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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먹거리 찾기]한화, '석유화학' 최강자로 우뚝

  • 2015.07.08(수) 08:52

한화종합화학·한화토탈 합류로 '석유화학 No. 1'
업황 저점일 때 '빅딜' 성사..주력사업에 탄력

일본의 부활과 중국의 추격으로 한국 제조업의 설 자리가 점점 좁아지고 있다. 침체에 빠진 내수시장은 나아질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으며 올해 들어서는 수출도 위축되고 있다. 주요 기업들은 기존 사업분야의 한계가 다가오고 있는 만큼 새로운 시장을 만들어 내야 하는 숙제를 안고 있다. 최근들어 기업들이 새 먹거리로 삼고 있는 사업에 대한 소개와 미래 전망 등을 짚어본다. [편집자]

 

"잘 알고 잘할 수 있는 사업에 더욱 집중함으로써 그룹의 핵심역량을 글로벌 수준으로 혁신하고자 한다."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은 올해 신년사에서 이렇게 말했다. 작년 11월 세간을 놀래킨 삼성과의 '빅딜' 얘기였다. 김 회장은 이를 한화케미칼, 대한생명 인수에 이어 '그룹의 명운을 건 또 한번의 역사적 도전'이라고 칭했다. 선대회장에 이어 취임 당시부터 이끌어온 화학부문을 초일류로 키우겠다는 의지의 표현이었다.

 

한화는 지난 4월말 삼성그룹으로부터 삼성종합화학과 삼성토탈 인수를 완료하고 사명을 한화종합화학과 한화토탈로 바꿨다. 한화그룹 석유화학 부문은 2개사를 새로 맞으면서 기존 한화케미칼, 여천NCC, 한화화인케미칼, 한화첨단소재와 함께 6사 체제를 구축했다.

 

 

◇ 유화사업 매출 19조..국내 1위로

 

삼성에서 석유화학사업은 '서자'였다. 세간에 삼성은 '전자'와 '후자'로 나뉜다는 말이 있기도 하지만 내부적으로 석유화학사업은 경영 평가나 투자 우선순위에서 밀리기 일쑤였다. 삼성이라는 타이틀에 걸맞지 못하다는 타박에, 줄을 세우면 후자 중에서도 후자에 속한다는 인식 때문에 설움도 겪었다.

 

하지만 새로 출발하는 한화에서는 위상이 달라진다. 한화는 1969년 경인에너지개발을 설립해 정유사업에 발을 들였고 김 회장 취임 직후인 1982년 한양화학과 한국다우케미칼(현 한화케미칼)을 인수하는 등 유화사업을 주력으로 삼아왔다.

 

한화는 외환위기 후유증 탓에 1999년 경인에너지를 매각했다. 그룹 입장에서는 생존을 위한 선택이었지만 유화사업 시너지 측면에서 아쉬움이 큰 결정이었다. 그런 만큼 한화종합화학과 한화토탈의 합류는 유화사업 분야를 다시 그룹의 '장자'격으로 키울 토대를 마련한 것으로 볼 수 있다.

 

두 회사가 더해지면서 한화의 유화부문 매출(2014년 기준)은 19조3087억원으로 늘어났다. 이는 LG화학(17조2645억원), SK종합화학(15조8473억원), 롯데케미칼(14조8천589억원) 등을 넘어서는 업계 1위 규모다.

 

김희철 한화토탈 대표는 출범식에서 "한화그룹에 있어 화학사업은 과거이자 현재이며 또한 미래"라며 "화학 사업이야말로 한화가 가장 잘 알고 또 가장 잘 하는 사업으로, 오늘로써 그룹 내 화학부문의 위상은 더욱 확고해졌다"고 말하기도 했다.

 

▲ 그래픽 = 김용민 기자

 

◇ 규모의 경제+포트폴리오 다양화

 

한화 유화사업의 변화는 석유화학 제품의 기초 원료인 에틸렌 생산규모 증대에서부터 시작된다. 기존 여천NCC의 연산 191만톤에 한화토탈 생산량(연산 100만톤)이 더해져 연산 291톤이 된다. 이는 롯데케미칼(연산 282만톤)을 제친 국내 1위, 세계 시장에서는 9위 수준 규모다.

 

한화종합화학과 한화토탈이 더해지면서 유화사업에서 업계를 리딩할 수 있는 '규모의 경제'가 가능해진 셈이다. 또 포트폴리오가 다양해져 사업 리스크도 줄어들고 주유소를 통해 소비자와의 접점도 넓어지는 효과도 기대되고 있다.

