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요 둔화와 공급 과잉 등 악재가 겹친 롯데케미칼에 건설 자회사 지원 부담까지 가중되고 있다. 롯데케미칼은 롯데건설 유상증자에 875억원이 넘는 현금을 투입해야 할 것으로 추산된다. 올 3분기 사상 최대 적자가 예고되는 롯데케미칼의 부담이 커지는 모양새다.
롯데케미칼, 건설 재무구조 개선에 875억 수혈
롯데케미칼의 자회사인 롯데건설은 지난 18일 이사회를 열고 200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결정했다. 보통주 171만4634주를 주당 11만6643원에 발행하는 증자다. 발행 방식은 기존 지분에 따라 신주가 배정되는 주주배정증자다.
지난 6월 기준 롯데케미칼은 롯데건설 지분 43.79%를 보유한 최대주주다. 이번 롯데건설 유상증자에 롯데케미칼이 875억8000만원 가량을 납입해야 할 것으로 계산된다. 이 밖에 롯데호텔(43.07%), 롯데알미늄(9.95%), 롯데홀딩스(1.67%), 신동빈 회장(0.59%) 등도 보유 지분에 따라 신주를 배정받게 될 것으로 보인다.
롯데건설은 '운영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증자를 추진했다고 공시했다. 최근 롯데건설 이사회에선 재무구조 개선에 대한 필요성이 논의됐다.
적자 예고된 롯데케미칼, 괜찮을까
롯데건설은 이번 증자로 급한 불을 껐지만, 롯데케미칼 입장에선 가뜩이나 업황이 악화된 가운데 자회사 지원이라는 부담까지 지게 됐다.
롯데케미칼은 지난 2분기 214억원의 영업손실을 냈다. 원자재(나프타) 가격은 올랐는데 수요 부족과 공급 과잉 등으로 제품(기초유분) 판매 가격은 내리고 있어서다. 증권업계에선 이번 3분기에 사상 최대 적자 규모인 2000억원대 영업손실이 이어질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주식시장에서도 롯데케미칼의 자회사 지원 부담을 우려하고 있다. 롯데건설의 증자 소식이 전해진 뒤인 지난 19일 롯데케미칼 주가는 3.61% 떨어졌고, 20일 현재 5%대 하락한 가격에 거래되고 있다.
롯데케미칼의 재무건전성은 걱정할 수준은 아니다. 지난 6월 기준 부채비율(52.1%), 유동비율(193.8%) 등이 안정적인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다만 공격적인 투자에 대한 관리는 필요한 상황이다. 2021~2025년 인도네시아 석유화학단지 조성에 39억달러(5조5789억원)를 투자하고 있고, 2030년까지 수소분야에도 4조4000억원을 투자한다는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