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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강업 Up&Down]③이 몸집으로 가다간 발병난다

  • 2016.06.26(일) 07:56

국내 시장 공급 과잉…구조조정 '시급'
'원샷법' 첫 대상 유력…실효성은 의문

철강업에 오랜만에 훈풍이 불고 있다. 중국의 제품가격 상승에 따른 수혜를 입을 것이라는 분석이 많다. 실제로 2분기 국내 철강업체들의 실적은 호조세를 보이고 있다. 문제는 이런 훈풍이 언제까지 불 것인가다. 업황 회복의 열쇠(Key)는 중국이 쥐고 있다. 전세계 철강 업황을 좌지우지하는 중국의 움직임에 국내 철강 업황도 연동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국내 철강산업은 중대한 국면에 직면해 있다. 정부는 철강업을 구조조정 대상에 올려뒀다. 업체들에게는 부담이다. 위기와 기회를 동시에 맞고 있는 국내 철강업의 현 상황과 업황에 대한 전망, 중국의 움직임 등을 살펴본다.[편집자]


중국의 구조조정 움직임에 국내 철강업황도 오랜만에 회복 기미를 보이고 있다. 국내 철강업체들은 하반기에도 제품 가격 인상을 이어갈 준비를 하고 있다. 제품 가격 인상은 곧 수익성 확대를 의미하는 만큼 청강업체들이 하반기에 거는 기대는 크다.

하지만 부담도 있다. 구조조정 이슈 때문이다. 현재 국내 철강 시장은 중국의 저가 물량이 대거 유입되면서 여전히 공급과잉 현상이 지속되고 있다. 여기에 설비과잉까지 겹친 상태다. 정부는 철강업에 대해 업계 자체적으로 구조조정에 나서도록 했다. 그러나 업계의 노력만으로는 어렵다는 의견이 많다.

◇ 국내 시장도 이미 '과잉'

글로벌 철강 시장은 현재 공급과잉에 시달리고 있다. 중국은 자국에서 생산된 재고들을 전세계로 수출했다. 대신 가격을 크게 낮췄다. 재고 소진을 위해서다. 문제는 중국의 물량을 받은 국가들도 이미 시장이 포화 상태였다는 점이다.

중국산 철강제품은 낮은 가격을 무기로 각국의 철강 시장에 빠르게 침투했다. 이미 포화된 시장에 중국산 저가 물량까지 더해지면서 각국의 철강 시장은 몸살을 앓기 시작했다. 수요보다 공급이 많다보니 제품 가격은 계속 하락했다. 여기에 조선, 건설 등 철강 수요 산업들이 부진의 늪에 빠지면서 철강 제품의 공급과잉 상태는 더욱 확산됐다.

글로벌 컨설팅 업체인 보스턴컨설팅그룹(BCG)은 향후에도 공급과잉 현상이 지속될 것으로 내다봤다. BCG는 글로벌 철강업계의 과잉 생산량은 작년 4억9500만톤에서 오는 2020년 6억1600만톤으로 더 늘어날 것으로 예상했다. 여기에는 전세계 철강 과잉공급량의 70%를 차지하는 중국의 탓이 크다. 포스코경영연구원은 중국의 철강 공급과잉이 해소되는 데에 약 10년의 시간이 걸릴 것으로 전망했다.


중국산 저가 물량이 가장 많이 침투한 곳은 우리나라다. 업계에서는 중국의 잉여 물량 중 약 15%가 국내에 유입되고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그 탓에 국내 철강 시장도 이미 공급과잉에 시달리고 있다. 여기에 국내 철강업체들은 그동안 꾸준히 설비 확충에 나서며 조강 생산량은 매년 늘어나고 있는 추세다.

하지만 수요는 부진하다. 철강 수요의 20%가량을 소화하는 조선산업은 이미 구조조정에 돌입한 상태다. 30%대로 추산되는 건설산업도 아직 회복되지 못했다. 이런 탓에 지난 2011년 1185만톤이던 국내 과잉공급량은 작년 1990만톤까지 늘어났다. 중국산 물량의 유입에 설비과잉, 수요 부진 등이 겹치며 국내 철강 시장도 이미 공급과잉에 시달리고 있는 셈이다.

BCG는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기업들이 설비투자를 늘리면서 공급과잉 우려가 커졌는데도 국내 철강업계는 근본적 경쟁력 제고 없이 수출만 늘리는 데 주력했다”며 “당분간 상황이 호전될 가능성은 별로 없다”고 지적했다.

◇ 구조조정, 핵심은 빠졌다?

상황이 이렇자 국내 철강 산업에 대한 구조조정 필요성이 대두되고 있다. 아직 정부는 철강산업에 대한 구조조정안을 내놓지 않았다. 최우선 구조조정 업종으로 꼽힌 해운업이나 조선업에 비해 상황이 그다지 나쁘지는 않다는 판단때문이다. 하지만 현재와 같은 공급과잉 상황이 지속된다면 조만간 철강산업도 구조조정 대상에 오를 수 있다.

최근 업계에서는 한국철강협회를 중심으로 자체적인 구조조정에 대한 검토에 나섰다. 한국철강협회는 철강산업 구조조정 관련 연구 보고서 용역을 BCG에 맡겼다. 오는 7월말쯤 BCG의 철강 구조조정에 대한 용역 보고서가 나올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이를 바탕으로 구조조정 방향을 설정하고 8월 시행 예정인 ‘기업활력 제고를 위한 특별법(원샷법)’을 적용해 산업구조 개편을 추진할 계획이다.

