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카오 금융 계열사들에 대해 회의적인 시각을 담은 리포트가 발간된 지난 7일 카카오 계열사의 공매도 거래가 폭발적으로 늘어났다. 평소보다 3배 이상 많은 거래에 시장 참여자들도 깜짝 놀랐다.
그간 카카오가 추진해온 자회사 분리상장이 기업 가치를 억누르는 요인으로 작용하면서 카카오그룹 전반에 먹구름이 드리웠다는 평가가 나온다.
공매도 포화 맞은 카카오 형제들
13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 7일 카카오, 카카오게임즈, 카카오뱅크, 카카오페이 등을 대상으로 이뤄진 공매도 거래 규모는 총 270만8000주에 이른다. 이는 10월 4~6일 사흘간의 일평균 거래량인 69만2000주와 비교해 거의 4배다. 공매도 거래대금의 경우 835억8000만원으로, 4~6일 일평균 거래대금인 254억3000만원의 3배를 웃돈다.
이에 따라 종목별 거래대금 대비 공매도 비중도 대폭 커졌다. 카카오는 0.46%에서 9.67%로, 카카오뱅크는 10.73%에서 23.28%로 껑충 뛰었다. 카카오페이만 거래대금이 급증하면서 34.61%에서 24.08%로 축소됐다.
공매도 여파로 주가는 추락했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지난 7일 카카오 계열사 시가총액 합계는 40조4000억원으로 하루만에 4조원가량 증발했다.
공매도 거래가 증가했다는 것은 곧 시장에서 카카오그룹의 현 주가가 고평가돼있다는 인식이 팽배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실제 증권사들은 카카오페이와 카카오뱅크에 대한 투자의견과 목표가를 대폭 낮췄다. 씨티증권은 카카오페이에 대한 투자의견을 기존 '매수'에서 '매도'로 변경하고, 목표가를 18만6000원에서 3만8000원으로 79%나 깎았다. DB금융투자는 카카오뱅크의 목표가를 2만4600원에서 1만6200원으로 내렸다. 국내 증권사 중 카카오뱅크의 목표가를 1만원대로 제시한 것은 DB금융투자가 처음이다.
주가 하락에 따른 손실은 고스란히 개인투자자들의 몫이 될 것으로 보인다. 개인들은 한 달간 카카오와 카카오뱅크, 카카오페이를 각각 2394억원, 507억원, 371억원어치 순매수하고 카카오게임즈에 대해서만 매도 우위를 기록했다.
오는 11월 우리사주조합의 보호예수 해제를 앞두고 있는 카카오페이의 경우, 특히 직원들의 손해가 막심할 것으로 보인다. 일부 직원은 대출 등을 통해 우리사주 매입에 동참했던 것으로 알려져있다. 현재 카카오페이 주가는 3만원대로 공모가(9만원) 대비 3분의 1 수준으로 쪼그라들었다.
'독'이 된 잇단 쪼개기 상장
시장에서는 카카오가 그동안 진행해온 중복 상장이 문제가 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이른바 쪼개기 상장은 자회사를 따로 시장에 상장시켜 가치가 중복 계상되는 '더블카운팅' 문제가 발생해 기존에 상장된 회사의 가치를 깎아내릴 수 있다. 카카오는 사업부를 분리해 2020년 카카오게임즈(게임), 지난해 카카오페이(결제)와 카카오뱅크(은행)를 차례로 상장시켰다.
이효진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카카오에 대해 "계속된 핵심 자회사 상장이 주가를 짓누르고 있다고 평가된다"며 "이는 대체재를 증가시켜 모회사 매력을 반감시킨다"고 분석했다. 이어 "시장 상황이 우호적일 때는 보유 지분 가치에 집중하지만 현재와 같은 시장 상황에서는 이들이 가치를 부여받기 어려워 보인다"고 판단했다.
카카오 계열사들이 기업공개(IPO) 당시 높은 공모가로 시장에 입성한 점도 그룹 전체를 수렁에 빠뜨린 요인으로 꼽힌다. 카카오페이와 카카오뱅크는 IPO 진행 중 적정 기업가치 산출을 위한 비교기업 선정 과정에서 논란이 일었고, 결국 이들 모두 금융감독원으로부터 증권신고서 정정 요구를 받았다.
오동환 삼성증권 연구원은 "글로벌 증시 밸류에이션이 전반적으로 조정받는 과정에서 앞서 높은 가격에 상장을 했던 카카오뱅크, 카카오페이의 주가가 조정을 받고 있다"며 "여기에 카카오의 본업 실적이 좋지 않을 것으로 전망되면서 다같이 주가가 빠지는 모습"이라고 진단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