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의 부활과 중국의 추격으로 한국 제조업의 설 자리가 점점 좁아지고 있다. 침체에 빠진 내수시장은 나아질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으며 올해 들어서는 수출도 위축되고 있다. 주요 기업들은 기존 사업분야의 한계가 다가오고 있는 만큼 새로운 시장을 만들어 내야 하는 숙제를 안고 있다. 최근들어 기업들이 새 먹거리로 삼고 있는 사업에 대한 소개와 미래 전망 등을 짚어본다. [편집자]
포스코가 다른 어느 때보다 큰 위기를 맞고 있다. 검찰의 비리 수사가 계속 되고 있는 데다 업황 부진도 여전히 진행형이다. 최근에는 계열사와의 갈등으로 홍역을 치렀다. 권오준 회장이 나서 고강도 경영쇄신을 선언했지만 여전히 갈 길이 멀다.
포스코에게는 돌파구가 필요하다. 권오준 회장이 고강도 쇄신을 통해 체질개선에 나선 것도 이 때문이다. 포스코는 쇄신을 통해 핵심인 기술과 마케팅에 힘을 쏟아야 한다. '기술'을 통한 고부가가치 창출과 '마케팅'을 통한 판매 확대만이 포스코가 살 수 있는 길이다.
◇ 쇳물 역사를 다시 쓰다
포스코는 최근 6년 연속 '세계에서 가장 경쟁력 있는 철강사'로 선정됐다. 글로벌 철강 업체들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 포스코는 6년동안이나 1위 자리를 내주지 않았다. 그만큼 글로벌 철강 업계에서 포스코의 위상은 높다. 포스코가 이처럼 세계 철강업계에서 인정 받는 이유는 다름 아닌 '기술'때문이다.
포스코의 기술력을 보여주는 단적인 예가 바로 '파이넥스(FINEX)' 공법이다. 포스코가 세계 최초로 개발한 친환경 쇳물 생산 기술이다. 현재 전 세계 철강업체 대부분이 사용하고 있는 고로 공법은 14세기에 만들어진 기술이다. 현재의 틀은 약 100년전에 마련됐다.
고로 공법은 70m 높이의 용광로에 딱딱하게 가공한 석탄과 철광석을 층층이 쌓아 섭씨 1200도의 뜨거운 공기를 넣어 철광석을 녹인다. 뜨거운 증기를 통해 철광석에 포함돼 있는 산소를 빼내야 쇳물이 만들어진다. 양질의 쇳물을 얻으려면 철광석과 석탄의 품질이 좋아야 한다. 그만큼 비용이 많이든다.
포스코의 파이넥스 공법은 고로 공법에서 석탄과 철광석을 딱딱하게 만드는 과정을 생략한 것이 핵심이다. 대형 용광로를 윗부분과 아랫부분으로 나눠 윗부분에서는 산소를 떼어내는 환원 작용이, 아랫부분에서는 용해(녹이는) 작용이 일어나도록 한다. 이 용광로를 '용융로'라고 한다.
철광석은 용융로에 가루형태로 넣는다. 석탄도 가루를 그대로 뭉치기만 해서 넣는다. 층층이 쌓지 않아도 된다. 여기에 산소를 불어넣어 철광석을 녹인다. 이런 까닭에 파이넥스 공법에서는 기존 고로 물질에서 발생되는 유해물질의 발생이 현저하게 줄어든다. 석탄과 철광석의 품질이 좋지 않아도 양질의 쇳물을 뽑아낼 수 있다. 또 비용도 훨씬 저렴하다.
포스코는 1992년부터 10여년간 1조원 이상 투자해 파이넥스 공법을 연구·개발했다. 상용화에 성공한 것은 지난 2007년이다. 이후 계속된 기술 개발로 작년 말 연산 200만톤 규모의 3공장을 준공했다. 포스코의 파이넥스 기술은 이제 세계 각국의 관심을 받고 있다. 최근에는 중국 충칭에 파이넥스 제철소를 건립키로 하고 중국 정부의 승인까지 받았다. 23년의 걸쳐 개발한 포스코의 기술이 처음으로 수출되는 셈이다.
◇ 빛 발하는 '솔루션 마케팅'
파이넥스 공법이 기술 혁신 사례라면 최근 도입한 '솔루션 마케팅'은 판매 혁신 사례로 꼽을만하다. 솔루션 마케팅은 상품의 구상, 기획 단계부터 고객을 참여시킨다. 고객이 원하는 바를 정확히 파악하기 위해서다. 고객의 니즈에 맞춰 상품 개발은 물론 판매 후 서비스까지 책임진다는 개념이다.
예를 들어 자동차 강재의 경우 지금까지는 철강사가 자동차용 강재를 생산하면 자동차회사가 그 강재를 이용, 자동차회사 나름의 성형 방법을 마련해야 했다. 그만큼 시간과 비용이 많이 든다. 하지만 포스코의 '솔루션 마케팅'은 고객사가 최대한 효율적으로 강재를 사용할 수 있도록 강재 개발 단계부터 고객사를 참여시킨다. 이를 통해 고객이 가장 쓰기 좋은 형태, 원하는 형태로 생산·공급하게 된다.
