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검색

비싼 수업료 낸 KB금융 시너지로 만회?

  • 2016.04.12(화) 17:15

우리투자·대우증권 잃고 뒤늦게 배팅…고가매수 논란 불가피
통합 증권사 본궤도 올리고 1등 금융그룹 탈환으로 증명해야

현대증권 인수가격 1조2500억원. 이 가격은 KB금융의 우선협상대상자 선정 발표 이후 예상했던 '1조원을 약간 웃도는 수준'을 훨씬 뛰어넘은 금액이다.

KB금융지주는 '승자의 재앙'까지는 아니라도 한동안 비싸게 주고 샀다는 논란은 피하기 어려울 전망이다.

 



◇ 고가매수 논란은 불가피

KB금융은 12일 이사회를 열고 현대증권 지분 22.56%(5338만410주)를 1조2500억원에 인수하는 안을 의결하고 이같은 내용을 공시했다. 최종 인수가격은 정밀실사 등을 거쳐 오는 5월31일 최종 확정할 예정이다. 가격 조정 가능성은 남아 있지만 큰 폭의 조정은 힘들 것이란 게 업계의 전망이다.


이번 인수가격은 지난해 현대상선이 오릭스PE와 체결했던 매매계약 약 6500억원의 두배 가까이 되는 금액이다. 그때와 비교해 기업가치가 크게 오를 일이 없었던 점을 고려하면 경제적인 논리로는 설명하기 힘든 가격이다.

현대증권 매각 대상 지분 22.6%의 가격을 현 시세인 6580원(11일 종가 기준)으로 따지면 약 3512억원이다. 경영권 프리미엄만 8988억원으로 무려 256%에 달한다. 주당 인수 가격도 2만3416원에 이른다.

이보다 매각 대상 지분율이 훨씬 높았던 우리투자증권(37.9%)은 9467억원에 팔렸다. 주당 인수가격도 1만2552원이다. 역시 고가매수 논란이 일었던 대우증권도 지분 43%를 2조3205원에 팔았는데 주당인수가는 현대증권보다 낮은 1만6519원이다.

우투증권과 대우증권 인수전에 모두 참여했다 고배를 마셨던 KB금융으로선 비싼 수업료를 내고 증권사를 품에 안게 된 셈이다. 금융지주회사법상 상장사 주식취득요건(30%)을 맞추기 위해 추가 지분을 인수하는 과정에서 희석된다고 해도 고가 매수 논란은 피하기 어렵다.

M&A에 정통한 금융권 한 관계자는 "나중에 합병 비율을 따져봐도 한국금융지주의 경우 한투증권의 덩치가 엇비슷하기 때문에 합병비율을 유리하게 가져갈 수 있는 버퍼가 있어 1조를 쓸 수도 있겠다 싶었지만, KB금융은 KB투자증권이 워낙 덩치가 작아서 합병증권사 지분율이 뚝 떨어질 수 있다"며 "이러저런 상황을 감안해도 1조 이상 쓰는 것은 무리"라고 지적했다.

◇ 논란 벗어던지려면 수익 극대화로 1등 탈환

게다가 현대증권은 오랫동안 매물로 나와 있어 인력 등 유무형의 누수가 많았던 점 역시 고가매수 논란에 불을 지핀다. 윤종규 KB금융지주 회장이 우선협상대상자 선정 직후 한국형 BoA메릴린치, 유니버셜뱅킹으로 키우겠다는 비전을 들고 나온 점 역시 이런 논란을 불식시키려는 의도도 엿보인다.

 

KB금융의 선택지는 한 가지다. 하루빨리 현대증권과 KB투자증권의 합병 등을 통해 통합 증권사를 본궤도에 올리고, 은행-증권간 시너지와 사업다각화를 본격화하는 것만이 이런 논란을 사그라들게 하는 방법이다.

 

KB금융 관계자도 "이번 인수가격은 22.6%에 대한 프리미엄만을 고려한 게 아니라 은행-증권 결합을 통한 차별화된 서비스 창출과 시너지효과까지 고려한 KB의 미래에 대한 투자"라고 말했다.

KB금융의 지난해 순익은 1조6983억원이다. 2조 3722억의 순익을 낸 신한금융지주와는 7000억원 가까이 벌어졌다. KB금융은 은행뿐 아니라 카드 증권 등 비은행 계열사도 신한에 뒤쳐진다. 이제 현대증권 인수를 계기로 겨뤄볼 만한 체제를 갖췄다. 신한과의 격차를 좁히고 1등 금융그룹에 올라야 1조2500억원이 아깝지 않은 돈이라는 것을 증명하게 되는 셈이다.


naver daum
SNS 로그인
naver
facebook
googl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