하지만 업계에서는 정부가 구체적인 안(案)과 로드맵을 가지고 구조조정에 나서지 않는 한 구조조정 효과를 보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국내 철강업계를 대표하는 포스코와 현대제철이 적극적인 구조조정에 돌입하지 않고 있는 상황이어서 실효성에 의문이 간다는 의견이 많다. 그런만큼 자체적인 구조조정에는 한계가 있을 것이라는 지적이다.

▲ 업계에서는 포스코, 현대제철과 같은 국내 대표 철강사들이 적극적으로 구조조정에 동참해야만 국내 철강산업이 경쟁력을 가질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만일 대형 업체들이 구조조정에 동참하지 않을 경우 구조조정의 후폭풍은 중소형 철강사들에게만 돌아가게 될 것이라는 의견이 많다.

포스코와 현대제철이 구조조정에 적극 나서지 않는 것은 자체적인 문제 때문이다. 포스코는 최근 수년간 수익성 악화에 시달리고 있다. 작년에는 창사이래 처음으로 당기순손실을 입었다. 포스코는 지난 2014년부터 자체 구조조정에 나섰다. 지난해에만 46건의 구조조정을 완료했다. 올해 1분기에도 6건의 구조조정을 단행했다. 하지만 포스코의 구조조정은 비핵심 사업 정리를 통한 재무구조 개선에 방점이 찍혀있다.

현대제철의 경우 구조조정보다는 오히려 확장추세에 있다. 작년 SPP율촌에너지 인수를 비롯 동부특수강 인수, 현대하이스코 합병 등을 진행했다. 현대차그룹이라는 든든한 매출처를 확보하고 있어 여기에 맞는 제품 생산을 위해 관련 사업 강화에 나섰다. 일각에서 국내 철강 산업이 공급과잉에 시달리고 있음에도 현대제철은 설비 확장에 나서고 있는 것은 공급과잉을 부추기는 것이라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한 중견 철강업체 고위 관계자는 "정부의 국내 철강산업에 대한 이해도가 떨어지는데다 포스코와 현대제철 같은 메이저 업체들마저 구조조정의 필요성에 대해 공감하지 못하고 있다"며 "이런 상황에서 무분별한 구조조정에 돌입한다면 중소형 철강사들만 피해를 볼 수밖에 없다"고 우려했다.

◇ '원샷법' 효과 있을까

정부는 현재 철강산업 구조조정에 대해 '원샷법'에 기대를 걸고 있다. '원샷법'은 벼랑끝에 내몰리기전에 선제적으로 구조조정을 할 수 있도록 마련된 것으로 기업의 인수합병(M&A) 절차 등을 대폭 개선해주는 일종의 규제완화 정책이다. 현재 철강산업은 정부의 '원샷법' 첫 대상으로 유력하게 꼽히고 있는 상황이다.

정부의 철강산업에 대한 '원샷법' 적용은 일본의 사례를 벤치마킹한 것으로 보인다. 일본은 최근 10년 동안 정부와 업계 주도로 구조조정을 진행하고 있다. 신일본제철과 스미토모금속의 합병, 가와사키와 NKK의 합병 등 대형 철강사 합병을 통해 생산능력 최적화와 경쟁력 개선에 나선 상태다. 이를 통해 일본 철강업계는 생산량을 일정 수준으로 유지하면서 공급과잉 현상에 대처하고 있다.

관건은 '원샷법'이 철강산업 재편에 도움이 될 수 있느냐다. 정부가 의욕적으로 추진하고는 있지만 포스코, 현대제철과 같은 대기업들이 참여하지 않을 경우 실효성이 떨어질 가능성이 높다. 이들 업체들은 자체적인 프로세스를 통해 체질개선에 나서고 있는 상태다. 동국제강도 유니온스틸 합병, 후판공장 폐쇄, 사업포트폴리오 재조정 등의 고강도 구조조정으로 재무개선약정을 졸업하는 등 성과를 내고 있다.

▲ 정부는 오는 8월 시행 예정인 소위 '원샷법'을 통해 철강산업의 구조조정을 유도한다는 계획이다. 하지만 정부가 주도하는 M&A 위주의 강제적인 구조조정은 자칫 경쟁력이 있는 기업마저 무너뜨릴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이에 따라 업계에서는 정부가 철강산업에 대해 보다 세심하고 정확한 분석을 바탕으로 철강산업 구조조정을 위한 로드맵을 제시하는 것이 우선이라고 보고 있다.

따라서 자칫 정부가 과도하게 M&A를 전제로 한 구조조정에 나설 경우 이미 자체 구조조정으로 성과를 내고 있는 일부 철강업체들에게는 오히려 역효과를 가져올 수도 있다는 의견도 있다. 이에 따라 업계에서는 정부가 구조조정에 나서기 전에 일단 철강산업 전반에 대한 면밀한 검토와 구조조정이 필요한 부분에 대한 분석 등이 선행돼야 한다고 보고 있다.

반면 일각에서는 정부의 '원샷법'을 통한 구조조정 독려가 효과를 볼 것이라는 의견도 있다. 이제는 한계 기업을 솎아 내고 지속 가능성이 있는 기업들을 육성하는 작업이 필요한 때라는 의견이다. 이미 공급과잉이 만연한 상태인 만큼 정부의 개입을 통해 경쟁력을 상실한 중소 철강업체들은 구조조정을 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업계 관계자는 "구조조정은 필연적으로 후폭풍을 동반할 수밖에 없다"며 "그 후폭풍을 최소화하는 것이 정부의 역할이자 의무다. 이를 위해서는 숫자에만 얽매이는 것이 아니라 구조조정을 통해 국내 철강산업이 경쟁력을 가질 수 있는 방안에 대해 정부와 업계가 함께 머리를 맞대고 고민하는 과정이 반드시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시리즈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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