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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랜드는 힘]③13억을 파고 든 '현대속도'

  • 2014.05.26(월) 15:08

비즈니스워치 창간 1주년 특별기획 <좋은 기업>
2002년 중국 첫 진출..철저한 현지화로 급성장
올해 108만대 목표..연내 누적 1000만대 돌파

[중국 베이징=정재웅 기자]"요즘 한국 주재원들 중에서 웃고 다니는 사람들은 모두 현대차 사람들입니다."

베이징에서 만난 한 민간기업 주재원 이야기다. 최근 한국 기업들은 중국에서 어려움을 겪고 있다. 중국의 경제성장률이 8%를 밑돌면서 그 여파가 실물 경기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는 탓이다. 하지만 예외가 있다. 현대차다. 베이징 시내 곳곳에서 고개를 돌릴때마다 현대차를 만날 수 있다. 그만큼 많이 판매됐다는 이야기다. 택시는 말할 것도 없이 일반 승용차까지 현대차 천국이다.
 
현대차가 이처럼 각광 받는 것은 무엇보다도 가격과 성능면에서 뛰어나기 때문이다. 특히 현대차 특유의 젊은 브랜드 이미지와 소비자들의 니즈를 반영한 디자인은 중국인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이것이 13억 중국인들도 감탄한 '현대속도'의 힘이다. 현대차는 이 힘을 바탕으로 시장 확대에 나서고 있다.
 
◇ '부르몽의 악몽' 중국으로 씻다
 
현대차가 중국 시장에 첫 발을 디딘 것은 지난 2002년이다. 현대차는 베이징자동차그룹(BAIC·北京汽车)과 손잡고 베이징현대(北京現代)를 세웠다. 중국 정부의 정책상 외국 회사가 자국 내 자동차 시장에 진입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로컬기업과 합작해야 했다.
 
중국 정부의 이런 정책은 중국이 단시간 내에 세계 최대 자동차 시장으로 성장하는 데 큰 힘이 됐다. 중국 거리 곳곳에 글로벌 메이커의 자동차들이 넘쳐나는 이유다. 베이징현대도 현대차와 베이징기차가 50대 50의 지분으로 설립한 합작회사다.

▲ 베이징현대 3공장. 현대차는 중국 현지에 총 3개의 승용차 공장과 1개의 상용차 공장을 보유하고 있다. 베이징현대에는 재고 물량이 없는 것으로 유명하다. 만들어 내는 즉시 판매되기 때문이다. 그만큼 중국 현지에서 현대차의 인기는 대단하다. 현대차는 점점 더 늘어나고 있는 중국 수요에 대비하기 위해 현재 4공장 착공을 추진하고 있다.

사실 현대차의 중국 진출은 지난 99년부터 시작됐다. 당시 기아차를 인수한 정몽구 회장은 규모를 갖춘 만큼 이제 해외로 눈을 돌려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 첫 목표지가 바로 중국이었다. 13억 인구의 중국은 정 회장에게 매력적인 시장이었다.
 
캐나다 부르몽 공장에서 해외진출 실패를 맛봤던 현대차는 중국을 재기의 교두보로 정했다. 정 회장은 곧바로 중국에 현지 공장 건설을 지시했다. 이미 폭스바겐 등 글로벌 브랜드들은 중국 시장에 진출한 상황이었다. 현대차는 그 격차를 줄여야 했다.
 
정 회장의 지휘 아래 현대차는 중국 진출에 속도를 내기 시작했다. 2001년부터 구체화되기 시작했던 현대차의 중국 진출 프로젝트는 지난 2002년 베이징시 순의구(順義區)에 공장을 준공하면서 중국 공략의 서막을 열었다. 불과 1년만의 일이었다.
 
더욱 놀라운 것은 공장 준공 7개월여 만에 첫 차를 생산했다는 점이다. 당시 베이징현대는 중국 공략의 첫 차로 EF쏘나타를 내놨다. 이미 국내 시장에서 검증을 받은 차였다. 2003년 베이징현대는 5만여대 판매를 기록하며 연착륙에 성공했다.
 
