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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랜드는 힘]④샤오지에, 설화수에 꽂히다

  • 2014.05.27(화) 07:42

비즈니스워치 창간 1주년 특별기획 <좋은 기업>
척박했던 중국 시장서 '고급 브랜드'로 자리매김
'한류+혁신+마케팅' 덕에 시장 석권..'K-Beauty' 정착

[중국 베이징=정재웅 기자]지난 5월 15일 오후, 베이징시 왕징 '카이더(凱德)몰(Mall)'. 점심시간이 훌쩍 지났음에도 몰 내부는 사람들로 북적댄다. 특히 지하 식품 매장에는 장 보러 온 사람들로 장사진을 치고 있다. 1층 잡화 매장에서는 유독 한국 중저가 화장품 브랜드인 '이니스프리' 매장에 사람이 몰렸다. 주로 젊은 여성들이 이야기를 나누며 쇼핑에 여념이 없다.
 
◇ "선물이요? '설화수'가 대세죠"
 
중국 여성들이 한국 화장품에 제대로 꽂혔다. 한국 브랜드가 인기를 끄는 이유는 동양이라는 동질성 때문이다. 해외 브랜드의 경우 서양인 맞춤형이지만 한국 브랜드는 동양인 맞춤형이란 점이 어필하고 있다. 특히 한국 제품은 안전하고 품질이 좋다는 인식이 강하다.
 
중국도 이제는 음식은 물론 각종 생활용품의 '안전'에 대한 관심이 높다. 언론 등을 통해 자국의 화장품을 사용했다가 낭패를 본 일들이 소개되면서 안전하고 품질이 좋은 한국 화장품에 대한 수요가 늘어나고 있다.
 
▲ 중국 백화점내 설화수 매장. 아모레퍼시픽의 '설화수'는 이제 중국 내에서 고급 브랜드로 통한다.

여기에 중국에 불고 있는 '한류'열풍도 한국산 화장품 성장에 큰 역할을 하고 있다. 같은 피부색을 가진 한국의 연예인들을 보면서 한국 화장품을 쓰면 우리도 저렇게 될 수 있다는 동경이 화장품 수요로 연결되고 있다.

이돈기 코트라 베이징 무역관 차장은 "최근 중국 사람들 사이에서 '설화수' 선물세트에 대한 인기가 높다"면서 "예전에는 홍삼세트가 최고였지만 이젠 설화수가 단연 대세"라고 말했다.
 
◇ '설화수'로 양귀비들의 마음을 얻다
 
중국 화장품 시장을 공략하는 국내 대표주자는 아모레퍼시픽이다. 현재 중국에 설화수, 라네즈, 마몽드, 에뛰드, 이니스프리 등 5개 브랜드로 총 3226개 매장을 운영하고 있다. 고가부터 중저가까지 아우른다. 그 토대는 고급 제품인 설화수가 만들었다.
 
설화수 브랜드는 중국인들 사이에서 핫아이템으로 통한다. '짝퉁'이 나돌 정도다. 여타 화장품 브랜드보다 고가임에도 날개 돋친 듯 팔린다. 중국인들 사이에서 설화수를 쓰는 사람은 '돈 있고 멋을 아는 사람'으로 통한다. 그들은 설화수가 주는 고급스런 이미지에 지갑을 열고 있다.

아모레퍼시픽이 중국 시장에 진출한 것은 올해로 20년째다. 지금은 중국인들의 인기를 한몸에 얻고 있지만 초창기에는 어려움도 많이 겪었다. 당시만해도 중국 화장품 시장이 제대로 형성되지 않았다. 게다가 고급 제품 시장은 글로벌 업체들이 이미 시장을 장악하고 있었다.
 
 
아모레퍼시픽은 불리한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 유통 채널 확보에 승부수를 띄웠다. 백화점은 물론 면세점과 전문점들을 잇따라 오픈하기 시작했다. 특히 백화점과 면세점에 심혈을 기울였다. 값싼 중국산 제품과 차별화하고 고급 브랜드라는 이미지를 심기 위해서다. 베이징에 거주하는 한 주재원은 "중국 사람들에게 설화수는 고급스런 이미지의 한국을 대변한다"며 "이것이 설화수에 열광하는 이유"라고 말했다.

아모레퍼시픽의 이런 노력은 차츰 브랜드 인지도 향상을 가져왔다. 중국 여성들에게 설화수는 '가장 받고 싶은 선물'이 됐다. 때마침 불어닥친 한류의 영향도 컸다. 한국 연예인처럼 예뻐지고 싶다는 욕망이 설화수에 투영됐다. 그 덕에 아모레퍼시픽은 마침내 지난 2007년 영업이익 흑자 전환에 성공한다. 
 
아모레퍼시픽의 지난 1분기 매출액은 전년대비 15.9% 증가한 9318억원을 기록했다. 영업이익은 전년대비 25.3% 늘어난 1757억원이었다. 주목할 점은 같은 기간 중국 매출이 전년대비 35.4% 증가했다는 것이다. 중국의 덕을 톡톡히 본 셈이다.

실제로 면세점을 통해 중국인들이 아모레퍼시픽 제품을 대거 사들이고 있다. 아모레퍼시픽의 면세 채널 매출은 전년대비 76.6% 증가했다. 이중 중국인 비중이 68%에 달한다. 중국인들에게 설화수 브랜드는 이제 한국의 미(美)를 대표하는 브랜드가 됐다. 
 
◇ 中 시장에 'K-Beauty'를 심다
 
▲ 자료:Euro Monitor, 대신증권 리서치센터.

중국 시장은 여전히 가능성이 많은 곳이다. 대신증권에 따르면 작년 중국의 화장품 시장 규모는 전년대비 8.7% 증가한 약 48조원 규모다. 하지만 중국의 1인당 화장품 소비 금액은 선진국에 비해 여전히 낮다.
 
현재 중국의 소비 패턴은 선진국형으로 변화하고 있다. 따라서 중국 화장품 시장도 지속적인 성장이 가능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여기에 중국 정부의 내수 부양정책과 임금 상승에 따른 구매력 증가도 한국 화장품의 중국 시장 전망을 밝게하는 요인이다.

박신애 대신증권 연구원은 "국내 화장품 업체들은 한류 열풍 덕분에 다른 나라보다 중국, 아세안 시장 공략이 용이하다"며 "중국 화장품 시장은 향후 3년간 연평균 13%의 성장세를 보일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에 따라 아모레퍼시픽도 중국시장 전략에 변화를 주고 있다. R&D 조직 개편을 통해 디자인 역량과 브랜드 가치를 끌어올리는데 중점을 두고 있다. 이를 통해 이른바 'K-Beauty' 브랜드 이미지를 확고하게 심겠다는 전략이다.
 
▲ 자료:Euro Monitor, 대신증권 리서치센터.

작년에는 마몽드 브랜드 리뉴얼과 쿠션 파운데이션 등 혁신 제품을 중국 시장에 선보였다. 보유하고 있는 다양한 브랜드 라인(설화수, 이니스프리, 헤라, 한율 등)도 한국적인 미와 현대적인 감각을 조화시키는 글로벌화에 집중하고 있다.

박나영 키움증권 연구원은 "아모레퍼시픽의 고성장은 2분기에도 이어질 것"이라며 "중국의 경우 라네즈와 이니스프리가 중국 온라인 판매 상위권에 랭크돼 있고 각 브랜드의 활발한 출점이 예상돼 중국 법인은 고성장을 이어갈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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