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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기차, 인프라는 여전히 '방전'②

  • 2013.07.24(수) 11:40

충전소 등 인프라 부족 문제 심각

과거 일본은 하이브리드카 시장을 선점해 전세계 하이브리드카 시장을 독점하다시피하고 있다. 이에 따라 국내 완성차 업체들은 전기차 시장만큼은 빼앗기지 않겠다는 의지가 강하다.

하지만 전기차가 대중화되기 위해서는 아직 갈 길이 멀다는 것이 업계의 의견이다. 전기차의 특성상 충전소 등의 인프라 구축이 선행돼야 하지만 여전히 전기차 인프라는 빈약하다. 이런 가운데 전기차만 계속 출시돼서는 안된다는 주장도 적지 않다.

◇ CT&T 몰락이 준 교훈

전기차 생산업체 CT&T는 한때 녹색성장 바람을 타고 크게 성장했다. 우회상장을 통해 코스닥 시장에 상장하기도 했다. 이후 연일 대규모 수주 소식을 전하며 국내에 '전기차 열풍'을 불러 일으켰다.

AD모터스와 지앤디윈텍도 마찬가지다. 이들은 소위 '전기차 빅 3'로 불리며 주식시장에서 '전기차 테마주'로 묶였다. 투자자들은 환호했다. 이들의 돌풍은 정부의 친환경 정책과 맞물리며 시너지를 내는 듯했다.


[CT&T가 생산하던 저속전기차. CT&T는 정부의 녹생성장 바람을 타고 급부상했지만 전기차 인프라 부족 등으로 몰락의 길을 걸었다.]


이들이 생산한 전기차는 골프장 카트를 개조한 수준의 저속 전기차였다. 그러다보니 대중의 관심을 끌기에는 역부족이었다. 여기에 전기차 인프라 구축과 관련한 정책 결정이 지연되면서 전기차 빅3는 몰락의 길을 걷기 시작했다.

무엇보다도 전기차 연착륙의 선결 과제였던 인프라 구축 지연이 전기차 빅3 몰락의 결정적 원인이었다. 결국 이들은 올해 초 AD모터스의 상장폐지를 끝으로 모두 증시에서 퇴출됐다.
 
◇ '차만 있으면 뭐하나'..산적한 문제들

국내 완성차 업체들과 수입차 업체들이 속속 전기차 시장의 문을 두드리고 있다. 과거 관공서의 업무용 차량 공급에서 벗어나 일반 소비자들로 판매 영역을 확장하고 있다. 특히 정부의 보조금 혜택은 전기차 시장 활성화의 밑거름이 될 것으로 보인다.

소비자들의 입장에서도 전기차 확산은 환영 할만한 일이다. 가뜩이나 고유가로 자동차를 유지하기도 버거운 상황이다. 전기차는 연료비가 가솔린 차량의 6분의 1수준이다. 게다가 매연 발생이 없어 친환경적이기까지 하다. 최근에는 가격도 내렸다.

[제주 스마트그리드 실증단지에 설치된 전기차 충전소. 전기차 시장 확대를 위해서는 전기차 충전소 등 인프라 구축이 시급하다는 의견이 많다.]

하지만 소비자들은 선뜻 전기차를 선택하지 못한다. 인프라가 부족하기 때문이다. 가솔린이나 디젤 차량의 경우 곳곳에 주유소가 있다. 주유소가 없더라도 기름이 바닥나면 보험사의 서비스를 통해 위기를 모면할 수 있다.
 
전기차는 이런 인프라가 턱없이 부족하다. 현재 국내에 설치된 전기차 충전소는 80여 곳에 불과하다. 그나마도 수도권에 주로 포진해 있다. 환경부는 올해 전기차 충전소 확충 2단계 사업을 실시, 총 100여 개의 충전기를 설치한다는 계획이다.

1회 충전으로 갈 수 있는 거리가 100㎞ 내외라는 점도 문제다. 현 상황에서는 오로지 시내 주행만 가능하다. 충전소가 주유소처럼 곳곳에 포진해 있는 것이 아니어서 자칫 하다가는 고속도로에서 멈춰설 수도 있다. 소비자들이 불안해 하는 이유다.

이와 함께 각 업체별로 충전방식이 다르다는 점도 전기차 확산의 장애물로 꼽힌다.

[일본 업체들이 채택한 '차데모(CHAdeMO)' 방식 커넥터(왼쪽)와 미국, 유럽 업체들이 채택한 콤보(Combo) 방식의 커넥터]

전기차의 충전은 5~6시간이 걸리는 완속과 30분 내 충전이 가능한 급속으로 나뉜다. 완속은 국제적으로 표준이 정해져 있어 문제가 없다. 하지만 장거리 운행시 반드시 필요한 급속은 일본의 '차데모', 북미·유럽의 '콤보', 르노의 'AC' 방식으로 나눠져있다.

현재 현대·기아차는 일본의 '차데모'를, GM과 BMW는 '콤보'를, 르노는 'AC' 방식을 채택하고 있다. 따라서 충전소에 따라 레이EV는 충전이 가능하지만 스파크 전기차는 충전이 불가능한 경우가 생길 수 있다.

◇ 인프라 구축에 속도 내야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올해 1분기 전기차는 전년동기대비 515% 증가한 234대가 등록됐다. 지난 2011년에는 344대, 작년에는 860대였다. 올해 하반기에 전기차들이 잇따라 출시되고 소비자들의 구매 여건이 좋아지고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국내 전기차 시장은 계속 성장하고 있다고 봐도 무방하다.

하지만 올해 상반기 국내 시장에 신규 등록된 전체 자동차 수가 1916만337대임을 감안하면 아직은 미미한 수준이다.

전기차 선진국인 미국의 경우에는 큰 폭의 성장을 거듭하고 있다. 올해 상반기 미국 시장에서 판매된 순수전기차나 플러그인하이브리드 자동차의 판매량은 총 4만1447대로 전년대비 136.2% 급증했다.

[미국의 세계적인 전기차 업체 '테슬라(Tesla)'의 전기차 충전소 설치 계획. 올해 100개, 2015년에 230개의 충전소를 설치하고 내년부터는 대륙 횡단도 가능토록 하겠다는 복안이다.]

한병화 현대증권 연구원은 "지난 2011년 2분기 미국시장의 순수전기차와 하이브리드카 판매량이 전체 자동차 판매량에서 차지하는 비율은 1.8%였다"며 "이를 저점으로 미국시장 내에서 순수전기차의 판매 비중은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오는 2015년 유럽의 연비 강화 규제에 따른 전기차 신규모델의 출시가 늘고 있고 유가상승으로 전기차의 실질 가격경쟁력이 높아지고 있다"면서 "전기차 판매 비중은 지속적으로 확대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전문가들은 국내 전기차 시장도 미국 만큼은 아니지만 점진적으로 확대될 것으로 보고 있다. 다만, 미국의 경우 인프라 구축이 빠르게 진행되고 있지만 국내는 아직 전기차 인프라 구축이 초보적인 수준이라는 것이 문제로 꼽힌다.

업계 관계자는 "국내 전기차 시장이 미국처럼 커지기 위해서는 인프라 구축에 속도를 낼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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