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삼성그룹 정기 임원 인사에서 횔짝 웃은 곳은 역시 삼성전자였다. 올해 사상 최대 실적을 기록한 만큼 일정부분 예견된 부분이기도 하다. 반면 삼성전자를 제외한 계열사들은 상대적 박탈감에 허탈해 하는 분위기다.
삼성그룹은 5일 총 475명의 승진자 명단을 발표했다. 이 중 삼성전자의 승진자는 총 226명이다. 삼성그룹 전체 승진자의 47.6% 가 삼성전자 소속인 셈이다.
삼성전자의 승진 독식은 일종의 특진 개념인 발탁에서도 두드러졌다. 발탁은 임원 중 연한을 채우지 않았음에도 성과가 인정돼 조기 승진하는 것을 말한다. 통상 삼성전자의 상무 연한은 부장 5년차, 전무 연한은 상무 6년차다.
이번 인사에서 삼성전자의 세트부문(TV, 휴대폰)의 발탁은 총 35명으로 역대 최대 규모다. 시장을 선도하는 혁신적인 제품과 마케팅을 통해 역대 최대 실적을 거둔 것에 대한 보상의 성격이 강하다.
실제로 이진중 삼성전자 중국영업 담당 전무는 연한보다 1년 먼저 부사장으로 승진했다. 박현호 S/W 개발 담당 상무는 3년 일찍 전무로 승진했으며 김학상 H/W 상무(2년), 서기용 구주영업 담당 상무(1년), 신민철 S/W 개발 담당 상무(1년)도 조기 승진했다.
반면 삼성전자를 제외한 계열사들은 허탈해 하는 분위기다. 특히 실적이 부진했거나 사건 사고가 있었던 계열사의 경우 승진 인사 폭이 예상했던 것보다 큰 폭으로 줄었다.
일각에서는 너무 삼성전자 위주로 승진 인사를 단행한 것이 아니냐는 불만의 목소리도 나온다.
삼성그룹의 한 계열사 관계자는 "지나치게 삼성전자만 독주하는 것 같아 마음이 편치 않다"며 "내부적으로 내심 이번 인사에서 승진을 기대한 사람들이 많았는데 결과가 좋지 않아 낙담하는 분위기"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