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에너지 주유소가 ‘비싼 주유소’라는 오명을 벗을 수 있는 기회를 맞았다. 주유소에 석유제품을 공급하는 주인이 바뀌면서 유통단계가 이전보다 단순해져서다. 이로 인해 주유소 업계에서 정유사 브랜드별 가격 경쟁도 더욱 치열해질 전망이다.
8일 한국석유공사 오피넷에 따르면 8월 마지막 주 주유소 브랜드 별 보통휘발유 가격은 SK에너지가 리터(ℓ) 당 1489.6원으로 가장 비쌌다. GS칼텍스가 1461.67원으로 집계됐고, S-Oil과 현대오일뱅크는 각각 1447.21원, 1449.45원을 기록했다.
특히 최근 SK 주유소와 경쟁 브랜드 간의 가격 차이가 더욱 커지고 있다. 6월 첫 주 SK 주유소와 GS칼텍스 주유소 보통휘발유 가격 차이는 리터 당 15.49원, S-Oil 및 현대오일뱅크와는 각각 30.17원 27.2원 차이가 났다. 그러던 것이 8월 마지막 주에는 각각 27.93원과 42.39원, 40.15원으로 10원 이상 격차가 벌어졌다.
7월 들어 국제유가의 하락으로 주유소 제품 가격이 떨어지던 시기에는 SK 주유소가 상대적으로 가격을 덜 내렸고, 유가가 다시 오르자 경쟁 브랜드 주유소보다 인상 폭이 더욱 컸다는 의미다.
SK에너지 관계자는 “SK 주유소 제품 가격이 상대적으로 비싼 것은 유통망 뿐 아니라 서울 도심지역 주유소들이 많아 다른 지역에 비해 높은 땅값 등이 반영됐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주유소 업계에서는 SK 주유소 가격이 비싼 이유로 복잡한 유통단계를 꼽는다. SK 주유소는 SK에너지가 직접 운영하는 SK에너지 직영 주유소와 SK네트웍스 직영 주유소, SK 브랜드를 단 자영 주유소 형태 등으로 운영된다. 이 과정에서 다른 정유사 브랜드의 주유소와 달리 SK 주유소는 SK에너지가 공급하는 석유제품을 SK네트웍스를 거쳐 받았다. 유통 단계가 하나 더 있었던 셈이다.
지난달 10일 SK에너지가 SK네트웍스의 국내 석유유통사업을 3105억원에 인수하기로 결정하면서 상황은 바뀌었다. SK와 거래 중인 자영 주유소 및 일반 운수·산업체 등 판매망, 인력과 자산 등 일체를 SK에너지가 가져오게 된다.
양사의 주주총회와 기업결합신고 등을 거쳐 11월 초 SK에너지 내 석유유통사업 통합조직이 공식 출범할 예정이다. 그 이후로는 SK에너지가 생산한 석유제품이 SK네트웍스를 거치지 않고 주유소에 공급, 유통 단계가 이전보다 단순해진다.
SK에너지 관계자는 “석유유통사업을 인수한 만큼 가격 뿐 아니라 품질과 수급, A/S(애프터서비스) 등 다방면의 서비스 수준을 높여 경쟁력을 강화할 계획”이라고 강조했다.
주유소 업계에서도 SK 주유소의 제품 도입 가격이 이전보다 낮아질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주유소협회 관계자는 “주유소의 석유제품 가격은 주유소가 들어선 입지와 주변 환경 등의 영향도 받지만 정유사로부터 공급받는 가격이 결정적인 역할을 한다”며 “이전보다 유통 단계가 줄어든 것은 가격이 떨어질 수 있는 요소”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