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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사이드 스토리]레고랜드가 쏘아 올린 부동산 보릿고개?

  • 2022.10.23(일) 06:50

금리인상·미분양에 '레고랜드 사태'까지
부동산PF 부실화 우려에 건설사 위기론
중소건설 휘청…윤정부 주택공급도 차질

'강원도 레고랜드'가 쏘아올린 공이 금융 시장을 뒤흔들고 있는 가운데, 그 여파가 건설사와 주택 공급에까지 미칠 것으로 예상돼 우려가 커지고 있습니다. 

가뜩이나 금리 인상, 부동산 경기 침체 등으로 주택 사업 추진에 부담을 느끼던 건설사들이 '레고랜드 사태'로 인해 부동산 PF(프로젝트파이낸싱) 대출을 받기 더 어려워지면서 자금 조달에 문제가 생길 수 있고요.

이에 따라 주택개발 사업의 핵심인 PF 시장이 얼어붙으면 사업들이 좌초하면서 연간 50만 가구씩 계획한 새 정부의 주택 공급 계획에도 차질이 생길 것이란 전망이 나오는데요. 이제 부동산 시장에 본격적인 '보릿 고개'가 오는 걸까요? 

이 모든게 레고랜드 때문이라고?

최근 회사채 금리가 치솟으며 시장이 눈에 띄게 냉각되고 있습니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지난 19일 기준 신용 스프레드(3년물 AA-등급 기준)는 125bp(1bp=0.01%포인트)로 벌어져, 2009년 8월13일(129bp) 이후 13년2개월만에 최고 수준을 기록했는데요.

신용 스프레드는 회사채와 국고채 간 금리 차이로 수치가 커질수록 회사채 투자 위험이 높다는 걸 뜻합니다. 

기업들의 단기자금 조달 수단인 CP금리(A1등급, 91일물 기준)도 4.07%까지 올라 2009년 1월28일(4.09%) 이후 13년 만에 다시 4%를 넘어섰고요. 

이처럼 회사채 급리가 급등한 데는 주요국의 긴축 가속화와 국내 기준금리 인상이 주된 영향을 미쳤는데요. 진짜 '트리거'는 따로 있다는 분석이 나옵니다. 

강원도 '레고랜드 사태'를 말하는건데요. 올해 5월5일 개장한 바로 이 테마파크가 부동산 PF 시장을 꽁꽁 얼렸다는 겁니다.

그 배경을 살펴보면요. 강원도는 관광산업 육성을 위해 춘천에 레고랜드를 조성하기로 하고 강원중도개발공사(GJC)에 건설 시행을 맡겼는데요. 

이 사업이 '부동산 개발'인 만큼 대규모 자금 조달이 필요했습니다. 이런 경우 주로 증권사나 제2금융권을 이용한 부동산프로젝트파이낸싱(PF)을 이용하는데요. 

PF 대출은 사업주의 신용이나 물적 담보가 아닌 프로젝트 미래 가치를 보고 돈을 빌려주는 상품입니다. 가령 미래에 완성될 건물이 A아파트라면 A아파트 분양 시 생겨나는 현금 흐름을 고려해 대출을 실행하는거죠. 

강원중도개발공사는 사업 자금을 조달하기 위해 특수목적법인(SPC·아이원제일차)을 설립하고 2050억원 규모의 자산담보기업어음(ABCP)를 발행했습니다. 신용등급 최상위(A1등급)인 강원도 지자체가 이 어음을 보증(지급보증)해줬고요. 

여기까지는 순탄해보이는데요. 강원도가 지난달 어음 만기일에 강원중도개발공사를 '기업 회생' 신청하면서 상황이 악화일로로 빠졌습니다. 

아이원제일차의 신용 등급은 한순간에 'C등급'으로 떨어졌고 2050억원의 ABCP는 지난 6일 최종 부도 처리됐는데요. 지자체가 보증한 어음까지 부도가 나자 너도나도 채권을 던지면서 금리가 급격히 오르게 된거죠. 

자금 안돌면 결국 주택공급도 어려워져

시장이 빠르게 냉각하자 강원도는 뒤늦게 수습하고 나섰습니다.

11월중 강원도 도회의 의결을 통해 부채 2050억원 전액을 예산 편성해 내년 1월까지 레고랜드 채무를 전액 상환하겠다는 계획인데요. 강원중도개발공사가 매각되면 해당 매각자금으로 부채를 상환할 수도 있고요.

하지만 신용평가업계에 따르면 연말까지 만기가 돌아오는 ABCP 및 ABSTB(PF-자산유동화전자단기사채)의 규모가 약 34조원에 달해 '물량 폭탄'이 예상되고요. 금리 상승과 함께 자금조달 시장이 마비 상태라 현실적으로 불가능할 거란 전망이 나오는데요. 

지자체 지급보증채권에 대한 불신이 확산된 것도 문제입니다. 최고 신용등급인 지자체 보증 채권도 디폴트 되자 금리를 아무리 높여도 채권을 사려고 하지 않는 분위기인데요. 

지난해까지 경쟁적으로 PF 대출을 내주던 금융권도 최근 부실화 우려가 커지자 급격히 돈줄을 죄고 있는데요. 이에 부동산 PF 불황이 점점 심화할 것이란 관측이 나옵니다.

이렇게 되면 건설·부동산 업계에선 중소건설사들이 먼저 타격을 받는데요. 충남 지역 6위 종합건설업체인 우석건설은 지난달 말 납부기한인 어음을 결제하지 못해 1차 부도가 난 데 이어 이달 말 유예기간까지도 상환이 불가능한 상태로 알려졌습니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중소건설사는 대기업 브랜드에 비해 불리한 여건인데 여기에 시행까지 하다가 경기 불황, 지방수요예측실패 등이 발생하면 회사에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며 "건설사들은 불확실성이 커진 상황에 신규 사업을 할 때 더 꼼꼼히 사업성을 판단해 선별 수주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더 나아가서는 부동산 시장 전반으로까지 여파가 미칠 것이란 우려도 나옵니다.

부동산 PF는 주택개발 사업의 핵심인 만큼 주택 공급을 위한 중요 요소인데요. PF 금리가 대폭 상승하고 자금 융통이 막히면 공급 축소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는 거죠. 

상대적으로 유동성 확보가 가능한 대형건설사들도 수익이 보장되는 입지를 제외하고는 사업을 철회할 수도 있고요. 이렇게 되면 윤석열 정부가 제시한 5년간 270만 가구, 연간 50만 가구 주택공급 계획에도 차질이 생길듯 한데요. 

이미 '레고랜드발' 단기 자금 경색으로 국내 최대 재건축 사업장인 서울 둔촌주공의 프로젝트파이낸싱(PF)도 차환 발행에 끝내 실패했고요.

윤수민 NH농협은행 부동산전문위원은 "레고랜드 사태로 인해 높은 금리에도 채권을 받아주는 이가 없고 다른 채권까지 영향을 받게된 것"이라며 "부동산 PF가 막히면 사업 진행이 어려워질 수 있고 안 그래도 부족한 주택 공급이 더 부족해질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이어 "토지가 확보돼 있는 재건축은 상대적으로 낫지만 택지 개발 등 개발사업은 인허가부터 사업 진행하는 동안의 자금을 PF로 활용하기 때문에 사업이 힘들어질 것"이라며 "통상 토지 매수 후 인허가 받기까지 1년, 인허가 후 PF 기간이 2년 정도라 지금으로부터 3년 이후 공급이 막힐 수 있다"고 우려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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