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호아시아나그룹이 금호고속에 대한 우선매수청구권을 행사했다. 박삼구 회장의 꿈인 그룹 재건의 첫단추가 꿰어진 셈이다. 다만 금호리조트 지분은 제외한 것으로 전해져, 당초보다 가격이 낮아질 것이란 전망이다.
금호아시아나그룹과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금호측은 9일 IBK-케이스톤 사모펀드가 제안한 매각안에 대해 우선매수청구권을 행사했다. 그동안 "금호고속을 인수한다는 입장은 변함이 없다"고 밝혀온 그대로다.
다만 금호고속이 보유한 금호리조트 지분 48.8%는 제외하는 조건을 붙인 것으로 전해졌다. 금호아시아나측은 금호산업이 금호리조트 지분 51.2%를 보유하고 있는 만큼 당장 지분을 인수하지 않더라도 경영권 행사에 지장이 없다는 판단을 한 것으로 보인다.
IBK-케이스톤은 일단 금호측의 제안을 검토한다는 계획이다. 금호측이 제시한 조건이 수용될 경우 매각가격은 당초 4000억원 후반대에서 낮아질 것으로 보인다. 세부적인 협의가 마무리되고 앞으로 90일내에 대금이 지급되면 금호고속은 3년만에 다시 옛 주인에게 돌아가게 된다.
하지만 IBK-케이스톤 사모펀드가 금호측의 수정안을 받아들이지 않을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 또 금호측이 대금 지급에 실패하면 IBK-케이스톤 사모펀드는 공개매각에 나설 수 있다.
금호아시아나그룹이 조건을 붙인 것은 자금조달 부담을 줄이려는 측면이 강하다. 금호아시아나는 금호고속외에 현재 매각이 진행중인 금호산업도 인수해야 한다. 금호산업은 아시아나항공 지분 30.1%를 보유한 그룹 지배구조의 핵심이다.
지난달 25일 실시된 금호산업 입찰에는 중견기업인 호반건설이 전략적 투자자로 참여한 상황이다. 재무적 투자자로는 MBK파트너스, IBKS-케이스톤 컨소시엄, IMM PE, 자베즈파트너스 등 사모펀드들이 의향서를 제출했다.
금호산업 매각 주간사인 산업은행과 크레디트스위스는 이들을 모두 인수적격 예비후보로 선정했다. 4월중 우선협상대상자를 결정한다는 계획아래 현재 예비실사를 진행중이다.
금호산업 우선매수청구권을 보유한 박 회장은 입찰 참가자들이 써낸 최고가격으로 금호산업 채권단 지분을 인수할 수 있다.
다만 금호산업 매각가격은 1조원을 상회할 것으로 보여 박 회장이 그룹 재건의 꿈을 이루기 위해선 적지않은 자금을 동원해야 하는 상황이다. 이와 관련 박 회장은 "순리대로 될 것"이라며 인수의지를 피력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