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유가가 급락하면서 알뜰주유소가 본연의 색깔을 잃어가고 있다. 유가 하락과 함께 일반주유소들이 석유제품 가격을 경쟁적으로 인하하면서 낮은 가격을 앞세웠던 알뜰주유소의 장점이 사라지고 있는 것이다.
본래 알뜰주유소는 일반주유소보다 제품을 리터 당 70~100원 가량 싸게 판매한다는 전략과 함께 탄생됐다. 하지만 실제 격차는 40원도 되지 않는 상황이다.
이처럼 경쟁력이 약화되면서 알뜰주유소 증가폭은 현저하게 줄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부는 유가하락 분을 적기에 제품 가격에 반영토록 한다는 목표로 알뜰주유소를 재차 확대할 계획이다.
◇ 사라진 가격 경쟁력
알뜰주유소는 본래 석유유통구조 개선을 통한 유가안정을 목적으로 탄생했다. 한국석유공사가 정유사를 대상으로 입찰을 통해 가장 싼 가격을 제시한 공급자를 선정, 알뜰주유소에 저렴한 석유제품을 공급해 가격을 낮추는 것이다.
하지만 원유 가격이 떨어지면서 알뜰주유소의 가격경쟁력이 약화되고 있다. 현재 석유공사는 MOPS(싱가포르현물가격)에 시장 동향과 재고 등을 감안해 가격을 정하는 데 반해 일반 정유사들은 석유공사 공급가격을 기준삼아 이보다 싸게 공급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로 인해 일반주유소와 알뜰주유소 가격 차가 좁혀지고 있다. 9일 한국석유공사 오피넷에 따르면 지난 6일 기준 알뜰주유소의 보통휘발유 가격은 일반주유소보다 리터 당 평균 32.76원 쌌다.
국제유가가 급락하기 시작한 작년 9월 1주(33.93원)보다 격차가 줄었다. 정유사들이 국제유가 하락을 반영해 공급가격을 낮췄고, 주유소들도 가격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가격을 인하했기 때문이다.
반면 알뜰주유소는 석유공사의 제품 공급가격 낙폭이 크지 않아 일반 주유소만큼 가격을 낮추지 못하고 있다. 서울에서 알뜰주유소를 운영하는 장모(56)씨는 제품 가격을 주변의 일반주유소 가격에 맞춘다고 한다. 그보다 싸게 팔면 마진이 전혀 남지 않아서다.
장 사장은 “알뜰주유소는 석유공사와 일반 정유사 대리점을 통해 절반씩 제품을 공급받는데 현재 석유공사의 가격이 더 비싸다”며 “알뜰주유소의 장점인 가격 메리트가 사라지면서 영업환경이 더욱 어려워지고 있다"고 토로했다.
이에 대해 석유공사 관계자는 “일반 정유사들이 석유공사보다 싸게 공급하겠다는 식으로 대응하고 있어 확정가격 대신 예전의 사후정산 방식으로 돌아가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 알뜰주유소 개업 '뚝'
산업통상자원부는 지난해 초 발표한 '2014년 예산사업설명서'를 통해 2013년부터 2017년까지 알뜰주유소 지원 등 석유유통시장 경쟁촉진 사업 예산으로 총 277억원이 들어갈 것으로 전망했다. 하지만 알뜰주유소가 시장에 정착하지 못한다면 예산 낭비가 될 공산이 크다.
▲ 자료: 2014년 산업통상자원부 예산사업설명서 |
알뜰주유소는 가격경쟁력에서 밀리면서 신규 개업이 현저하게 줄고 있다. 자영 알뜰주유소의 경우 2012년 상반기에는 157개나 문을 열었지만 작년 하반기에는 고작 13개에 그쳤다.
알뜰주유소협회 관계자는 “알뜰주유소가 일반주유소와 마찬가지로 마진을 내기 어려워지자 개업을 준비하던 사람들도 망설이고 있는 상황”이라며 “일반주유소에 비해 혜택이 적어 할인 및 적립카드를 늘리거나 정책 지원이 있어야 숨통이 트일 것”이라고 말했다.
■알뜰주유소
'기름값이 묘하다'는 이명박 전 대통령의 발언으로 2011년 4월 시작된 '석유가격정상화 정책'의 첫 작품이 알뜰주유소다. 알뜰주유소는 그해 12월 1호점이 생겨났다. 알뜰주유소는 한국석유공사와 농협중앙회로부터 휘발유와 경유 등을 공급받는다. 석유공사와 농협은 입찰을 통해 정유사로부터 안정적이고 싼 가격에 유류를 대량 구매한다.
알뜰주유소는 기존 주유소와 달리 부대 서비스 등을 없애 ℓ당 70~100원 싸게 판매한다는 전략이다. 하지만 실제 가격이 기존 주유소와 큰 차이가 없는 곳이 많다. 작년 12월 기준으로 알뜰주유소는 자영알뜰주유소 452개를 포함해 총 1136개가 운영되고 있다. 이는 전체 주유소의 8.9% 수준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