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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통업 탈출구]②대형마트가 주목한 두 가지

  • 2014.05.02(금) 09:38

온라인·편의점, 매출부진 극복할 '승부수'
규제·소비변화에 편승 `신사업` 빠르게 확대

백화점과 대형마트, 홈쇼핑 등 국내 유통업체들이 불황 돌파를 위한 승부수를 던졌다. 명품 이미지를 중시하던 백화점은 중저가 상품을 파는 아울렛으로 눈을 돌렸고 대형마트는 온라인몰과 편의점을 매출부진의 탈출구로 삼았다. 홈쇼핑도 모바일쇼핑을 새로운 수익원으로 선정해 소비자들의 얇아진 지갑을 공략하고 있다. 유통업계가 주목하는 새로운 먹거리 산업을 조망한다.[편집자]

 

1990년대초 국내에 자리잡기 시작한 대형마트들은 약 20년간 유례없는 호황을 누렸다. 저렴한 가격, 쾌적한 쇼핑공간을 앞세워 IMF 외환위기 때도 매년 50%에 이르는 성장세를 기록했다.

대형마트는 이렇게 벌어들인 돈으로 헐값에 나온 땅(점포부지)을 사들여 개발이익을 톡톡히 누렸다. 모 대형마트는 매입한 토지의 공시지가가 한해만에 20% 가량 오르기도 했다. 자고 일어나면 땅값이 오르고, 오픈하면 손님이 우르르 몰리는 특수를 누린 것이다. 하지만 이 같은 호황은 이제 옛일이 돼버렸다. 덩치가 너무 커진 바람에 온갖 규제에 몸이 묶였고 성장은 정체됐다.

 

◇ 위축된 대형마트..해외서도 고전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 2011년 10.9%의 높은 성장률을 기록하던 대형마트는 이듬해 5.0%로 성장률이 둔화된데 이어 지난해는 1.9% 성장에 그쳤다. 통계청 통계에는 고성장을 지속하는 아울렛과 면세점, 복합쇼핑몰 등이 포함돼있다. 따라서 순수한 대형마트 매출은 지난해 역신장했을 가능성이 높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이마저도 백화점(2.6%), 슈퍼마켓(5.3%), 편의점(7.8%)에 못미치는 실적이다.

대형마트의 실적부진은 소비침체와 영업규제, 소비트렌드 변화에서 원인을 찾을 수 있다. 특히 유통산업발전법 시행으로 의무휴일과 영업시간 제한이 도입되고 신규출점이 사실상 허가제로 바뀜에 따라 대형마트 성장세가 크게 둔화됐다. 영업규제의 실익이 크지 않다는 주장이 끊임없이 나오고 있지만, 칼자루를 쥔 정치권과 지방자치단체들이 규제완화에 미온적이라 대형마트가 예전과 같은 성장세를 구가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대안으로 해외진출이 꼽히지만 의미있는 성과를 기대하기는 일러 보인다. 국내 대형마트 중 가장 먼저 해외에 진출한 이마트는 중국시장에서 고배를 마시고 해외사업을 원점에서 재검토 중이며, 국내보다 해외에 더 많은 점포를 운영하는 롯데마트도 폐점 점포가 나오는 등 현지 정착에 어려움을 겪는 상황이다.

◇ 온라인, 성장동력 급부상

대형마트들이 온라인과 편의점을 대안으로 삼은 것도 이들 업종이 공정거래위원회의 규제를 받고 있지만 대형마트에 비해 규제강도가 훨씬 덜하기 때문이다.

특히 이마트는 온라인몰을 차세대 전략사업으로 집중 육성하고 있다. 지난해 전자결제업체인 '신세계페이먼츠'를 설립한 데 이어 올해는 신세계몰과 이마트몰, 트레이더스몰을 합친 통합 온라인몰 'SSG닷컴'을 오픈했다. 또 경기도 용인에 하루 1만건(점포 30개 물량)의 주문을 소화할 수 있는 온라인 전용물류센터 가동을 준비하는 등 관련 인프라 구축에 공을 들이고 있다.

