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사 자리가 휑했던 KB금융지주가 확실한 기회를 잡았다. KB금융은 극적으로 현대증권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되면서 오랫동안 미완으로 남아 있던 종합금융그룹을 완성할 수 있는 밑그림을 마련했다.
윤종규 KB금융지주 회장이 취임 이후 강조해온 리딩금융그룹에도 한발짝 더 다가갔다. 오랫동안 KB금융을 괴롭혔던 인수합병(M&A) 흑역사에도 진정한 마침표를 찍게 됐다.
◇ 3위 증권사로 우뚝…종합금융그룹 완성
KB금융의 증권사 인수는 삼수 만이다. 우리투자증권(현 NH투자증권)에 이어 지난해 윤종규 KB금융지주 회장이 진두지휘했던 대우증권까지 번번이 고배를 마셔야했다.
KB금융은 '차차선'으로 선택한 현대증권이지만, 자기자본 3조 원 이상의 대형 증권사 마지막 매물을 품에 안을 수 있게 됐다. 현대증권권 인수로 KB투자증권과 합쳐 자기자본 3조9000억원 규모의 대형 증권사를 보유하게 된다. 국내 3위 증권사로 도약, 단숨에 선두권에 진입하게 되는 셈이다.
윤종규 KB금융지주 회장은 우선협상자 선정 발표 직후 "이번 M&A는 인내와 전략적 선택에 따른 결과"라며 "1등 금융그룹 위상 회복이라는 임직원들의 열망이 있었기에 가능했다"고 밝혔다.
KB금융은 은행-증권-카드-보험으로 이어지는 안정된 포트폴리오를 완성할 수 있게 됐다. 이보다 앞서 대형 증권사를 인수했던 경쟁 금융그룹과 비교하면 한발짝 늦기는 했지만 하지만 앞으로 자산관리(WM)와 기업투자금융(CIB) 분야를 특화해 그룹의 미래 성장동력으로 삼을 계획이다.
◇ 은행-증권-카드-보험 시너지 탄력
KB금융은 잇따른 증권사 인수 실패로 비은행 부문이 여전히 열악했다. 지난해 LIG손해보험(현 KB손해보험)을 인수하기는 했지만 증권사의 빈 자리를 채우기엔 역부족이었다. 은행이 비대하고 비은행 수익 비중은 지난해말 기준으로 33%에 불과하다.
KB금융이 경쟁상대로 의식하고 있는 신한금융의 42%보다 10%포인트 가까이 뒤떨어져 있는 상태다. 현대증권이 매년 3000억원 수준의 이익을 내고 있는 점에 비춰보면 KB금융의 비은행 수익은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복합금융점포의 등장,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ISA) 등 금융권 칸막이가 점차 사라지고 저금리 시대 자산관리 역량이 점차 중요해지는 가운데 다양한 시너지를 모색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했다.
은행 수익도 갈수록 쪼그라드는 형편에 안정적인 이익 기반을 만들 것이란 기대도 크다. 특히 국민은행의 강점인 방대한 고객기반과 네트워크, 280만명의 현대증권 고객을 더하면 3500만명의 고객기반을 확보하게 된다. 시너지의 기틀이 될 것으로 보인다. 리딩금융그룹으로의 도약도 더욱 탄력을 받을 전망이다. KB금융 측도 "기존 강점을 바탕으로 주요 업권에서 1등, 그룹 전체로도 1등 금융그룹이 되는 '1등 KB' 전략에 속도를 내겠다"고 말했다.
다만 현재로선 지분율이 22%대에 불과해 계열사 편입 이후 추가로 지분을 30%까지 늘려야 한다. 일부에선 인수 금액이 지나치게 높아 승자의 저주에 빠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