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부회장의 구속에 따라 산적한 현안들이 어떻게 처리될 것인지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삼성은 오너와 미래전략실이 전체 경영전략을 제시, 조율하고 각 계열사들이 이를 수행하는 구조였던 만큼 최고경영진, 특히 오너의 부재가 어떤 결과로 나타날 것인지 예측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특히 이 부회장이 삼성전자를 중심으로 한 주요 인수합병(M&A), 투자 등 중요한 의사결정에 참여하지 못하는 만큼 중장기적인 성장전략을 추진하는데 어려움이 생기는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과거 이건희 회장이 경영일선에서 물러났을 당시 각종 위원회 체제가 가동됐지만 한계를 보였던 상황이 재연될 수 있다는 우려다.
◇ 지주사 전환 등 현안 산적
이 부회장의 부재는 당장 그룹 지배구조 개편 작업에도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 주력계열사인 삼성전자는 이르면 상반기내에 지주회사 전환 여부에 대해 결론을 내린다는 계획이었다. 실무적으로 다양한 시나리오가 검토되겠지만 최종 결정은 그룹 최고경영진에서 이뤄질 수밖에 없는 만큼 이번 이 부회장 구속이 지주회사 전환 작업에 어떤 영향을 미칠 것인지 주목되고 있다.
실제 이 부회장은 특검 외에 재판 일정이나 결과 등을 감안하면 적어도 상반기에는 정상적인 경영활동이 불가능할 것으로 관측된다. 변호사 접견, 면회 등을 통해 보고를 받을 수 있지만 주도적으로 진행하기에는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특히 하만과 같은 대규모 인수합병 등의 추진 과정에서 오너의 부재는 상당한 영향을 줄 수 있다. 당장 하만 인수작업에도 차질이 빚어지지 않을까 우려하는 시각도 나오고 있다.
삼성전자가 최근 적극적인 인수합병 전략을 구사해왔다는 점에서 이같은 기조가 변화할 수 있다는 전망도 제기된다. 삼성전자가 신사업으로 육성중인 자동차전장외에 인공지능, 사물인터넷 등 급변하는 산업에 대한 대처 역시 지켜봐야 할 부분이다.
재계 관계자는 "오너 부재의 영향은 계열사들의 일상적인 경영활동에서는 당장 나타나지 않을 수 있다"면서 "다만 대규모 투자나 인수합병, 사업재편 등 중요한 의사결정이 이뤄져야 하는 시점에서는 한계를 절감하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 멈춰버린 경영..재계도 우려
이 부회장의 구속으로 최근 수개월간 멈춰있던 삼성의 내부과제들도 해결되지 못할 전망이다. 통상 12월에 단행되던 정기인사, 조직개편은 이미 두달이상 밀렸고, 앞으로도 시기를 예측하기 어려운 상황이 됐다. 전체적인 투자계획이나 고용 등 경영전반에 대한 결정도 계속 미뤄지면서 조직 전체의 활력이 떨어지고 있다는 반응이다.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등 부품사업의 호조로 실적은 유지되겠지만 이같은 경쟁력 격차의 기반이 선제적 투자를 통한 고부가가치 기술 확보에서 나왔다는 점은 투자 지연 등에 대한 우려를 높일 수밖에 없다.
이 부회장이 공언했던 미래전략실 해체 등의 작업도 지연될 것으로 보인다. 삼성 관계자는 "지금은 향후 재판에 대비하는 것 외에 인사 등 다른 내부적 이슈를 거론하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세계 7위인 삼성 브랜드에 대한 대외적인 신인도 하락에 대한 우려도 제기된다. 주요 외신들은 이날 일제히 이 부회장의 구속 사실을 전파했다. 향후 해외 사업추진 과정에서 불이익을 받을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는 반응이다.
삼성이 처한 상황에 대해 재계도 우려를 내비치고 있다. 대한상공회의소는 이날 논평을 통해 "글로벌 경쟁의 최일선에 있는 국내 대표기업이 경영공백 상황을 맞게 된데 대해 우려와 안타까움을 표한다"며 "수사가 최대한 신속하게 진행되고 매듭되어지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SK나 롯데, CJ 등 특검의 수사대상으로 거론되던 그룹들도 이 부회장의 구속이 어떤 영향을 미칠 것인지에 대해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특검이 이들 기업에 대한 수사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그동안 피해자라는 입장을 강조해온 삼성의 주장이 결국 수용되지 않았다는 점은 다른 기업들의 긴장도를 높이는 요인이라는 분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