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케미칼의 재무건전성에 균열을 낼 수 있는 '충격'이 동시다발적으로 발생하고 있다. △사상 최대 적자가 예상되는 3분기 실적 △위기때 진행되는 2조7000억원 규모의 공격적인 인수합병(M&A) △예상치 못했던 롯데건설 지원 부담 등이다.
롯데케미칼의 재무건전성은 탄탄한 것으로 평가받지만, 동시다발적인 리스크에 예상치 못한 결과가 나올 수 있는 만큼 긴장감이 감돌고 있다.
예기치 못한 롯데건설 지원
롯데케미칼의 롯데건설 지원은 예상치 못한 변수다. 재무구조 개선이 필요한 롯데건설은 지난 18일 주주를 대상으로 200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결정했다. 롯데케미칼의 보유중인 롯데건설 지분(43.79%)대로 증자대금(875억8000만원)을 분담할 것으로 추산된다.
지원은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지난 20일 롯데케미칼 이사회는 롯데건설에 5000억원을 빌려주기로 결정했다. 이자율은 6.39%, 만기는 내년 1월18일까지다. 롯데케미칼이 롯데건설 증자와 대여를 통해 총 5875억원을 지원한 것이다.
롯데케미칼이 롯데건설 지원 방식으로 증자와 함께 자금 대여를 진행하는 것은 자금 회수가 수월하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증자를 통한 자본 투자는 빠른 기간 내 투자금 회수가 어렵다는 부담이 있다. 반면 자금 대여는 만기에 회수할 수 있고, 이자도 받을 수 있다.
하지만 내년까지 롯데건설의 자금여력이 개선되지 않으면 롯데케미칼은 자칫 돈을 떼일 수도 있다. 이 경우 출자전환을 통해 대여금은 자본금으로 전환될 가능성이 높다. 내년 1월 롯데건설이 대여금 전액을 갚을지가 중요한 이유다.
일진머티리얼즈 인수에 순차입금 3배
동시다발적 리스크 라고 분석하는 이유는 롯데케미칼의 공격적 투자도 한 몫 하고 있다.
롯데케미칼은 지난 11일 일진머티리얼즈 주식매매계약(SPA)을 맺었다고 공시했다. 배터리 소재 사업을 키우기 위한 M&A로, 인수금액은 2조7000억원에 달한다. 계약금 10%(2700억원)가 지급됐으며 잔금은 계약이 최종 완료되는 내년 2월 지급될 예정이다.
한국신용평가는 자본확충 없이 일진머티리얼즈 인수를 추진하면 롯데케미칼의 순차입금은 1조3893억원(지난 6월)에서 4조1946억원으로 3배 가까이 증가할 것으로 예상했다. 이 신평사는 "대규모 인수자금 지출로 인해 재무안정성이 상당 수준 저하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적자까지 겹친다
올 들어 롯데케미칼의 실적은 부진하다. 지난 2분기 214억원의 영업손실을 냈고, 3분기에는 역대 최대치인 2000억원 규모의 적자가 예상되고 있다.
올 들어 '현금 흐름'도 나빠지고 있다. 롯데케미칼의 연결 현금흐름표를 보면, '영업활동현금흐름'은 올 1분기 –1234억원, 2분기 –1026억원 등으로 저조하다. 영업을 통해 버는 돈 보다 쓰는 돈이 더 많다는 얘기다. 영업활동현금흐름이 마이너스가 되면, 차입금을 늘리는 등 재무활동으로 현금을 끌어올 수밖에 없게 된다.
한신평은 "석유화학 사업의 실적 부진과 대규모 인수자금 지출이 겹쳤다"며 "이 상황에서 계열사 지원 자금지출은 현금흐름 관리와 재무부담 상승 가능성 측면에서 신용도 하향압력을 가중하는 요인"이라고 분석했다.
그나마 지난 6월 기준 롯데케미칼의 재무구조는 안정적인 편이다. 현금 및 현금성자산은 1조7935억원 수준이고 부채비율(52.1%), 유동비율(193.8%) 등도 적정선을 유지하고 있다. 하지만 롯데건설에 대한 추가 지원 우려, 석유화학업의 실적 부진 장기화 등은 여전히 부담으로 남아 있다.
롯데케미칼 관계자는 "사내 현금 상황에는 아무런 문제가 없다"며 "롯데건설에 빌려준 자금도 만기때 회수할 수 있는 단기대여금"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