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주택공급을 확대하기로 했다. 최근 하향 안정화 추세인 집값을 자극하지 않기 위해 구체적인 규제 완화 방안은 발표 시점을 미뤘지만 '민간주도'라는 점은 명확히 했다.
민간 개발로 주택을 공급해야 하는 만큼 금융권 역할은 이전보다 확대될 전망이다. 특히 개발을 위한 규제완화 기대감이 확산되면 감소세를 보이던 가계대출 수요가 다시 늘어날 수 있어 금융권이 예의주시하고 있다.
주택시장 위축에 가계대출 안정됐지만…
올들어 가파른 기준금리 인상과 누적된 집값 상승에 대한 피로감 등의 여파로 주택 매매시장 급격히 위축됐다. 이로 인해 작년 말까지 빠르게 증가하던 가계대출 규모가 줄어들고 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7월말 기준 은행 가계대출 잔액은 1060조4778억원으로 지난해 말(1060조6791억원)대비 2013억원 감소했다. 4월 이후 3개월 연속 가계대출이 증가세를 보이다가 7월 들어 다시 하락 전환한 상태다.
이같은 상황에서 정부는 지난 16일 270만가구 주택 공급 확대 계획을 발표했다. 당초 계획보다 20만 가구 증가한 것으로 민간주도 개발을 통해 공급량을 늘리겠다는 계획이다.
윤석열 정부 첫 부동산 공급대책이었던 만큼 전 정부와 달리 민간 개발을 통해 주택을 공급하겠다는 게 핵심이다. 정부는 재건축‧재개발 규제 완화를 통해 사업을 활성화하고, 민간 도심복합사업을 신규 도입한다는 방침이다. ▷관련기사: 민간 주도 '270만 가구' 외쳤지만…물음표 남겼다(8월16일)
다만 구체적인 규제 완화 방안과 개발계획 등 밑그림은 빠졌다. 최근 안정되던 집값을 다시 불안하게 만들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이런 이유로 부동산 시장에선 당장 매수 심리에 미치는 영향은 크지 않다는 분석이다. 금융시장 여파도 제한적인 상황이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주택공급 대책은 발표 후 3년 이상의 시차가 발생하는 만큼 당장 대출 수요에 직접적인 영향을 주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민간주도' 개발이 변수
구체적 밑그림은 없었지만 민간주도 개발이라는 큰 그림을 제시하면서 방향 전환을 명확히 했다.
재건축‧재개발을 비롯해 민간 도심복합개발사업 등 정부 구상이 이뤄지려면 금융 역할이 공공주도개발보다 커진다. 프로젝트 파이낸싱(PF) 등 민간 금융을 통한 자금 조달이 이뤄져야 하는 까닭이다.
최근 부동산PF 시장은 가파른 시장 금리 상승과 부동산 시장 위축으로 리스크가 확대된 상태다.▷관련기사: '알짜였는데'...부동산PF 경고에 떠는 중형 증권사(8월1일) 이로 인해 금융권의 부동산PF 수요도 줄었다.
관건은 정부 계획대로 민간 개발이 본격화될지 여부다. 구체적인 규제 완화 방안과 개발계획이 발표된 이후 개발 사업이 속도를 내기 시작하면 민간 금융지원이 활성화될 수 있어서다.
이와 함께 공급된 주택이 실수요자들의 내 집 마련으로 이어지는 과정에서도 대출 수요가 늘어나게 된다. 금융권이 8.16대책을 지속적으로 주목해야 하는 이유다.
고종완 한국자산관리연구원장은 "이번 대책은 민간주도 복합개발이라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며 "민간 개발에는 부동산PF 등 금융의 역할과 사업에서의 비중이 커지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은행 관계자는 "민간 개발이 활성화되고 부동산 시장 리스크도 축소되면 은행들도 부동산PF 사업을 들여다보기 시작할 것"이라며 "주택공급 활성화로 사고 싶은 집이 늘어나면 대출 수요도 늘어나는 만큼 당장은 아니더라도 지속적으로 정책 진행 상황을 살펴볼 필요는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