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견 교육출판·에너지그룹 ‘미래엔(MiraeN)’이 국내 1위 완구업체 영실업을 인수한 지 4년이 다 되도록 빛을 보지 못하고 있다. 오너가 미래 먹거리를 찾아 야심차게 사들였지만 3년째 적자 늪에서 허우적대고 있어서다.

매출 6년째 뒷걸음질…2011년 이후 최저
22일 영실업의 2024회계연도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작년 매출이 전년 대비 16.7%(92억원) 감소한 456억원을 기록했다. 이에 따라 2018년 1930억원 이후 6년 연속 감소 추세를 보이며 2011년(349억원) 이후 최저치로 뒷걸음질 쳤다.
수익성이 좋을 리 없다. 영업손실 65억원을 나타냈다. 1년 전에 비해서도 28.6%(14억원) 확대됐다. 2018년 영업이익 523억원(이익률 27.1%)을 찍은 뒤 2020년(29억원) 거의 20분의 1 토막 나는 등 수익 부진에 시달리다가 급기야 2022년부터는 3연 연속 적자가 이어지는 양상이다.
영실업은 1980년 10월 설립된 이래 2008년 6월 물적분할을 통해 재창업된 국내 1위 완구업체다. 초창기 대형 완구인형 ‘콩순이’를 시작으로 변신 자동차 로봇 ‘또봇’, 팽이 장난감 ‘베이블레이드 버스트’ 등으로 잘 알려져 있다.
2020년 8월 미래엔그룹이 인수했다. 오너 김영진(51) 회장이 신성장동력 확보를 위해 공격적으로 추진했던 ‘딜’이기도 하다. 컨소시엄을 통해 홍콩계 사모펀드(PEF) 퍼시픽얼라이언스그룹(PAG)으로부터 영실업 지분 100%를 약 1500억원에 사들였다.
미래엔그룹은 모태이자 교육 분야 핵심 계열사인 ㈜미래엔과 계열 벤처캐피탈 엔베스터를 통해 각각 300억원, 330억원 도합 660억원을 투자했다. ㈜미래엔(29.1%)와 엔베스터 펀드(32.0%)를 통해 현재 영실업 100% 지배회사인 와이티홀딩스의 지분 61.2%를 소유 중이다.

미래엔그룹 편입 4년 새 CEO 두 번 교체
영실업이 적자가 지속되고 있다는 것은 바꿔 말하면 미래엔그룹이 인수합병(M&A) 효과는커녕 재무적 부담만 가중되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미래엔의 와이티홀딩스 지분 29.1%의 장부가액은 작년에 ‘제로(0)’가 됐다.
영실업은 2022~2024년 3년간 순손실 규모도 많게는 118억원, 적게는 80억원에 달해 현재 120억원의 결손금이 쌓여 있는 상태다. 유동비율은 88.4%(유동자산 346억원/유동부채 392억원)로 처음으로 100%로 떨어졌다. 적정 수준 200%에 한참 못 미친다. 2021년 말 66% 정도였던 부채비율은 2023년 341%에서 작년에는 2629%로 치솟았다.
미래엔그룹이 영실업을 계열 편입한 이후 최고경영자(CEO)를 두 번이나 교체한 것도 이 같은 경영 부진과 무관치 않다. 2020년 9월 심정훈 대표를 선임한 뒤 2022년 7월에는 박용진·전형민 공동대표로 바꿨다. 이어 2년도 채 안돼 작년 4월에는 강철구 대표를 영입했다.
전문경영인인 강 CEO는 CJ그룹 출신이다. CJ올리브영 최고재무책임자(CFO), CJ오쇼핑 상무 등을 거쳐 2020년 9월~2022년 3월 드라마 제작·판매업체인 스튜디오드래곤 공동대표를 지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