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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버넌스워치]화승그룹 3세, 증여세 70억 해결법…쪼개기

  • 2022.08.01(월) 07:10

현지호 부회장, 화승코퍼 지분 11% 공탁
부친 현승호 회장 120억 주식증여서 비롯
5년간 이자 물며 세금 나눠 내겠단 계산

매출 5조원대 중견 제조업체 화승그룹의 오너 3세가 거액의 증여세를 쪼갠다. 가업의 한 축을 맡고 있는 후계자로서 지배기반을 온전히 유지하는 대신 5년에 걸쳐 이자를 물며 세금을 나눠 내겠다는 계산이다. 

오너 3세, 지분 매각 대신 분할 납부

1일 화승그룹에 따르면 현지호(51) 총괄부회장은 지난달 말 계열사 화승코퍼레이션 지분 10.99%(550만주)를 용산세무서에 담보물로 공탁했다. 최대주주로서 현재 보유 중인 지분(35.44%)의 약 3분의 1 가량이다. 제공 당시 시세로 78억원(주당 1425원)어치다. 

이번 주식 공탁은 무엇보다 지난 5월초 화승그룹 2대 경영자인 부친 현승훈(80) 회장의 지분 13.48% 전량 무상증여와 맞물려 있다. 적잖은 지분을 물려받은 대가로 만만찮은 증여세가 따라붙은 터라 이를 나눠서 물겠다는 것.   

우선 상속세 및 증여세법(상증법)상 상장주식의 증여재산 가치는 증여일 이전·이후 각각 2개월의 최종시세 평균값으로 매겨진다. 올 3월초~7월초 4개월간 화상코퍼의 평균 주가는 약 1730원으로 이번 증여재산은 120억원가량이다.  

이게 다가 아니다. 최대주주 및 특수관계인 주식의 경우 20% 할증된다. 여기서 산출된 과세표준이 30억원을 넘으면 10~50%의 증여세율 중 최고세율인 50%가 적용된다. 증여재산의 60%를 세금으로 내야하는 셈이다. 

현 부회장이 납부해야 할 증여세가 어림잡아 70억원에 이를 것이란 계산이다. 누진공제(4억6000만원), 자진신고세액공제(산출세액의 3%)를 받을 수 있지만 얼마 되지 않는다. 신고․납부기한은 8월 말(증여받은 달의 말일로부터 3개월 이내)까지다. 

한꺼번에 납부하기에는 부담이 적지 않다. 소유지분을 일부 처분해 재원을 마련할 수도 있겠지만 지배기반이 훼손될 소지가 있다. 따라서 연부연납을 통해 해결하겠다는 복안이다. 연부연납은 상속·증여세가 2000만원을 넘을 경우 세금의 6분의 1 이상을 신고·납부 기한 내에 먼저 내고 나머지 금액을 최장 5년간 나눠 낼 수 있는 제도다. 

거저는 아니다. 증여세를 쪼개서 내는 대신에 연부연납 신청세액에 상당하는 보험증권·부동산·주식 등을 납세 담보물로 제공해야 한다. 현 총괄부회장이 70억원대의 주식을 과세당국에 담보로 잡힌 주된 이유다. 

연부연납을 신청하면 세금을 천천히 내는 만큼 연부연납 가산금, 즉 일정한 이자를 내야 한다. 연부연납 이자율은 계속 변동됐는데, 작년 3월 이후로는 1.2%의 이자율이 적용되고 있다.

화승, 3세 형제 분할 승계 구도

가업 승계의 대가다. 화승그룹은 고 현수명 창업주가 1953년 부산에 설립한 동양고무공업에 뿌리를 두고 있다. 현재 자동차부품, 소재, 종합무역, 신발 ODM(제조자디자인생산), 정밀화학 5개 사업분야에 걸쳐 매출 5조원대 중견기업이다. 

현 회장이 가업을 물려받은 게 1977년이다. 이어 2011년에는 장남 현지호 총괄부회장과 차남 현석호(48) 부회장 3세 경영체제로 전환했다. 지난 5월의 지분 증여는 3대 대물림에 종지부를 찍기 위한 수순이다.   

화승그룹은 3대에 이르러 형제 분할 승계가 이뤄지고 있다. 현 회장의 장남이 화승알앤에이를 중심으로 자동차부품, 소재, 무역사업을 주도하고 있다. 차남은 화승인더스트리(이하 화승인더)를 축으로 신발 ODM과 정밀화학 사업을 책임지고 있다. 

반면 현 총괄부회장의 경우 지분 대물림은 미완이었다. 즉, 작년 3월 화승알앤에이를 화승코퍼(존속)와 화승알앤에이(신설)로 쪼갠 뒤 현 회장이 두 계열사의 2대주주로서 적잖은 지분을 갖고 있었다. 

현 회장이 이번에 장남에게 물려준 지분 13.48%가 기업 인적분할 뒤 갖고 있었던 지분이다. 이에 따라 향후에는 현 회장이 보유한 핵심 계열사 화승알앤에이 13.48% 또한 머지않아 장남에게 넘겨줄 것으로 점쳐진다. 현 부회장은 21.96%를 소유 중이다.  

차남 현 부회장 지배 아래 있는 화승인더의 경우는 2020년 5월 지분 6.68%를 전량 증여, 지분승계가 일단락된 상태다. 현 부회장이 1대주주로서 지분 22.63%(특수관계인 포함 33.59%)를 보유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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