이마트 관계자는 "대형마트가 운영하는 온라인몰은 중소형 판매자 위주의 오픈마켓과 달리 온오프라인을 연계해 판매할 수 있고 사후보상(A/S) 등의 장점이 있다"며 "특히 신선도가 무엇보다 중요한 식품분야의 성장 가능성이 높을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증권업계는 대형마트의 온라인몰 사업확대를 불가피한 수순으로 보고 있다. 점포 출점이 막힌 상태에서 이를 대신할 유력한 수단은 온라인몰이 될 수밖에 없다는 얘기다. 손윤경 키움증권 연구원은 최근 보고서에서 "온라인으로 흡수할 수 있는 잠재시장 규모는 40조원 정도로 추정된다"며 "이마트는 오프라인에서 형성한 신선식품의 높은 인지도를 바탕으로 중장기 성장동력을 확보하려 할 것"이라고 말했다.

 

▲ 대형마트들은 불황탈출을 위해 온라인몰과 편의점을 전략적으로 육성하고 있다. (그래픽=한규하 기자)


◇ 규제 덜한 편의점에 속속 진출

편의점도 공정위 모범거래 기준에 의한 출점규제(250m 이내 동일 브랜드 점포개설 제한)를 받고 있다. 하지만 이 규제는 점포 1000개 이상을 둔 업체들만 적용된다. 새롭게 사업을 시작하는 이마트와 홈플러스는 규제대상에 포함되지 않는다. 이마트와 홈플러스가 최근 1~2년새 '위드미'와 '365플러스'라는 브랜드를 앞세워 CU·GS25·세븐일레븐·미니스톱의 아성에 도전장을 내민 것도 비교적 자유로운 진출이 가능한 분야가 편의점이기 때문이다.

다만 편의점은 상품구색이나 물류체계가 대형마트와 다르고 점포 운영을 위해 별도의 전산시스템을 구축해야하는 등 투자가 필요하다. 또 규모의 경제를 이루려면 1000개 이상의 점포를 확보해야하는 등 보이지 않는 진입장벽이 존재한다. 편의점업계 관계자는 "위드미와 365플러스 점포수가 100여개 안팎이라 아직 심각한 위협은 되지 않고 있다"며 "두 회사가 자본력을 앞세울 경우 상황이 달라지겠지만, 점포수를 늘리고 기존 업체의 운영노하우를 습득할 때까지는 적지 않은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말했다.

 

◇ 근린형 소비확산..창업수요도

대형마트가 편의점 시장에 진출한 것은 저출산 고령화로 1~2인 가구가 지속적으로 증가하는 사회변화와도 관계가 깊다. 1~2인 가구는 전체 가구의 절반을 차지할 정도로 주된 가구유형으로 자리잡았다. 이들은 집근처 점포에서 소량의 상품을 자주 구매하는 특징을 보인다. 일주일에 한두번 대형마트를 방문해 필요한 물품을 카트에 가득 담아오는 3~4인 가구와 다른 소비행태를 갖고 있다.

 

실제 국내 편의점업계의 2010~2013년 연평균성장률은 14.5%로 전체 유통업계 평균성장률(4.9%)을 웃돈다. 대형마트로선 이탈하는 소비자를 잡아둘 새로운 유통채널로 편의점을 활용할 가치가 충분했던 셈이다. 여기에 창업수요가 꾸준한 것도 점포수 확대에 대한 대형마트의 고민을 덜어줬다.

 

홈플러스 관계자는 "은퇴 이후를 걱정하는 사람들이 늘면서 안정적인 프랜차이즈 창업에 관심이 높아졌다'며 "최근엔 주부와 30대 젊은층의 창업문의도 증가하면서 1주일에 15~20건의 상담문의가 들어오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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