 

기존 사업구조는 여천NCC가 원유 기반의 나프타를 분해해 에틸렌을 생산하고, 한화케미칼이 여천NCC로부터 에틸렌을 받아 폴리에틸렌(PE)·폴리염화비닐(PVC) 등을 생산하는 구조였다.

 

또 한화L&C로 건재자사업을 떼낸 한화첨단소재가 자동차 경량복합소재·전자소재·태양광소재 등을 생산하며, 작년 인수한 한화화인케미칼은 한화케미칼에서 염소를 공급받아 폴리우레탄의 원료인 톨루엔디이소시아네이트(TDI)를 생산하고 있다.

 

여기 새로 합류하게 된 한화토탈은 자체 에틸렌 생산라인을 보유하고 있을 뿐 아니라 국내 유화기업 중 유일하게 유화사업 영역인 나프타 분해설비(NCC)와 정유사 영역인 콘덴세이트(초경질유) 분해설비(CFU), 방향족(파라자일렌·벤젠) 생산라인을 모두 보유하고 있다.

 

또 한화종합화학은 파라자일렌(PX)으로 폴리에스터의 원료가 되는 PTA(고순도 테레프탈산)을 생산하며 가죽과 섬유가공 등에 사용되는 포름산을 생산한다.

 

증권가에서도 이런 한화의 유화사업 라인 구축에 대해 긍정적인 평가를 내놓고 있다. 생산량 증가와 원가 및 물류비 절감에 더해 사업 리스크를 줄일 수 있는 조합이 이뤄졌다는 것이다.

 

이응주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한화종합화학의 생산구조로 볼 때 한화케미칼이 제품과 원료의 다각화를 꾀할 수 있고 일부 합성수지에 치우쳤던 제품 포트폴리오를 합성수지와 화섬원료로 확대할 수 있다"며 "시장 변화에 유연하게 대처할 수 있게 됐다"고 분석했다.

 

▲ 한화종합화학 울산사업장 전경(사진: 한화종합화학)

 

◇ 인수 타이밍 '굿'..업황 본격 회복 기대

 

현재로서는 인수 시점도 적절했다는 평가다. 공교롭게도 오랜 시간 자리를 비웠던 김 회장의 복귀와도 맞물린 시점이다.

 

한화는 삼성으로부터 유화부문 2개사를 인수하기로 했을 때를 대표적 사이클(주기) 산업인 유화산업이 바닥을 통과하던 시기로 보고 있다. 공급과잉 현상이 지속되면서 '공장을 돌릴수록 손해'라는 말이 나오던 때였다.

 

하지만 빅딜 이후 올 상반기를 지나면서 유화 업황은 회복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글로벌 경기 개선으로 수요가 점진적으로 회복되고 있는 가운데 주요 화학 기업들이 위기타개의 목적으로 신규 증설, 투자를 포기하거나 보류하면서 공급과잉 우려가 옅어지고 있는 것이다.

 

한화토탈의 주력제품 중 하나인 파라자일렌의 경우 작년 11월 인수 당시 톤당 920달러대였지만 지난 5월에는 950달러대까지 올랐다. 한화종합화학의 주력제품인 PTA 역시 같은 기간 톤당 720달러에서 770달러대로 값이 올랐다.

 

한화그룹 관계자는 "지난 몇 년간 유화업계는 주요 기업들이 줄줄이 어닝쇼크를 내놓는 등 전대미문의 위기를 겪었다"며 "하지만 빅딜 후 제품가격이 반등하기 시작했다는 점에서 업계에서도 인수 시점을 매우 잘 잡았다는 평가를 내놓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업황이 본격적으로 회복세에 진입하면 두 기업이 인수가격 이상의 가치를 충분히 실현할 것"이라며 "유화사업을 '글로벌 톱 5'로 성장시킨다는 목표로 지원과 투자를 아끼지 않겠다는 게 그룹의 방침"이라고 말했다.

 

한화그룹은 새로 통합된 한화종합화학과 한화토탈을 독립적으로 경영하면서 기존 직원들의 고용을 보장하고, 처우도 종전과 동일하게 유지할 계획이다. 인수 과정에서 노조와도 마찰이 적지않았지만 소통을 통해 가장 모범적인 노사화합 모델로 만들어 나간다는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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