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강업에 오랜만에 훈풍이 불고 있다. 중국의 제품가격 상승에 따른 수혜를 입을 것이라는 분석이 많다. 실제로 2분기 국내 철강업체들의 실적은 호조세를 보이고 있다. 문제는 이런 훈풍이 언제까지 불 것인가다. 업황 회복의 열쇠(Key)는 중국이 쥐고 있다. 전세계 철강 업황을 좌지우지하는 중국의 움직임에 국내 철강 업황도 연동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국내 철강산업은 중대한 국면에 직면해 있다. 정부는 철강업을 구조조정 대상에 올려뒀다. 업체들에게는 부담이다. 위기와 기회를 동시에 맞고 있는 국내 철강업의 현 상황과 업황에 대한 전망, 중국의 움직임 등을 살펴본다. [편집자]
지난 1분기 실망감을 안겨줬던 국내 철강사들이 2분기에는 개선된 실적을 내놓을 것으로 기대된다. 중국 정부의 철강산업 구조조정 효과로 국내 철강사들도 제품 가격을 인상해서다. 시장에서도 포스코와 현대제철 등 국내 주요 철강사들의 영업이익 성장세가 지속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하지만 국내 철강 산업의 미래가 꼭 장밋빛인 것만은 아니다. 제품 가격 인상이 철강사들의 공격적인 제품 생산으로 이어져 공급 과잉 현상이 다시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중국 영향이 크다는 점도 철강사들이 극복해야 할 과제다. 또 브렉시트(영국의 EU탈퇴)가 몰고 올 파장도 결코 우호적이지 않다.
◇ 기대되는 2분기
금융정보 제공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포스코의 2분기 예상 영업이익은 전년대비 12% 증가한 7693억원(별도기준), 동국제강은 91% 급증한 1033억원이다. 현대제철의 경우 4061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된다. 호실적을 기록했던 지난해 같은기간과 비교하면 6% 가량 줄어든 수치지만 전기대비로는 51% 급증한 수치다.
국내 철강사들의 실적 향상이 기대되는 것은 지난 1분기 철강 제품 가격 인상 효과가 반영됐기 때문이다. 여기에 계절적 성수기에 진입한 것도 호실적을 기대하게 하는 이유다. 포스코는 지난 4월 열연 및 냉연가격을 톤당 3만~5만원 인상했고 5월에도 추가 인상을 발표한 상태다. 현대제철 등도 가격 인상을 단행했다.
그동안 국내 철강사들은 중국산 저가 물량에 밀려 큰 어려움을 겪었다. 중국 업체들은 자국내 부동산 경기 침체 등으로 철강 수요가 줄어들자 과잉 생산된 제품을 낮은 가격으로 판매했다. 이 때문에 국내 철강사들의 수익성은 악화될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지난 1분기부터 중국 철강 제품 가격이 상승하기 시작했다. 중국 정부가 직접 나서 자국 철강사들에 대한 구조조정을 진행했다. 제품 생산량도 줄이기로 결정했다. 이 영향 덕에 국내 시장에서 중국 제품이 차지하는 비중이 줄었다. 한국철강협회에 따르면 지난 4월 중국 철강재의 국내 명목소비 대비 점유율은 전년대비 1.2%포인트 감소한 22.9%를 기록했다.
또 철강 제품 수요를 이끄는 중국의 고정자산투자(부동산 및 인프라 투자)가 오는 3분기부터 정점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따라서 중국 철강 시장에서의 수급도 나쁘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박현욱 HMC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중국 철강가격 상승이 시차를 두고 포스코의 평균 판매단가 인상에 영향을 주면서 제품 스프레드(판매가-원료가)가 확대될 것”이라며 “현대제철 역시 계절적 성수기 영향과 타이트한 수급에 따른 철근 가격 상승으로 1분기보다 큰 폭으로 개선된 실적을 달성할 것”이라고 말했다.
◇ 낙관하기에는 이르다
철강 산업은 내수 시장이 차지하는 비중이 크다. 지난 4월 기준 누적 조강 생산량 2만2084톤 중 수출 물량은 1만87톤으로 45% 수준이다. 생산된 철강 제품의 절반 이상을 국내 시장에서 소화하는 만큼 내수 수요가 중요하다.
하지만 철강 수요 산업별로 상황이 다르다. 건설은 그나마 낫지만 자동차, 조선은 여전히 어렵다. 건설업은 작년부터 회복된 주택시장 분위기에 틈타 분양이 크게 늘었다. 또 주택착공 물량 증가로 봉형강 제품 수요가 견조할 것으로 보인다. 실제 1분기 건설업 국내 투자액은 전년대비 6.7%포인트 증가한 42조3000억원이었다.
▲ 조선업의 부진은 철강산업에 있어 치명적이다. 철강 제품 사용이 많은 만큼 조선업이 부진의 늪에 빠지면 철강산업도 함께 부진해질 수밖에 없다. 자동차 산업도 전망이 밝지 못하다. 이에 따라 업계 일각에서는 최근 철강 업황의 호조에 대해 안심하기에는 이르다는 의견을 내놓고 있다. |
반면 자동차와 조선업에선 기대만큼 업황이 회복될 지 여전히 미지수다. 현재 상황을 감안하면 철강 수요 증가를 기대하기 어려울 수 있다. 한국자동차산업협회에 따르면 지난 1분기 국내 자동차 판매량은 36만8000여대로 전년대비 6.9% 증가했다. 하지만 향후 개소세 혜택 종료와 침체된 내수 경기를 고려하면 판매량의 증가를 기대하기는 어렵다.
후판은 상황이 더 어렵다. 전방 산업인 국내 조선업은 현재 정부 주도의 구조조정이 진행되고 있는 상태다. 신규 수주 물량도 거의 없다. 조선업의 몰락은 철강 공급과잉 현상을 지속시키는 또 다른 요인이다.
업계 관계자는 “주택 착공 물량 증가로 인해 봉형강 제품 등은 수요가 늘어나고 있으며 중국발 제품 가각 상승세도 올해까지는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며 “다만 장기적 관점에서 공급과잉 현상을 극복하려면 자체적인 구조조정과 함께 글로벌 시장에서 살아남을 수 있는 경쟁력을 갖추는 게 급선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