예를 들어 자동차 강재의 경우 지금까지는 철강사가 자동차용 강재를 생산하면 자동차회사가 그 강재를 이용, 자동차회사 나름의 성형 방법을 마련해야 했다. 그만큼 시간과 비용이 많이 든다. 하지만 포스코의 '솔루션 마케팅'은 고객사가 최대한 효율적으로 강재를 사용할 수 있도록 강재 개발 단계부터 고객사를 참여시킨다. 이를 통해 고객이 가장 쓰기 좋은 형태, 원하는 형태로 생산·공급하게 된다.
솔루션 마케팅은 권오준 회장이 취임하면서 강조한 대목이다. 기술통인 권 회장은 판매 확대라는 또 다른 미션도 동시에 수행해야 했다. 그래서 만들어진 개념이 솔루션 마케팅이다. 기술과 마케팅의 접목을 통해 부가가치를 높이고 판매를 늘리자는 것이 권 회장의 생각이다. 이런 권 회장의 솔루션 마케팅은 조금씩 성과를 내기 시작했다.
▲ 포스코 솔루션마케팅의 산물인 르노의 콘셉트카 '이오랩'. 포스코는 작년 이오랩 콘셉트카 개발 프로젝트에 트윕강(900TWIP), 프레스성형강(2000HPF) 등 초고강도강과 마그네슘 판재 등 신강종을 적용, 차체 경량화에 기여했다. 또 데모카(demo car)용 부품 제작에 참여하는 등 다양한 솔루션마케팅 활동을 펼치고 있다. |
실제로 포스코는 작년 솔루션 마케팅을 통해 초고내식 합금도금강판 ‘포스맥(PosMAC)’, 카이스트와 공동개발한 대용량 액화천연가스(LNG) 저장탱크용 고망간강, 르노의 콘셉트카 ‘이오랩’(Eolab)에 적용한 경량 자동차강판 등을 개발했다.
이 덕에 포스코는 작년 중국 둥펑푸조시트로엥(DPCA)과 중국 가전사 메이디(MIDEA), 일본 도요타 규슈공장 등으로부터 최우수 공급사로 선정됐다. 고객과 함께 고객이 원하는 제품을 만들어 공급하는 포스코의 솔루션 마케팅이 고객사들로부터도 호평을 받은 사례다.
이 뿐만이 아니다. 쌍용차의 소형 SUV인 '티볼리'에 적용된 고장력강, 현대중공업이 수주한 아랍에미리트(UAE) 원전 4호기에 납품될 초내식 스테인리스강, 삼성전자의 TV 스탠드용 파이프, LG전자 냉장고 프렌지 힌지, 폭스바겐의 사이드 아우터 등도 포스코의 솔루션 마케팅을 통해 탄생한 작품들이다.
이와 함께 포스코는 솔루션 마케팅으로 수익성 향상도 이뤄내고 있다. 지난 1분기 솔루션 마케팅과 연계한 고부가가치강 판매량은 작년 4분기 대비 8% 증가한 284만3000톤을 기록했다. 전체 제품 판매 중 점유율도 작년 4분기 33.1%에서 지난 1분기 36%로 늘어났다.
■위기 탈출 해법은 '철강업 집중' "철강 본연의 경쟁력을 강화하겠다." 권오준 회장은 작년 취임과 동시에 철강 본연의 경쟁력 강화를 화두로 제시했다. 정준양 전 회장 시절의 포스코와 단절을 선언한 셈이다. 정 전 회장 시절의 포스코는 비철강 부문의 강화를 강조했다. 그 탓에 포스코는 많은 것을 잃어야 했다. 권 회장은 근간을 강화하는 것만이 포스코가 살 길이라는 점을 알고 있었다. 권 회장 취임 이후 포스코는 대대적인 체질개선 작업에 돌입했다. 비핵심 자산의 매각을 신호탄으로 사업 구조조정에 들어갔다. 작년에는 총 11건의 비핵심 자산 매각을 단행했다. 올 들어서도 비주력 계열사에 대한 정리 작업을 진행 중이다. 이미 포스하이알은 워크아웃에 들어갔다. 포스코플랜텍도 워크아웃을 위한 실사중이다. 철강 이외의 것에 대한 과감한 정리를 통해 포스코 고유의 경쟁력을 갖추겠다는 생각이다.
실적도 반등하고 있다. 지난 1분기 포스코의 개별기준 영업이익은 전년대비 20.1% 증가한 6220억원을 기록했다. 포스코 본사는 철강업만을 영위한다. 전체 그룹 매출의 40%를 넘게 차지할 정도로 비중도 높다. 따라서 포스코의 개별 기준 실적은 포스코의 철강 경쟁력이 얼마나 성과를 거뒀는지를 가늠할 잣대가 된다. 포스코는 올해 철강 제품 판매 5000만톤 달성을 목표로 Global TSC(Technical Service Center)를 기존 23개에서 29개로 늘리기로 했다. 또 수익성 향상을 위해 고수익 WP제품 점유율을 작년 33.3%에서 36%까지 확대할 계획이다. 철강업 강화만이 현 상황에서 벗어날 유일한 지름길이라는 판단이다. 포스코 고위 관계자는 "권 회장은 그동안 포스코가 흔들렸던 것은 뿌리가 튼튼하지 못했기 때문이라는 인식이 강하다"며 "권 회장이 기술력 확보와 솔루션 마케팅을 강조하는 것은 결국 포스코의 뿌리인 철강업을 강화를 위한 것이다. 그것만이 무너진 포스코를 다시 살릴 수 있는 유일한 대안이라고 확신하고 있다"고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