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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먹거리 찾기]현대중공업의 비책 '발상의 전환'

  • 2015.07.06(월) 10:49

친환경 : 에코밸러스트, 가스처리시스템
고효율 : 하이핀, 울트라 롱 스트로크

일본의 부활과 중국의 추격으로 한국 제조업의 설 자리가 점점 좁아지고 있다. 침체에 빠진 내수시장은 나아질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으며 올해 들어서는 수출도 위축되고 있다. 주요 기업들은 기존 사업분야의 한계가 다가오고 있는 만큼 새로운 시장을 만들어 내야 하는 숙제를 안고 있다. 최근들어 기업들이 새 먹거리로 삼고 있는 사업에 대한 소개와 미래 전망 등을 짚어본다. [편집자]
 
글로벌 경기 침체 지속으로 조선업황의 부진이 수년째 계속되고 있다. 경기 회복이 선행되지 않는 한 조선업황 회복은 요원하다는 것이 업계의 중론이다. 이미 수 많은 조선업체들이 문을 닫았다. 국내 조선 빅3도 작년 큰 손실을 입었다. 

하지만 언제까지 경기회복을 기다릴 수만은 없다. 이미 세계 제1의 조선 강국이라는 타이틀도 중국에 내줬다. 이에 따라 국내 조선업체들이 선택한 생존법은 기술력을 바탕으로 한 '친환경·고효율 선박'이다. 특히 현대중공업의 행보가 바쁘다. 일찌감치 친환경·고효율 선박 개발에 나선 현대중공업은 '친환경·고효율·발상의 전환'을 통해 신시장 개척에 나서고 있다.
 
◇ '발상의 전환'으로 위기 극복
 
글로벌 조선업계의 판도는 정부의 지원을 받는 중국의 질주와 엔저를 등에 업은 일본의 재부상으로 요약된다. 그 사이에서 국내 조선업체들은 힘겨운 싸움을 벌이고 있다. 여기에 작년 해양플랜트 부문의 부실로 국내 조선 빅 3의 실적은 처참하게 무너진 상황이다. 비록 올해 들어 국내 빅3의 잇단 수주로 한국이 점유율 1위에 올라섰지만 이런 추세가 오래가기는 힘들 전망이다.
 
특히 현대중공업은 작년 사상 최대 손실을 입은 만큼 중국과 일본의 공세에 가장 민감할 수밖에 없다. 잃어버린 시장을 회복하고 중국과 일본을 압도하기 위해서는 특단의 조치가 필요하다. 그래서 현대중공업이 선택한 것이 '발상의 전환'이다. 기술과 아이디어의 접목으로 현재의 위기를 극복하겠다는 것이 현대중공업의 생각이다.
 
▲ 자료:로이드(CGT기준)
 
현대중공업은 최근 ‘움직이는 선실’을 개발, 최근 세계 최대 선급기관인 노르웨이 선급협회 DNV GL로부터 기본승인을 획득했다. '움직이는 선실'은 선실에 레일(rail)과 휠(wheel)을 장착, 선실 자체를 움직일 수 있도록 한 것이 특징이다. ‘스카이벤치’로 명명된 이 선실은 레일과 휠을 통해 13m를 이동할 수 있다.
 
'스카이 벤치'는 기존 고정식 선실에서는 사용하지 못했던 공간을 활용해 컨테이너를 추가 적재할 수 있다. 이 선실을 1만9000TEU 초대형 컨테이너선에 적용할 경우 450개의 컨테이너를 더 실을 수 있다. 연간 27억원, 25년(선박 평균 수명) 운항시 670억원의 추가 운임 수입을 얻을 수 있는 것이다.

▲ 현대중공업이 세계 최초로 개발한 ‘움직이는 선실(SkyBench)’ 디자인이 적용된 초대형 컨테이너선 개념도.
 
아울러 작년 현대중공업에 사상 최대 손실을 입혔던 해양플랜트 부문에 대해서도 기술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현대중공업이 해양플랜트 부문에서 큰 손실을 입었던 것은  기술 부족때문이었다. 이에 따라 현대중공업은 국산화를 통해 해양플랜트 기술을 확보하기로 했다. 현대중공업이 협력업체들과 함께 총 4단계의 해양플랜트 국산화 작업에 돌입한 이유다.
 
그 성과는 서서히 나타나고 있다. 현대중공업은 이미 지난 1월 1단계로 냉온공조시스템, 열교환기 등 74개 품목에 대한 국산화를 마쳤다. 2단계는 심해저 케이블 등 현재 국산화가 일정 수준 이상 진행된 27개 품목을 대상으로 올해 말까지 진행된다. 3단계는 오는 2017년까지 19개 품목, 4단계는 오는 2018년까지 16개 품목의 기술을 보유한 해외 업체를 M&A하거나 현대중공업 자체 기술로 국산화를 추진할 예정이다. 
 
◇ '친환경 선박 기술' 빛을 발하다
 
현대중공업의 '친환경 선박' 개발의 역사는 지난 2000년대 초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는 각국의 환경규제에 대한 논의가 본격적으로 무르익던 시기다. 현대중공업은 미래의 선박 트렌드가 '친환경'으로 갈 것으로 전망했다. 이에 따라 현대중공업은 앞선 선박 건조 기술을 바탕으로 조금씩 친환경 선박 건조의 토대를 닦기 시작했다.
 
