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차입 공매도에 대한 책임을 묻는 절차가 계속 흘러 갈 것이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15일 여의도 금감원 본원에서 취임 100일을 맞아 기자간담회를 열고 "한달 반 정도 (한국)거래소 무차입 공매도 데이터를 보고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주식시장 뜨거운 감자인 공매도에 대한 불법 행위를 엄정 처벌하겠다는 뜻을 내비친 것으로 풀이된다.
공매도는 주가 하락을 예상하는 종목 주식을 증권사 등에서 빌려 먼저 팔고 나중에 되사서 갚아 수익을 내는 투자기법이다. 다만 주식을 빌리지 않고 매도부터하는 무차입 공매도는 자본시장법 위반에 해당한다.
지난달 금감원은 공매도전담반을 전담팀으로 격상시켰고 최근엔 공매도 물량이 집중된 외국계 증권사 모건스탠리에 대한 검사에 착수했다. 간담회에서 그는 "구조적인 검사 등을 통해 제재하거나 책임을 물을 필요가 있으면 그렇게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 원장은 취임 초기부터 금융시장 교란행위 및 불법행위는 엄벌에 처하겠다는 방침을 강조해왔다. 존 리 전 메리츠자산운용 대표와 강방천 전 에셋플러스자산운용 회장이 차명투자 의혹으로 경영 일선에서 물러난 게 대표적이다. 전일 금감원은 제재심의위원회에서 강 전 회장에 대해 중징계에 해당하는 직무정지를 의결했다. ▷관련기사 : 금감원, '차명투자 의혹' 강방천 전 회장 '직무정지' 중징계(9월 15일)
간담회에서 이 원장은 자산운용사의 불공정행위에 대해 강경 대응 의지를 밝혔다. 대규모 환매중단 사태를 일으킨 사모펀드 사태를 예로 들며 "자산운용사의 일부 관행(프랙티스)을 보면 '오늘만 산다'는 느낌이 들 때도 있다"고 했다.
그는 "자산운용사의 기능을 존중한다고 하더라도 위법사항은 간과할 수 없다"면서 "위법사항이 발견되면 가능한 한 강하게 대응할 수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앞서 금감원은 8조원대로 추산되는 시중은행 이상 외환거래는 검사 인원과 대상 금융사를 늘리며 강도 높은 제재를 예고하기도 했다.
이와 관련 이 원장은 "생각보다 규모가 더 늘어날 수도 있고, 누가 무슨 역할을 했는지 새로운 사실이 드러날 수 있다"며 "적절한 단계에 중간 진행 상황을 공유하겠다"고 했다. 이어 "경영진 제재를 말하기엔 이르지만 은행들이 '일선이 알아서 한 것이니 책임이 없다'라고 얘기를 하려면 그만큼 더 상세한 스토리텔링이 필요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잇단 엄단 기조에 금융권은 잔뜩 긴장한 모습이다. 일각에선 이 원장의 현장 소통강화 노력 역시 액면 그대로 받아들이기 힘들다는 의견이 나온다. 그는 취임 후 석달 간 20회가 넘는 현장 간담회를 연 바 있다.▷관련기사 : [현장에서]'강→약' 이복현 금감원장의 달라진 그립(7월5일) 윤석열 사단 막내로 꼽힐 만큼 대통령의 높은 신임을 받고 있는 실세 이 원장이 금감원 조직과 금융권을 장악한 이후 본색을 드러낼 것이란 관측이다.
'먹튀' 논란을 빚었던 에디슨모터스 불공정거래 혐의 사건을 검찰에 신속 수사전환(패스트트랙)으로 이첩하는 등 공고해지고 있는 검찰 공조와 맞물려 사정(司正) 정국이 언제 본격화 할 지 경계하는 분위기도 감지된다. 존 리 전 대표와 강 전 회장의 사례가 '예고편'이라는 해석도 금융권에선 흘러나오고 있다.
금융권 한 관계자는 "조사기획국을 비롯해 불공정거래를 조사하는 금감원 부서들은 제한적이지만 개인 금융거래 정보를 들여다볼 수 있다"며 "실제 제재나 징계를 내리진 않았지만 이렇게 쌓인 정보들이 금감원 '캐비넷'에 차곡차곡 보관돼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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