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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종규, 회계사? 승부사!…산뜻하지만 비싼 봄맞이

  • 2016.04.01(금) 14:05

[현대증권 품은 KB]⑤
대우증권 설욕, 승부사 기질…"그땐 그때, 지금은 최선의 결정"
비싼 몸값은 여전히 논란꺼리…시너지 확대 부담도 더욱 커져

# "그때는 그때대로 우리가 고려하는 요소들, 만에 하나 안 돼도 생각할 수 있는 컨틴전시(비상계획)에 대한 여러 가지 생각이 있었습니다. 그때는 그때의 최선의 결정을 하는 것이고, 지금은 지금의 최선의 결정을 하는 것이죠."(윤종규 KB금융지주 회장, 현대증권 우선협상대상자 선정 직후 1일 기자실에서)

# "윤종규 회장께서 회계사 출신이다 보니 한계가 있었던 것 같습니다. 도저히 계산이 안나오는거죠. 극복 못 한 것이 안타깝네요."(작년 12월 대우증권 우선협상대상자 탈락 이후 IB 고위관계자)

윤종규 KB금융지주 회장이 숨겨왔던 승부사 기질을 발휘했다. 대우증권 인수전에서 박현주 미래에셋그룹 회장의 통 큰 베팅에 쓰디쓴 잔을 맛본 이후다. 이후 윤 회장에겐 '회계사 출신의 한계'라는 꼬리표가 한동안 따라다녔다.

현대증권 인수전에선 달랐다. 아무도 예상치 못했던 1조원 넘는 가격을 써내며 마지막 대어를 성공적으로 낚았다. "가격은 그때그때 시장 상황을 고려해야 한다"는 윤 회장의 말마따나 이때만큼은 회계사 인격(?)보다 승부사 인격이 더 세게 발휘된 덕분이다.

 


◇ 회계사 출신의 한계라고? 나는 승부사다

눈에 보이지 않는 시너지는 지금 당장 계산기 두들겨서 가격을 매길 수 없다. 이에 대한 판단과 자신감이 인수·합병(M&A) 성패를 가른 것으로 보인다. 대우증권 인수전에선 그의 말처럼 불확실하긴 했지만 현대증권이라는 또다른 대형 매물이 기다리고 있었다.

이번엔 마지막이라는 각오로 임해야 했다. 실패한다면 한동안 대형 증권사를 가질 기회조차 없다. KB금융은 KB투자증권과 현대증권을 통해 자기자본 3조9000억원의 증권사를 보유하게 됐다. 10위권 밖에 있던 증권사가 단숨에 3위로 뛰어오르며 미래에셋증권(+대우증권), NH투자증권과 어깨를 나란히 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이는 단순히 증권 경쟁력에 국한되지 않는다. 은행은 갈수록 수익성이 떨어지고, 경쟁금융지주사들은 이미 대형증권사를 보유하며 사업 포트폴리오를 완성한 상태다. 금융지주의 경쟁력과 직결된다. 대형 증권사 없이는 리딩금융그룹도 요원하다. 현대증권을 통해 은행과 증권이 결합한 한국형 BoA메릴린치, 유니버셜뱅킹을 꿈꿀 수 있게 된 것이다.

◇ 우리투자·대우증권보다 비싼 몸값은 여전히 부담

윤종규 회장은 1일 오전 정기조회사를 통해 우선협상대상자 선정 소식을 전하며 "리딩금융그룹 도약의 전기가 마련될 것으로 기대된다"며 산뜻한 봄소식을 알렸다. 모처럼 기분 좋은 봄을 맞이하게 된 것이다.

다만 '봄맞이 비용(현대증권 몸값)'이 너무 비싸다는 지적은 여전하다. 현대증권 인수가격을 1조원이라고 할 때 주당 인수가는 1만8733원으로 대우증권(1만6519원), 우리투자증권(1만2552원)보다 비싸다. 주가순자산비율도 1.34배로 각각 1.23배, 0.79배였던 과거 M&A때보다 높다.

 

 

잠재력이나 경쟁력 등에서 먼저 팔린 대우증권이나 우리투자증권보다 나은 점도 쉽게 찾기 어렵다. 마지막 대형 증권사 매물이라는 이유 말고는 비싼 몸값의 이유를 찾기 힘들다는 점에서 윤 회장과 KB금융의 부담은 클 수밖에 없다.

그만큼 더 많은 시너지를 뽑아내야 한다는 얘기다. 회계적으로도 현대상선과 기타 지분을 포함한 현대증권의 장부가격은 7056억원이다. 이보다 높은 가격으로 사면 그만큼의 가치를 내지 못할 땐 영업권 상각을 해야 하는 부담이 커진다.

 

◇ 윤 회장 입지 탄탄..연임 청신호?

윤 회장의 입지는 더욱 탄탄해질 전망이다. 증권사 인수와 앞서 발표한 통합 본점 건립이라는 KB의 숙원 두 가지를 해결했다는 점에서 리더십은 더욱 공고해질 것으로 보인다.

둘 다 막대한 돈이 들고, 장기간의 투자가 필요한다는 점에서 임기제 CEO에겐 쉽지 않은 결정이다. 그동안 전임 CEO들이 이런 숙제를 풀지 못했던 이유이기도 하다. 이르기도 하고 변수도 많지만 앞으로 연임에도 긍적적인 영향을 미칠 것은 자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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