현대중공업은 지난 2003년 다목적 여객선에 오염물질 후처리시스템을 장착했다. 이어 지난 2007년에는 친환경 실리콘 도료를 입힌 세계 최대 규모의 LNG선 인도에 성공했다. 이때까지는 부분적인 기술의 적용이었다면 지난 2009년 세계 최초로 밸러스트 수(水) 정화장치인 '에코 밸러스트 장치'를 개발해 실제 선박에 적용한 것은 현대중공업의 친환경 기술이 본 궤도에 올랐음을 알리는 사건이었다.
 
현대중공업의 친환경 기술 개발은 이후에도 계속 진행됐다. 현대중공업은 LNG 증발가스를 100% 활용한 가스처리시스템을 개발했다. 이 시스템을 사용하면 대기오염물질인 황산화물(SOx)을 92%, 질소산화물(NOx)을 20%, 이산화탄소(CO2)를 23%가량 줄일 수 있다. 이 시스템은 오는 2016년 인도되는 노르웨이 크누센社의 17만6000㎥급 초대형 LNG 운반선 2척에 첫 적용할 예정이다.
 
▲ 현대중공업이 개발한 LNG 운반선용 ‘가스처리시스템’ 구성도

최근에는 현대중공업의 계열사인 현대삼호중공업이 건조한 9000TEU급 컨테이너선이 싱가포르 해운항만청(MPA)으로부터 '올해의 친환경 선박'으로 선정됐다. 이 선박에는 항해 속도와 해상 조건에 따라 연료소비를 자동 제어할 수 있는 엔진이 장착됐다. 또 접안 때 항구의 전력을 활용할 수 있는 육상전력활용시스템을 갖춰 불필요한 배기가스 배출량을 줄였다.
 
현대중공업이 친환경 선박 기술 개발에 매진하는 것은 점차 각국의 환경규제가 강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최근 미국 등 북미와 발트해 인근 유럽 국가들이 국제해사기구(IMO) 기준을 충족하지 못하는 선박에 대해 올해부터 연안 접안을 금지하는 등 배출가스통제구역(ECA) 출입 규제를 강화하고 있다.

따라서 선주사들은 장기적으로 질소산화물을 비롯한 오염물질을 덜 배출하는 선박을 보유해야한다. 현대중공업 이 같은 환경 규제 강화를 위기 탈출의 기회로 여기고 있다. 조선 업황이 침체된 상황에서 이런 친환경 기술을 보유한 조선업체는 많지 않기 때문이다.
 
◇ '적은 연료로 더 많이 싣는다'

현대중공업은 '친환경' 기술과 함께 '고효율' 선박 건조에도 전력투구하고 있다. 현재 글로벌 경기 침체로 선주사들은 선박 발주를 꺼리고 있다. 따라서 선주사들 입장에서는 적은 연료로 더 많은 화물을 운반할 수 있는 선박이 필요하다. 최근 조선업체들 사이에서 초대형 컨테이너선 건조 경쟁이 일어나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현대중공업이 지난해 선보인 ‘하이핀’(HI-PIN)은 대표적인 고효율 장치다. 하이핀은 선박의 프로펠러가 돌아갈 때 발생하는 와류(渦流) 현상을 상쇄해 추진효율을 높여주는 장치다. 와류 현상은 프로펠러 회전시 프로펠러가 돌아가는 방향과 반대방향으로 형성되는 물의 흐름을 말한다.
 
현대중공업은 작년 4월 그리스 마란가스사의 16만2000㎥급 LNG 운반선에 하이핀을 장착해 1년여 동안 실제 운항 선박에서의 성능 검증을 마쳤다. 하이핀을 장착한 선박은 연료를 종전에 비해 최대 2.5% 가량 줄일 수 있다. 8600TEU급 초대형 컨테이너선에 장착 시 연간 75만달러 상당의 연료를 절감할 수 있다. 선박의 평균 수명을 통상 25년으로 보면 연료 절감액은 1900만달러에 달한다.
 
▲ 현대중공업이 개발한 연료효율 개선장치 ‘하이핀(Hi-FIN)’이 선박 프로펠러에 장착된 모습.

하이핀 장치는 최근 선주사들로부터 호평을 받으면서 주문이 늘어나고 있다. 하이핀 장착 주문 선박 종류도 초기에는 LNG운반선에만 국한됐지만 최근에는 컨테이너선, 초대형원유운반선, LPG운반선 등 전 선종으로 확대되고 있는 추세다.
 
지난 2013년 현대중공업이 개발한 'G-TYPE 엔진'도 대표적인 고효율 선박 기술이다. 현대중공업은 이 엔진에 '울트라 롱 스트로크' 기술을 적용해 연비를 종전대비 7% 가량 높였다. 이 엔진을 7500TEU급 컨테이너선에 적용할 경우 연간 32억원, 초대형 원유운반선(VLCC)에 적용하면 연간 12억원의 연료비를 절감할 수 있다.
 
현대중공업 관계자는 "세계 최고의 선박 건조 기술을 갖고 있는 만큼 친환경과 고효율이라는 트렌드에 적극 대응해 업황 부진을 넘어설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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