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건희 삼성 회장이 "다시 한번 바꿔야 한다"며 시대의 흐름에 맞지 않는 과거의 전략이나 문화를 과감히 버리라고 강조했다. 양에서 질로의 변화를 넘어 제품과 서비스, 사업의 품격과 가치를 높여야 한다는 주문이다.
또 불황일수록 기회가 많은 만큼 새로운 기술과 시장을 만들어 가자고 당부했다.
이건희 회장은 2일 오전 서울 신라호텔에서 회장단 및 사장단 등 임직원 180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열린 신년하례식에서 이같은 메시지를 전달했다. 이날 하례식은 사내 매체인 미디어삼성을 통해 한·중·일·영어 등 4개 국어로 전 세계 임직원들에게 생중계됐다.

◇ 버리고
이건희 회장은 이날 "지난해 삼성은 글로벌 기업들과 사활을 걸어야 했고, 특허전쟁에도 시달려야 했다"며 "한시도 마음놓을 수 없는 상황에서 삼성은 투자를 늘리고, 기술개발에 힘을 쏟아 경쟁력을 높이면서 좋은 성과도 거뒀다"며 평가했다.
그는 다만 "신경영 20년간 글로벌 1등이 된 사업도 있고, 제자리 걸음인 사업도 있다"며 "선두사업은 끊임없이 추격을 받고 있고, 부진한 사업은 시간이 없다"고 덧붙였다.
이 회장은 "다시 한 번 바꿔야 한다"며 "5년 전, 10년 전의 비즈니스 모델과 전략, 하드웨어적인 프로세스와 문화는 과감하게 버리자"고 강조했다. 시대의 흐름에 맞지 않는 사고방식과 제도와 관행을 떨쳐 내라는 주문도 했다.
◇ 바꾸고
이 회장은 "한치 앞을 내다보기 어려운 불확실성 속에서 변화의 주도권을 잡기 위해서는 시장과 기술의 한계를 돌파해야 한다"며 혁신을 재차 강조했다.
그는 "산업의 흐름을 선도하는 사업구조의 혁신, 불확실한 미래에 대비하는 기술혁신, 글로벌 경영체제를 완성하는 시스템 혁신에 더욱 박차를 가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 회장은 "불황기일수록 기회는 많다"며 "남보다 높은 곳에서 더 멀리 보고 새로운 기술, 새로운 시장을 만들어 내자"고 밝혔다. 핵심 사업은 누구도 따라올 수 없는 경쟁력을 확보하고, 산업과 기술의 융합화·복합화에 눈을 돌려 신사업을 개척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그는 특히 "세계 각지의 거점들이 한 몸처럼 움직이는 유기적 시스템을 구축하고, 연구개발센터는 24시간 멈추지 않는 두뇌로 만들어야 한다"고 당부했다. 이어 "인재를 키우고 도전과 창조의 문화를 가꾸는데 지원을 아끼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 같이 간다
이 회장은 협력회사와 지역사회와의 동반 발전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이 회장은 "협력회사는 우리의 소중한 동반자"라며 "모든 협력회사가 글로벌 경쟁력을 갖추도록 기술개발과 생산성 향상을 도와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지난 한해 크고 작은 사고가 있었다"며 "삼성의 사업장은 가장 안전하고 쾌적한 곳이 되어야 하며, 지역사회의 발전에 기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그늘진 이웃과 희망을 나누고 따뜻한 사회, 행복한 미래의 디딤돌이 될 사회공헌과 자원봉사를 더 늘려 나가자"고 덧붙였다.
이 회장은 마지막으로 "지난 20년간 양에서 질로 대전환을 이뤘듯이 이제부터는 질을 넘어 제품과 서비스, 사업의 품격과 가치를 높여 나가자"고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