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상선이 3개월이란 시간을 벌었다. 또 내일(30일) 우선협상대상자 선정을 앞두고 있는 현대증권 매각이 순조롭게 진행되면 당장 급한 불도 끌 수 있게 된다.
산업은행, 신보, 우리은행 등의 채권단은 29일 1차 채권금융기관협의회를 열고 현대상선에서 신청한 자율협약 개시를 의결했다. 이번 자율협약은 용선주와 사채권자의 동참을 전제로 한 조건부 자율협약이다. 채권단의 원금과 이자를 3개월간 유예하고, 외부 전문기관을 선정해 경영정상화 방안도 수립한다.
◇자율협약 개시.. 하나라도 틀어지면 모든 게 수포
현대상선 입장에선 당장 모든 게 해결된 것은 아니지만 채권단의 원금과 이자가 유예되는 3개월간 회생의 주요 열쇠인 용선료 인하와 회사채 만기 연장 등 협상을 할 수 있는 시간을 벌게 됐다.
물론 두 가지 중 한 가지라도 틀어지면 모든 회생노력은 수포로 돌아간다. 조건부로 진행되는 만큼 자율협약은 종료된다. 이 경우 현대상선은 법정관리(기업회생절차)로 갈 수밖에 없다.
산업은행 관계자는 "이 기간 동안 용선주와 사채권자로부터 합의를 이끌어내야 한다"며 "용선료 인하 협상은 내달 중순쯤 결론이 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현대상선은 내달 7일 만기되는 1200억 원 규모의 공모 사채 만기연장을 추진했지만 지난 17일 사채권자 집회에서 부결됐다. 관련 회사채는 만기 이후 연체가 불가피해졌다. 다만 산은은 STX 구조조정 과정에서 사채권자 집회 부결 이후 연체상태에서 재가결된 사례를 들어, 재가결 가능성도 높게 보고 있다. 오는 7월 7일엔 2400억 원의 공모사채 만기도 돌아온다.
◇현대증권 매각 대금 어떻게 쓰이나
현대상선은 재무구조 개선을 위해 현대증권 매각을 추진하고 있다. 현대그룹은 본입찰에 참여한 KB금융지주, 한국금융지주, 홍콩계 사모펀드(PEF) 액티스 중 한 곳을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한다. 시장에서 거론되는 매각금액은 7000억 원대 수준이다.
현대상선의 재무구조 개선이 시급한 만큼 이르면 오는 5월 중으로 매각 대금이 들어올 수도 있다. 이 대금은 당장 밀려 있는 일부 상거래채권을 정리하는 데 쓰일 전망이다.
산업은행 관계자는 "용선료를 비롯해 얼라이언스 이용료, 유류대 등 상거래채권이 밀려 있는 것들이 있다"며 "정상적인 영업활동을 할 수 있을 정도의 자금을 갚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영업활동에 필요한 용도 이외에 금융권이나 회사채 등의 빚을 갚는데는 쓸 수는 없다는 얘기다. 금융당국 관계자도 "용선료 인하나 회사채 만기연장 등의 협상이 마무리 된 후 채무재조정이 되면, 회사 정상화 등을 위해 쓰이게 된다"고 말했다.
현대상선의 금융채권은 총 4조 5000억 원에 달한다. 이 가운데 산업은행 등 채권단의 대출금액은 1조 2000억 원 수준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