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뜰주유소에 앞으로 2년간 유류를 공급할 정유사로 SK에너지와 현대오일뱅크가 선정됐다. 이로써 현대오일뱅크는 5회 연속 공급권을 따냈다.
한국석유공사 및 NH농협중앙회는 14일 알뜰주유소 유류제품 공급사로 1부시장에선 SK에너지와 현대오일뱅크를 선정했다. 계약기간은 오는 9월부터 2019년 8월까지로 1개월씩 재연장이 가능하다. 반면 2부시장 공급자 선정은 유찰됐다.
알뜰주유소 유류제품 공급권은 1부와 2부시장으로 나뉜다. 1부시장은 안정적인 유류 공급을 목표로 휘발유와 경유, 등유 등을 모두 공급할 수 있어야 한다. 또 국내에 생산시설 및 수송수단을 갖춰야 하기 때문에 정유 4개사만 입찰에 참여할 수 있다. 반면 2부시장은 정유사 뿐 아니라 대리점과 수입사 등도 입찰이 가능하다.
입찰자는 MOPS(싱가포르 현물시장) 제품 가격의 월 평균가격을 기준으로 마진을 더한 가격을 써낸다. 1부시장은 입찰자가 제시한 가격과 종합적인 경영평가를 통해서, 2부시장은 최저 입찰가를 제시한 입찰자가 공급자로 선정된다.
◇ 현대오일뱅크, 5회 연속 공급권
SK에너지가 공급자로 선정된 권역은 중부권(경기·충청·강원)이고, 현대오일뱅크는 남부권(영남·호남)이다.
SK에너지는 지난 4차에선 고배를 마신 뒤 이번에 다시 입찰전에서 승리했다. SK에너지는 3차(2014년 8월~2015년 7월) 공급사로 선정된 데 이어 두 번째다.
계약물량은 각 권역별로 14억4000만ℓ(±α)로 총 28억8000만ℓ 이상이다. 전체 물량을 휘발유로 가정, 지난해 정유사들의 보통휘발유 공급가격(1296.2원/ℓ)을 기준으로 하면 약 3733억원 어치의 물량이다.
현대오일뱅크는 알뜰주유소 제도 도입 이후부터 지금까지 5회 연속 유류제품 공급자로 선정됐다. 국내 정유사 가운데 내수시장 비중(54.7%)이 가장 큰 까닭에 공급권 확보에 주력한 결과로 해석된다.
2부시장은 지난 4차 공급자 선정(2015년 7월)에 이어 이번에도 유찰됐다. 2부는 휘발유와 경유 공급자로 나뉘는데, 당시 경유 공급자로는 현대오일뱅크가 선정됐지만 휘발유 공급자는 한화토탈 만이 입찰에 참여해 한 차례 유찰된 바 있다. 이번에는 두 제품 모두 공급자를 정하지 못했다.
2부 시장 계약물량은 2개월 기본 500만ℓ에 옵션 200만ℓ리터로 2년간 최대 8400만ℓ(2개월 단위 최대 700만ℓ*2년)다. 1부 시장과 같은 기준을 적용하면 약 1089억원 어치로 1부 시장의 30% 수준이다.
사업 규모가 크지 않은 탓에 입찰 참여가 저조해 유찰된 것으로 보인다. 한국석유공사는 산업통상자원부와 협의를 통해 최대한 이른 시일 내에 재입찰을 진행할 계획이다.
◇ 의미 줄어드는 알뜰주유소 공급권
알뜰주유소 유류공급자가 내수시장 점유율 상승 등 예전의 효과를 누릴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정유사들에게 내수보단 해외 시장의 중요도가 더 크고, 국내서도 알뜰주유소가 차지하는 비중이 크지 않아서다.
정유업계 1위인 SK이노베이션의 경우, 지난해 석유사업에서 수출(14조9447억원) 및 해외 판매(20조8830억원) 매출은 총 35조8277억원으로 전체(52조4689억원)의 68.3%를 차지했다. GS칼텍스와 에쓰오일 역시 수출 비중은 66%와 52.4%로 절반 이상이다. 업계 막내인 현대오일뱅크 만 내수 비중이 54.7%로 수출보다 높다.
국내 주유소 가운데 알뜰주유소 비중은 10% 수준이다. 이를 감안하면 정유사가 알뜰주유소 유류공급을 통해 기대할 수 있는 효과는 크지 않다.
또 알뜰주유소 제품 공급을 통한 내수시장 점유율 상승도 예전만 못하다. 알뜰주유소 도입 초기만 해도 유류공급권을 따낸 정유사들은 2%포인트 정도의 점유율 상승 효과를 누렸다.
이에 반해 가장 최근인 2015년 8월 공급자로 선정된 현대오일뱅크와 GS칼텍스의 내수 시장 점유율은 엇갈린 모습을 보였다. 현대오일뱅크의 지난해 내수 경질유 시장점유율은 21.8%로 전년(22.2%)대비 0.4%포인트 하락했다. GS칼텍스는 0.8%포인트 오른 25.6%이다.
같은 기간 알뜰주유소에 제품을 공급하지 않은 에쓰오일의 시장 점유율은 0.7%포인트 상승한 19.7%, 업계 1위인 SK이노베이션은 31.4%로 점유율을 유지했다. 더 이상 알뜰주유소 공급권이 내수시장 점유율 상승으로 이어진다고 보긴 어려운 상황이다.
정유업계 관계자는 “과거와 달리 국내시장 점유율 상승을 위한 업체 간 경쟁은 큰 의미가 없다”며 “알뜰주유소 유류공급사업이 고정적인 매출처를 확보할 수 있긴 하지만 규모가 작고, 전체 내수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크지 않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