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그룹이 사상 첫 총수 구속이라는 최악의 상황을 맞게 됐다. 앞으로 진행될 재판의 결과에 따라 달라지겠지만 당장 이재용 부회장의 부재는 개인은 물론 그룹 경영에도 상당한 영향을 줄 수밖에 없는 요인이다.
지난해 하반기부터 이어진 검찰조사, 국회 청문회, 특검 수사에 이어 이 부회장 구속으로 인해 삼성의 경영은 앞으로도 상당기간 불확실성에 휩싸일 전망이다.
이재용 부회장 개인적으로도 그동안 구상해온 경영권 공식승계 행보가 꼬이는 결과가 됐다. 지난해 10월 삼성전자 등기이사 선임을 시작으로 본격적인 경영행보에 나서겠다는 계획은 이미 어긋난 상황이고, 앞으로의 전망 역시 예상하기 어려운 처지가 됐다.
◇ '두번째 허들' 못 넘었다
서울중앙지법은 17일 새벽 이재용 부회장에 대한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법원은 "새롭게 구성된 범죄혐의 사실과 추가로 수집된 증거자료 등을 종합할때 구속 사유와 필요성이 인정된다"고 밝혔다. 지난달 첫번째 고비를 넘겼던 이 부회장은 결국 두번째 관문은 넘어서지 못했다.
삼성은 특검의 수사가 계속되면서 최근 각종 의혹에 적극적으로 반박하는 모습을 보여왔다. 정유라씨 등에 대한 지원이 청와대의 강압에 의한 것이었고, 대가를 바라고 뇌물을 주거나 부정한 청탁을 한 적이 없다고 줄곧 강조해왔다.
하지만 이날 법원이 구속영장을 발부함에 따라 삼성의 이같은 주장이 수용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삼성은 이 부회장의 구속영장 발부이후 "앞으로 재판에서 진실이 밝혀지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상태다.
앞으로 특검 조사와 기소, 재판 등의 과정이 이뤄지는 동안 이 부회장은 경영일선에서 물러나 있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삼성은 이 부회장의 구속영장 발부이후 미래전략실을 중심으로 향후 대응방안 등을 논의하고 있지만 당장 뚜렷한 대안을 내놓기는 쉽지 않을 것이란 관측이다.
◇ 경영행보 '올스톱'
이 부회장의 구속으로 인해 올해 삼성전자 등기이사를 시작으로 책임경영을 본격화하겠다는 삼성의 계획도 무산된 상황이다. 이 부회장은 지난해 10월 임시 주주총회를 통해 삼성전자 이사회에 합류했고, 올해부터 이사회 멤버로서 본격적인 활동에 나설 것으로 관측됐다.
특히 와병중인 이건희 회장의 공백이 이어지고 있는 만큼 이 부회장의 등기이사 선임을 통해 공식적인 경영권 승계를 위한 행보가 빨라질 것이란 예상이었다. 이 부회장이 10월 임시 주총을 통해 이사회에 합류한 것도 연말 사장단 정기인사와 조직개편 등을 통해 새로운 틀을 만들기 위한 차원이란 해석이 나오기도 했다.
하지만 최순실 게이트에 연루되며 이같은 계획은 완전히 빗나간 상태다. 검찰 조사에 이어 국회 청문회, 특검 조사 등 지난해 11월부터 최근까지 이 부회장과 그룹 최고위 경영진들이 제대로 된 경영에 임하기 어려운 상황이 계속됐기 때문이다. 특히 이 부회장은 제대로 된 경영활동을 펼치기도 전에 삼성그룹 창업이후 처음으로 구속된 총수라는 불명예를 안게 됐다. 이 부회장 개인으로서는 본 무대에 올라서기도 전에 상처를 입은 셈이다.
문제는 이 부회장의 '부재'가 언제까지 지속될 것인지 예측하기 힘들다는 점이다. 당장 특검 연장 여부와 향후 재판 일정 등에 따라 상당기간 시간이 소요될 것으로 보이고, 재판 결과에 따라 최악의 상황이 더 길어질수도 있기 때문이다. 삼성 관계자는 "현재로선 어떤 것도 정해진 것이 없다"며 "당혹스러운 상황"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