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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랜드는 힘]⑤락앤락, 중국 '食문화' 뒤집기

  • 2014.05.29(목) 11:27

비즈니스워치 창간 1주년 특별기획 <좋은 기업>
소비자들의 니즈 반영..밀폐용기 시장 석권
고급화·현지화 전략으로 '브랜드 파워' 높여

[중국 베이징=정재웅 기자]베이징 시내에서 택시를 타면 섬뜩할 때가 많다. 베이징의 교통은 신호등만으로는 통제 불능 수준이다. 사람보다는 자동차가 우선이다. 끼어들기와 급정거는 기본이다.

 

그래도 가끔 여유가 생길 때도 있다. 그때마다 운전자들이 손에 드는 게 있다. 물병이다. 물병 속에는 '차(茶)'가 담겨있다. 중국인들은 어디에서든 물병에 차를 담아 마신다. 차의 종류도 다양하다. 하지만 물병은 꼭 한가지만 쓴다. '락앤락'이다.

 
◇ 락앤락, 중국인의 마음을 읽다
 
중국은 음식 천국이다. 땅이 넓고 사람들이 많이 살다보니 각 지역별로 음식의 재료도 맛도 다양하다. 그런만큼 부엌이 발달돼 있다. 이런 부엌에 작은 변화가 일기 시작했다. 부엌의 변화는 중국의 경제 상황 변화와 맞물려 있다.
 
과거 중국에는 맞벌이 부부가 많지 않았다. 독신 인구도 적었다. 따라서 식품을 할인마트나 식품매장에서 대량으로 구매, 냉장고에 보관해 먹는 형태였다. 웰빙 열풍이 불기 전이어서 냉장고에 보관한 음식의 신선도를 유지해 주는 밀폐용기의 필요성도 못느꼈다.

▲ 락앤락 상하이 신세계 1호점. 락앤락은 중국 진출 당시부터 고급 브랜드 전략을 구사했다. 중국 내에서 생산되는 제품은 전량 해외로 수출했다. 중국 내수 시장에 공급되는 제품은 모두 한국에서 만든 제품이다. 유통망도 백화점 등 고급 채널로 특화했다. 이런 전략이 먹히면서 락앤락은 지금도 중국인들에게 고급 브랜드로 각인돼 있다.

 
그러나 중국이 성장기에 접어들면서 이런 현상들이 바뀌기 시작했다. 소득 수준이 향상되고 생활이 바빠지다보니 신선 식품에 대한 수요가 늘었다. 마침 불어닥친 웰빙 열풍도 이런 수요의 확산을 뒷받침했다.
 
코스로 한껏 차려놓고 먹는 문화에서 간편하게 들고 다니며 신선한 음식을 언제든 먹을 수 있는 문화로 바뀌고 있는 것이다. 부엌에서 음식을 조리하는 시간이 줄어든 대신 마트에서 구입한 음식을 오래 보관하고 간편하게 먹으려는 수요가 많아졌다.
 
락앤락은 이런 수요를 노렸다. 당시만 해도 중국에는 밀폐용기의 개념조차 없었다. 락앤락의 밀폐용기는 중국인들이 원하는 웰빙과 간편함 두 가지 요건을 모두 충족했다. 중국에서는 이제 '락앤락=밀폐용기'라는 등식이 보편화됐다.
 
◇ 철저한 '현지화'로 성공 신화를 쓰다
 
락앤락이 중국 시장에 진출한 것은 지난 2004년이다. 특이한 것은 다른 기업과 달리 락앤락은 중국 시장 진출 당시 지사 설립과 동시에 생산 기지도 건설했다는 점이다. 대부분의 중국 진출 기업은 지사부터 설립한 후 공장을 짓는다. 하지만 락앤락은 이를 동시에 진행했다.
 
