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그룹은 지난달 31일 현대증권 인수 우선협상대상자로 KB금융지주를 선정했다. 관심을 끌었던 입찰가격은 당초 예상치였던 6500억원을 훌쩍 넘어선 1조원 수준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현대증권 매각이 의외로 흥행에 성공함에 따라 현대증권 매각을 통해 현대상선을 살리려 했던 현대그룹의 숨통이 트이게 됐다.
현재 유동성 위기에 빠진 현대상선은 채권단과 조건부 자율협약을 맺은 상태다. 3개월간 채무유예를 해주는 대신 현대증권 매각, 용선료 인하 협상 완료, 사채권자 채무 조정 등의 조건을 완료해야 한다. 만일 이 조건을 완료하지 못할 경우 현대상선은 법정관리로 가야한다.
이에 따라 그동안 현대그룹은 현대증권 매각에 심혈을 기울여왔다. 현대상선 회생을 위한 첫단추였기 때문이다. 첫단추가 잘못 끼워질 경우 현대상선 회생을 위한 분위기가 흐트러질 수 있다. 하지만 예상외로 현대증권 매각이 흥행에 성공했다. 현대그룹으로서는 호재다.
당초 현대증권의 입찰 가격은 약 6500억원 선으로 평가됐다. 과거 일본 오릭스가 인수하려던 당시 가격이 6500억~7000억원선이었다. 따라서 시장과 업계 등에서는 이번 매각도 이 정도선이라면 성공적일 것으로 예상했었다. 하지만 실제 입찰 가격은 이를 훌쩍 뛰어넘는 1조원에 육박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현대증권이 가격이 이처럼 뛰어오른 것은 현대증권 인수를 둘러싼 경쟁이 치열했기 때문이다. 최근 잇따라 증권사 인수에 실패한 KB금융지주가 승부수를 던졌고 이것이 가격 상승의 원인이라는 분석이다. 자금 확보가 절실했던 현대그룹에게는 KB금융지주의 승부수가 반가운 일이다.
이번에 매각하는 지분은 현대상선 보유하고 있는 현대증권 지분 22.43%와 기타 주주 몫 0.13% 등을 총 22.56%다. 현대그룹은 이번 매각 대금을 향후 현대상선 운용자금으로 사용할 계획이다. 아울러 자구안이 완료된 이후 사업 정상화와 재무구조 안정화에 사용할 것으로 알려졌다.
우선협상대상자가 선정됐다고 해도 당장 매각 대금이 유입되는 것은 아니다. 앞으로도 본계약 체결, 정밀 실사, 대주주 적격성 심사 등의 절차를 거쳐야한다. 이에 따라 업계에선 하반기쯤에야 현대증권 매각이 최종 완료되고 매각 대금이 들어올 것으로 보고 있다.
아울러 이번 매각 성공으로 현대상선의 회생이 바로 이뤄지는 것은 아니다. 넘어야할 고비가 적지 않다. 우선 채권단이 가장 중요하게 여기고 있는 용선료 인하 협상의 성공 여부가 관건이다. 현재 현대상선은 선주사들과 종전 대비 용선료를 20~30% 가량 인하하는 협상을 진행하고 있다. 협상은 거의 마무리단계에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사채권자 채무 조정도 남아있다. 지난 달 열린 사채권자 집회에서 현대상선은 1200억원 규모의 채권 만기 연장에 실패했다. 현대상선은 이달 중으로 사채권자 집회를 열고 만기 연장을 설득할 예정이다. 사채권자 채무조정도 채권단이 요구한 조건 중 하나인 만큼 현대상선으로서는 반드시 충족시켜야 한다.
업계 관계자는 "현대그룹으로서는 가장 큰 산을 순조롭게 넘었다"며 "아직도 넘어야 할 산이 많이 남아 있지만 일단 첫 관문인 현대증권 매각이 성공적으로 이뤼진 만큼 향후 현대상선 매각을 위한 작업도 탄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