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다르다. 워낙 벌이가 좋아 해마다 따박따박 사주(社主)에게 배당금을 꽂아주고 있다. 이에 더해 작년부터는 개인 소유 대부업체의 자금줄 노릇을 톡톡히 하고 있다. 중견 생활가전업체 청호그룹 소속의 마이크로필터 얘기다. 창업주 정휘동(65) 회장에게 개인회사 마이크로필터의 쓰임새는 한마디로 영화 속 오지랖 넓은 ‘홍반장’이다.
정휘동 회장 대부업체 자금줄 교체
정 회장은 대부업도 한다. 개인사업체인 ‘동그라미2대부’를 만든 뒤 법인 ‘동그라미대부’를 설립, 본격적으로 대부업에 뛰어들었던 게 2010년 8월이다. 현 ‘동그라미파이낸스대부’(2016년 12월 사명변경)다.
정 회장은 개인자금 6억원을 시작으로 2011년 9월과 2016년 7월 44억원 등 도합 50억원을 출자, 현재 동그라미대부 지분 99.7%를 소유 중이다. 사실상 1인 기업이다. 기타주주도 1명 있지만 이석호 전 청호나이스 대표의 0.3%가 전부다.
알짜다. 2012년 이후 한 해 영업수익 70억~134억원에 순익이 흑자를 거른 적이 없다. 11년간 적게는 13억원, 많으면 39억원을 벌어들였다. 정 회장의 배당수익으로 이어졌다. 2013년~2020년 5차례에 걸쳐 8억원, 15억원씩 도합 68억원이다. 전액 오너인 정 회장이 챙겼다는 뜻이다. 출자금을 빼고도 한참 남는 액수다.
모태이자 주력사인 청호나이스의 공이 크다. 대부업은 안정적인 차입구조가 관건인데, 청호나이스가 든든한 자금줄 역할을 해왔다. 재작년 말 동그라미대부의 청호나이스 차입금 잔액이 385억원이나 됐다는 게 증거다. 총자산(670억원)의 57.5%다.
다만 작년에 청호나이스 빚은 다 갚았다. 한데, 자금 대부분이 마이크로필터로부터 나왔다. 285억원을 빌려 상환했던 것. 현재는 93억원의 채무가 잡혀있는 상태다. 즉, 동그라미대부에 자금을 대는 역할을 놓고 계열사끼리 바통 터치가 이뤄진 것을 볼 수 있다.
2016년 오너 부부 회사로 변신
정 회장 개인 소유 대부업체의 자금원으로서 마이크로필터가 청호나이스를 대신하는 데 돈이 문제될 것은 없다. 매년 예외 없이 돈벌이가 좋아서다. 이는 ‘[거버넌스워치]Up 청호 ②편’에서 상세히 언급한 정 회장 1인 회사 엠씨엠(MCM)처럼 마이크로필터 또한 배당 ‘돈줄’로 요긴하게 쓰이고 있음을 뜻한다.
마이크로필터의 1대주주가 정 회장이다. 보유지분도 80%나 된다. 나머지 20% 또한 부인 소유다. 부부가 지분 100%를 가지고 있다.
원래부터 이랬던 건 아니다. 설립 당시에는 남동생이자 ‘2인자’인 정휘철(62) 청호나이스 부회장이 2억4000만원을 출자, 지분 80%를 보유했다. 하지만 2016년 지분 80%의 주인이 정 회장으로 바뀌었다.
이채롭다. 마이크로필터는 2017년부터 배당기조가 확 바뀐다. 정 회장이 1대주주로 올라선 이듬해다. 2010년 이후 7년 만에 배당을 재개했다. 게다가 작년까지 단 한 번도 거른 적이 없다. 6년간 적게는 6억원, 많게는 12억원 도합 57억원을 풀었다. 전액 정 회장 부부에게 들어갔다는 뜻이다. 정 회장 46억원, 부인 11억원가량이다.
한때 계열 뒷배…돈 걱정 없어 무차입경영
마이크로필터는 2002년 12월 자본금 3억원으로 설립된 업체다. 정수기 부품인 필터 제조사업을 하는 업체다. 계열사 또한 중국 현지 필터 제조법인 ‘마이크로미디어필터’를 두고 있다.
현재 확인할 수 있는 범위로는, 마이크로필터는 2000년대 중후반까지 100억원대에 머물던 매출이 2018년 1000억원(2014년 이후 연결기준)을 넘었다. 2021년에는 2050억원을 찍었다.
특히 영업이익은 흑자를 놓친 적이 없다. 2020~2021년에는 각각 134억원, 163억원으로 8%대의 영업이익률을 유지 중이다. 벌이가 워낙 좋아 2010년 이래 무차입 경영을 할 만큼 돈 걱정도 없다.
내부거래가 한 몫 했다. 2014년 이후 2019년까지 청호나이스 및 중국 현지 정수기 제조 합자법인 등의 계열매출이 40%를 웃돌았을 정도다. 2020년 이후로는 각각 7.8%, 2.7%로 확 낮아졌지만 그간 마이크로필터의 성장에는 청호그룹 계열의 ‘뒷배’가 자리 잡고 있었음을 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