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의 사장단과 임원 인사가 마무리됐다. 조직개편과 보직이동 정도만 끝나면 내년 사업을 위한 진용이 갖춰진다.
사장단과 임원 인사를 통해 최고위 의사결정권자가 보내는 메세지는 명확했다. 연공서열 순의 승진보다 '성과 있는 곳에 보상 있다'는 원칙이 그대로 지켜졌다.
상대적으로 젊은 인재들은 물론 여성과 외국인을 막론한 발탁 인사을 통해 '인재 제일'이라는 경영철학도 구현했다. 현장의 중요성도 강조했다.
◇ '성과에는 보상'
예상대로 삼성전자가 주인공이었다. 전체 승진자 가운데 47%가 넘는 임원이 삼성전자 출신이었다. 여성과 외국인 등 화제를 모은 주요 발탁인사들도 삼성전자 출신들이 차지했다.
지난 2일 사장단 인사에서도 신임 사장들은 사실상 삼성전자 출신이었다. 그럴만도 했다. 삼성전자의 실적이 워낙 눈부셨기 때문이다.
삼성전자는 올해에도 매출 200조원 돌파는 물론 영업이익 30조원 후반을 기록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다른 계열사들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비중이 크다.
이번 인사에서 삼성전자 신임 임원은 161명이었다. 전체 계열사 신임 임원 규모는 331명으로 지난해 335명보다 소폭 줄어든 반면 삼성전자 신임 임원은 지난해 157명보다 늘어났다.
특히 휴대폰 등 세트부문의 약진이 두드러졌다. 85명의 발탁인사중 세트부문에서만 35명이 나왔다. 부사장 1명과 전무 4명이 발탁됐다.
삼성은 "삼성전자의 역대 최대규모 승진은 사장단 인사에서 처럼 성과에 대한 보상이라는 원칙을 재확인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 남성·국내 중심 타파
삼성은 또 남성과 국내인사 중심의 승진문화를 타파하겠다는 점도 분명히 했다. 능력있는 여성인력과 외국인들을 과감하게 등용한 것이다.
삼성은 올해 15명의 여성임원을 배출했다. 역대 최대다. 이중 60%인 9명이 발탁 인사다. 신임 임원이 14명에 달했다. 특히 이건희 회장이 신경영을 선포한 이후 공채로 뽑은 여성인력중 처음으로 임원 승진자가 나왔다.
공채출신 여성 임원 4명중 3명은 발탁된 케이스다. 성별을 따지지 않고 성과와 능력을 보겠다는 의미다.
해외인력에 대해서도 마찬가지 기준이 적용됐다. 해외법인의 우수한 인력들을 승진시켜, 비전을 제시하는 한편 핵심인재라면 국적이나 인종을 따지지 않겠다는 원칙을 전달했다.
삼성은 역시 역대 최대인 12명의 외국인 임원을 승진시켰다. 지난해에 이어 두번째로 부사장도 나왔다. 주로 휴대폰과 TV, 가전 등 해외시장을 개척한 인물들이다.
◇ 순혈주의 없다..스탭보다는 현장
승진에서 공채출신을 우대하는 문화도 사라지고 있다. 삼성의 전체 인력중 경력 입사자의 비율이 늘어나고 있는 만큼 외부에서 영입된 인력에 대해서도 공정한 기회를 부여하겠다는 취지다.
올해 경력 입사자 승진은 150명으로 지난 2012년 120명, 지난해 141명에 이어 지속적으로 늘어나고 있다.
삼성은 또 기존 스탭조직보다는 현장의 성과를 중시하겠다는 방침도 확인시켰다. 미래 성장의 근간이 되는 연구개발과 영업마케팅, 제조·기술 부문의 승진을 늘리고, 지원 역할을 하는 스탭부문은 상대적으로 축소했다.
올해 연구개발부문 승진은 120명으로 지난해 105명보다 늘어나며 역대 최대를 기록했다. 영업마케팅 역시 24명으로 가장 많았다. 제조부문의 승진자는 33명으로 2008년이후 최대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