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팽두이숙(烹頭耳熟)’. ‘머리를 삶으면 귀까지 익는다’는 뜻이다. 한 가지 일이 잘되면 다른 일도 저절로 이뤄지게 마련이다.
패션·유통그룹 영원무역의 창업주 성기학(77) 회장이 전적으로 친족사 와이엠에스에이(YMSA)를 앞세운 오너십 강화 우회전략은 주력사업이 번창하자 돈 걱정 없이 술술 풀렸다.
YMSA에 깔아놓은 투자자산과 안정적 사업구조가 남부러울 게 없는 ‘캐시 카우(현금창출원)’가 됐다. YMSA가 오너 지배구조의 시작과 끝이 될 수 있었던 것도 이런 이유일 수 있다. 게다가 내부거래가 적잖이 수반됐다.
OEM 사업 잘나가자 ‘캐시’ 풍성
총 425억원. ‘[거버넌스워치] 영원무역 ③편’에서 얘기했지만, 2000년~2012년 2월 성 창업주가 1~3단계에 걸쳐 영원무역홀딩스(옛 모태기업 ㈜영원무역·2009년 7월 지주체제 전환 뒤 존속 지주사)의 지분을 8.01%→43.23%로 보강할 당시 YMSA(0%→24.62%)가 투입한 자금이다. 성 회장(7.75%→18.01%)이 들인 개인자금 10억원과 대비된다.
YMSA의 매입 재원에 대한 궁금증 생길 수밖에 없다. 그렇다고 YMSA가 외부에 손을 벌린 것도 아니다. 이 기간 장단기차입금이 가장 많았을 때가 95억원(2010년)에 불과했다. 부채비율 또한 높아봐야 34%(2009년)였다. 비결은 YMSA의 투자자산과 매출구조에 감춰져 있다.
2000년초 YMSA를 홀딩스 주주로 등장시킬 무렵만 해도 성 회장은 부동산 내부거래를 통해 YMSA의 현금을 만들었다. ㈜영원무역이 YMSA 경기도 광주공장 부지 3550㎡(1074평)와 건물 2122㎡((642평)를 21억원에 매입했던 때가 2000년 9월이다. YMSA가 앞서 1993년 3월 침구 솜 제조업체 영원산업㈜를 흡수합병해 보유하고 있던 부동산이다.
정확한 액수는 알 수 없지만, 성 회장이 YMSA 소유의 서울시 종로구 동숭동 건물을 사들인 것도 이 때다. 현 대학로 공연장 ‘대학로티오엠(대학로문화공간)’ 빌딩이다. 대지면적 778㎡(약 235평), 연면적 3646㎡(약 1103평) 규모의 지하 4층~지상 6층짜리 건물이다.
모태사업이자 주력분야인 아웃도어·스포츠 의류 OEM 사업이 성장가도를 달리자 얘기가 달라졌다. YMSA 곳간이 점점 풍성해졌다. 대략 4가지 ‘캐시 카우’를 통해 속속 현금이 흘러들었다.
해외 생산법인 8억 주식 148억에 매각
우선 YMSA의 해외 생산법인 주식이 시간이 흐를수록 ‘돈이 됐다’. 당시 YMSA는 모태기업 ㈜영원무역이 1980년대 후반 방글라데시를 거점으로 해외 생산기지를 늘려나갈 당시 동반 투자했던 주식을 적잖이 들고 있었다.
YCL(YOUNGONE (CEPZ) LTD) 지분 7.3%와 YPL(YOUNGONE PADDING LTD) 53.43%도 이에 해당한다. 1987년 9월과 1992년 8월 방글라데시 치타공에 설립한 해외 1~2호 생산법인이다. YMSA의 출자액이 도합 8억원에 불과했던 주식이다.
㈜영원무역의 OEM 사업은 해외 유명 브랜드들로부터 아웃도어·스포츠 의류 등을 수주 받아 해외현지법인 공장을 통해 생산한 뒤 이를 매입해 수출하는 구조다. 2009년 7월 모체 ㈜영원무역에서 분할·신설된 OEM 주력의 ㈜영원무역이 매출(연결) 1조590억원으로 ‘1조 클럽’을 달성했던 게 2012년의 일이다. 영업이익은 1860억원, 이익률은 17.5%를 찍었다.
즉, OEM 사업이 잘 되자 해외 생산법인들에 일감이 몰려들면서 기업가치 역시 뛰었다. YMSA은 2010년 5월 YCL 및 YPL 지분 전량을 148억원을 받고 ㈜영원무역에 넘겼다. YMSA가 2009년 11월~2012년 2월 총 306억원어치 주식 장내취득을 통해 홀딩스 지분을 16.25%→24.62%로 확대하던 와중이다.
(후속편에서 상세히 언급하겠지만, YMSA의 해외 생산법인 주식은 성 회장이 2012년 7월 YMSA를 앞세운 오너십 강화 작업을 일단락 지은 뒤 YMSA가 빌딩 투자에 꽂혀 있을 무렵에도 모자람 없는 재원이 됐다. YMSA의 부동산은 훗날 2대 지분 승계 당시 거액의 증여세를 해결하는 수단으로 이용됐다.)
내부 매출 98%…홀딩스 배당금 따박따박
뿐만 아니다. 2000년 초 홀딩스 주주로 올라선 뒤로 YMSA에는 해마다 따박따박 배당금이 유입됐다. 게다가 홀딩스가 배당금 규모를 차츰 늘린 데다 YMSA가 점점 홀딩스 지분을 확대해 나간 까닭에 2011년 16억원 등 12년간 총 70억원을 챙겼다.
기업볼륨은 작지만 예나 지금이나 내부거래에 기반한 손쉬운 매출구조도 빼놓을 수 없다. 섬유소재·패딩원단 업체로서 ㈜영원무역 해외 생산공장에 대는 게 주된 일이기 때문이다. 작년 매출 429억원에 이 중 97.5%(416억원)가 내부거래를 통해 나왔을 정도다. 임직원이 15명(작년 말)에 불과한 것도 이런 이유일 수 있다.
YMSA가 OEM사업과 궤를 같이하는 까닭에 YMSA의 벌이가 안 좋을 리 없다. 2000~2011년으로 한정해서 보면, 영업이익은 흑자를 거른 적이 없었다. 한 해 평균 12억원 총 150억원가량을 벌어들였다.
마지막으로 한 가지 더. 영원아웃도어 주식이 위력을 발휘했다. 이 역시 성 창업주가 2002년 YMSA를 지분 인수주체로 내세우면서 갖고 있던 8.3%다. 이번에는 미국 아웃도어 브랜드 ‘노스페이스(THE NORTH FACE)’로 잭팟을 터트린 데 기인한다. 2012년 7월 돈 한 푼 들이지 않고도 경영권 강화 우회작업에 마침표를 찍을 만큼 강력했다. (▶ [거버넌스워치] 영원무역 ⑤편으로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