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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호그룹은 어디로]③박삼구 회장의 복안은?

  • 2015.02.17(화) 09:09

금호산업 매각가격 1조원 거론
자체자금 한계..백기사들에 관심

대우건설과 대한통운 등을 인수한 후유증을 극복하지 못하며 이른바 '승자의 저주'에 빠졌던 금호아시아나그룹이 각고의 노력을 통해 경영정상화를 이뤄냈다. 이제 주인을 결정해야 하는 문제만이 남았다. 경영정상화를 지휘했던 박삼구 회장이 그룹 재건의 꿈을 이룰 것인지, 아니면 새 주인이 나타날 것인지 이르면 상반기 안에 결정된다. 금호아시아나그룹 지배구조의 핵심인 금호산업 매각 상황을 정리해본다. [편집자]

 

금호산업 인수전에서 가장 앞서 있는 것은 역시 박삼구 회장이다. 금호산업 지분 ' 50%+1주'에 대한 우선매수청구권을 보유하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안심할 수 있는 상황은 아니다. 우선매수청구권이 금호산업 경영권을 담보하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박 회장은 금호산업 입찰 참가자들이 써낸 가격중 가장 높은 가격으로 채권단 지분을 인수해야 한다.

 

결국 이번 금호산업 인수전의 가장 큰 변수는 박 회장의 '자금 동원력'인 셈이다.

 

 

◇ 몸값 높아지는 금호산업

 

16일 현재 시가총액 기준 금호산업 채권단 지분 가치는 대략 5000억원을 넘는다. 지난해 1만원대에 머물던 금호산업 주가는 매각소식이 전해지며 한때 3만원선을 넘어서는 등 시가총액이 늘어난 상태다.

 

여기에 금호산업은 물론 아시아나항공 경영권 등을 감안하면 매각가격이 1조원에 달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실제 채권단 내부에서도 주당 6만원은 받아야 한다는 기류가 강하다는 전언이다. 금호산업 매각대상 지분이 1700만주라는 점을 감안하면 매각대금은 1조원선이다.

 

문제는 박 회장이 당장 동원할 수 있는 자금이 턱없이 부족하다는 점이다. 박 회장은 이미 사재를 털어 금호산업과 금호타이어 유상증자에 참여한 바 있다. 재계 안팎에서는 박 회장이 직접 가용할 수 있는 자금은 1500억원 수준이라고 보고 있다.

 

이런 상황인만큼 박 회장 입장에서는 당연히 최대한 낮은 선에서 입찰가격이 정해지는 게 최선이다. 반면 채권단은 출자한 돈을 최대한 회수하기 위해 매각가격을 높인다는 방침이다. 특히 채권단은 매각을 앞두고 충돌이 일어난 금호고속의 사례를 방지하지 위해 박 회장이 정상적인 매각을 방해할 경우 우선매수청구권을 박탈할 수도 있다는 경고를 한 상태다.

 

◇ 백기사는 누구?

 

자력으로 금호산업을 인수하기 어려운 상황인 만큼 박 회장이 어떤 방식으로 금호산업 인수에 나설 것인지를 놓고 다양한 전망들이 나온다. 금호아시아나그룹은 "인수자금에는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지만 인수자금 상당부분을 외부에서 조달해야 하는 입장인 만큼 '백기사'들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는 분석이다.

 

일단 산업은행의 경우 인수자금 지원은 불가능하다는 점을 분명히 한 상태다. 홍기택 산업은행 회장은 지난달말 "산업은행이 금호산업 인수금융에 참여하기는 어려울 것"이라며 "특히 박삼구 회장에게 자금을 지원하는 것은 공정성에 문제가 있고, 특혜시비가 일 수 있어 가능하지 않다"고 밝혔다.

 

국내 사모펀드들도 박 회장과 손 잡을 가능성은 높지 않다는 분석이 많다. 사모펀드가 투자했던 금호고속을 둘러싼 갈등이 주된 요인이다. 금호고속 지분 100%를 보유하고 있는 IBK-케이스톤 펀드는 최근 금호고속 매각을 놓고 금호측과 물리적 충돌을 빚기도 했다. 이런 상황을 본 사모펀들이 박 회장에게 힘을 실어주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재계에서는 다른 대기업들과의 연합, 그리고 국내 연기금, 해외투자 유치 등의 방법이 조합될 것으로 보고 있다. 일단 재계에서는 박 회장과 사돈관계인 대상그룹이 백기사로 나설 가능성이 크다고 본다. 임창욱 대상그룹 명예회장의 부인인 박현주 대상홀딩스 부회장이 박삼구 회장의 여동생이다.

 

또 아시아나항공을 매개로 후보군으로 분류되는 롯데나 신세계, CJ 등을 사업 파트너로 끌어들일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박 회장이 경영권을 보장받는 대신 사업기회를 나누는 방식을 동원할 수 있다. 그밖에 군인공제회 등도 우호세력으로 거론된다. 군인공제회는 과거 금호타이어 지분을 보유하는 등 박 회장과 유대관계를 가지고 있다.

 

해외 사모펀드 등으로부터 투자를 받을 수 있지만 매각대상에 아시아나항공 경영권이 포함된다는 점을 감안하면 소수지분에 그칠 것으로 보인다. 국내 법상 해외 사모펀드의 국내 항공사 인수가 제한돼 있기 때문이다. 또 과거 대우건설 사례에서 보듯 과도한 풋백옵션 등이 보장될 경우 후폭풍에 시달릴 수도 있다.

 

박 회장으로선 자체 자금 외에 다른 대기업과의 협업, 해외자금 유치 등 동원 가능한 요소들을 적절하게 조합해야 하는 입장이다. 박 회장은 금호산업 인수전에서 가장 앞서 있는 구도지만 자칫 삐끗할 경우 그룹 재건의 꿈이 무산될 수도 있는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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