중국에서 생산하고 중국의 내수 시장까지 한꺼번에 잡겠다는 복안이었다. 이런 생각은 대성공을 거뒀다. 마침 당시 중국에 '대장금' 등 한류 열풍이 불면서 락앤락은 급성장하기 시작했다. 대장금이 소개하는 한국 문화와 이를 담아내는 락앤락이 시너지를 낸 것이다. 락앤락은 이제 중국의 국민 브랜드로 성장했다. 실제로 지난 2007년부터 작년까지 락앤락은 나이키, 필립스 등 세계적인 브랜드들과 함께 상하이 인기 브랜드로 선정됐다. 
 
락앤락이 비교적 짧은 시간에 국민 브랜드로 성장한 것은 치밀한 계산에 따른 것이었다. 락앤락은 중국 공장에서 생산된 제품은 중국 내수 시장에 공급하지 않았다. 전량 해외로 수출했다. 대신 중국 내수 시장에는 한국에서 생산한 제품을 공급했다. 중국인들 조차 'Made in China' 제품에 대한 불신이 높던 시기였다.

▲ 락앤락이 중국에서 공전의 히트를 친 '차(茶)통'. 차잎을 우려서 마시는 중국인들의 습성을 고려해 스테인리스 거름망을 적용, 중국에서만 7000만개를 판매했다. 락앤락의 이같은 현지화 전략은 중국 내에서 락앤락이 급성장할 수 있는 토대가 됐다.

덕분에 락앤락은 중국인들에게 고급 제품이라는 이미지를 심을 수 있었다. 가격도 비싸게 책정했지만 락앤락의 밀폐용기는 불티나게 팔렸다. 유통망도 백화점 등 고급 상권 위주로 구성했다. 중국인들에게 락앤락은 꼭 갖고 싶은 제품이 됐다.
 
락앤락이 중국에서 성공할 수 있었던 결정적 요소는 '현지화'다. 우리와 달리 차잎을 우려서 먹는 중국의 차 문화에 주목했다. 스테인리스 거름망을 넣어 위생적으로 차잎을 우려 먹을 수 있게 만든 차통은 중국에서 7000만개가 판매됐다.
 
또 중국인들의 미감을 고려해 색깔도 파스텔톤이 아닌 검정, 빨강 등 원색을 사용했다. 다목적 수납용기도 중국 주택의 특성을 고려해 다양한 사이즈로 출시했다. 이런 철저한 현지화 전략은 중국인들에게 락앤락이라는 브랜드를 각인시키기에 충분했다.

◇ '브랜드 파워'로 위기 넘는다 
 
락앤락은 중국 시장의 성공을 바탕으로 승승장구했다. 작년 전체 매출액의 52.4%가 중국에서 나왔을 만큼 락앤락에게 중국은 가장 중요한 시장이다. 하지만 최근에는 중국의 경제성장 둔화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락앤락의 지난 1분기 실적은 매출액의 경우 전년대비 2.7% 감소했다. 중국 시장 매출액은 17.5%나 줄었다. 이에 따라 일부에서는 락앤락의 중국 성공 신화가 끝난 것이 아니냐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그러나 중국 현지의 분위기는 다르다. 베이징에서 만난 한 대기업 주재원은 "한국 대기업들이 중국에서 대부분 어려움을 겪고 있지만 락앤락의 인기는 여전하다"면서 "초기에 브랜드 세팅을 잘 한데다 품질도 좋아 여전히 수요가 많다"고 말했다.
 
락앤락은 최근 중국 영업조직을 재편했다. 지난 2012년 말 196개에 달했던 간접영업 도매상을 152곳으로 줄였다. 할인점 영업을 축소하고 최근 성장하고 있는 인터넷 쇼핑몰에 집중키로 했다. 지난 2004년 중국에 진출했던 당시의 초심으로 돌아간다는 것이 락앤락의 전략이다. 처음부터 다시 차근차근 비효율을 없애겠다는 생각이다. 중국 내에서 밀폐용기 브랜드 파워 1위를 고수하고 있는 만큼 이를 바탕으로 시장을 수성하겠다는 복안이다.
 
업계 관계자는 "중국 경제 성장 둔화로 실적이 잠시 주춤하고 있지만 중국 내에서 락앤락의 브랜드 파워는 대단하다"며 "중국 정부의 내수 부양책 등이 본격화되면 락앤락은 다시 빛을 발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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