지 않다는 평가가 나온다. 윤 정부 초기부터 '관치 금융' 우려가 커지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은행 등 금융사들 사이에선 '뒤통수를 맞은 격'이란 볼멘소리가 나온다. 규제 완화를 통한 신사업 확장 기대감에 부풀어 있다가 돌연 모두가 어려운 시기 나 홀로 돈벌이에 집중하는 세력으로 낙인찍혀서다.

은행들은 '울며 겨자 먹기'로 대출 금리를 인하하고 있지만 정부가 원하는 수준으로 낮추기엔 한계가 있다. 기준금리 상승으로 자금조달 비용도 늘어나고 있고, 무작정 대출금리만 낮추면 은행들이 리스크를 대비해 필요한 충당금을 쌓을 여력이 줄어든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정부 말 한마디에 금리를 인하한다면 그동안 왜 선제적으로 하지 않았냐는 비판에 직면하게 된다"며 "금리는 은행들의 경영 목표와 자금조달 비용 등 복합적 요인을 고려해 결정하는데, 지금처럼 정부 경고가 반복되면 이에 맞춰 금리를 낮추지 않을 수 없어 곤혹스러운 상황"이라고 토로했다.

전 세계적인 고물가 현상에 대응하기 위한 기준금리 인상, 이에 따른 서민경제 위축을 온전히 은행의 금리 인하로만 막을 순 없다. 오히려 이복현 원장이 언급한 '경제의 방파제' 역할을 금융이 제대로 하지 못하면 우리 경제에 더 큰 위기가 닥친다. 김주현 금융위원장 내정자가 그렸던 글로벌 기업으로 도약한 금융사는 한낱 허상으로 그칠 수 있다.

당근과 채찍도 시기가 적절히 맞아야 말을 달리게 할 수 있다. 당근 그림만 보여주며 채찍을 내리치면 금융 산업이라는 '경제 대마'는 어디로 뛰어야 할지 갈피를 잡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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