◇ 점점 빨라지는 '현대속도'
 
이후 베이징현대는 성장을 위한 엑셀러레이터를 밟기 시작했다. 이른바 '현대속도'다. '현대속도'는 중국 자동차 업계가 만든 말이다. 지난 2004년에는 중국어 사전에도 정식으로 등록됐다. 중국 대학에서는 '현대속도'를 해외 자본의 중국 공략 성공사례로 가르치고 있다.

사실 현대차도 진출 초기에는 어려움을 겪었다. 중국 소비자들에게 어필할 만한 것이 없었다. 기존 업체들의 견제도 심했다. 고민하던 현대차는 베이징시의 택시에 주목했다. 틈새시장이었다. 폭스바겐 '싼타나'가 점령한 베이징시 택시를 아반떼XD(현지명 : 엘란트라)로 교체하는데 주력했다. 판매량 확대는 물론 브랜드를 널리 알릴 수 있다고 판단했다. 현대차는 집요하게 베이징시를 설득했다.

▲ 중국 시장에 진출한 현대차는 판매 확대에 고심한다. 그래서 선택한 것이 베이징시의 택시다. 그리고 이 전략은 대성공을 거뒀다. 베이징현대의 베이징시 택시 점유율은 85%에 달한다. 현대차의 택시 전략은 '현대속도'를 더욱 빠르게하는 원동력이 됐다.

마침내 지난 2008년 베이징시는 올림픽을 앞두고 베이징시 택시의 표준을 베이징현대의 엘란트라를 채택했다. 당시 베이징시는 택시 교체작업을 진행 중이었다. 규모만해도 6만7000대다. 현재 베이징시내 택시의 85%가 엘란트라다.
 
택시뿐만 아니다. 현대차는 본격적으로 시장을 확대했다. 중국 전략형 현지 모델 개발에 나섰다. 중국의 디자인학과 교수 등을 초빙해 현지의 의견을 적극 반영했다. 결과는 대성공이었다. 베이징현대는 지난 2003년 5만2128대를 판매했다. 하지만 불과 1년 후인 2004년에는 2배가 넘는 14만4000여대를 판매한다. 이후 매년 판매기록을 갈아치웠다. 작년에는 총 3개 현지 공장을 통해 100만대를 넘게 판매했다. 
 

올해 베이징현대의 판매목표는 108만대다. 올해 들어 지난 4월까지 누적 판매량으로도 이미 중국 시장에서 GM을 넘어섰다. 현대차는 이 기세를 몰아 중국 내 점유율을 더욱 높인다는 전략이다. '현대속도'는 지금도 진행형이다.
 
중국에서 현대차는 이제 확실히 자리를 잡았다. 이돈기 코트라 베이징 무역관 차장은 "중국에서, 특히 베이징에서 현대차의 인기는 대단하다"며 "가격대비 성능과 디자인은 물론 브랜드 이미지 측면에서도 중국 사람들에게 크게 어필하고 있다"고 말했다.

▲ 현대차는 이제 중국에서 젊고 다이나믹한 브랜드로 자리잡았다. 최근에는 한류 스타인 김수현을 앞세워 올해 출시될 중국 전략형 SUV 'ix25' 마케팅에 나섰다. 현대속도는 더욱 빨라지고 있다.

임성봉 베이징현대 차장은 "현대차는 중국에서 '베이징'이 갖는 브랜드 파워에 모던, 스타일리시 이미지가 더해지며 젊은 층을 중심으로 큰 인기를 끌고 있다"면서 "전통의 강호인 GM이나 폭스바겐보다 젊은 기업이라는 인식이 강하다"고 설명했다.

현대차는 올해 중국 시장에서 누적 판매 1000만대를 돌파할 것으로 보고있다. 최근에는 4공장 설립을 추진 중이다. 늘어나는 중국 수요를 잡기 위해 생산능력을 확보하겠다는 생각이다. 현대차는 이제 '제2의 현대속도'를 준비하고 있다. 그동안의 '현대속도'가 기반 마련을 위한 것이었다면 지금부터는 도약을 위한 '현대속도'가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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