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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사드만 바라보면 중국을 놓친다

  • 2017.02.24(금) 09:10

사드(THAAD) 때문에 사업하기 힘들어졌다는 소리가 곳곳에서 들린다. 규제조항은 있었지만 중국 당국의 느슨한 적용으로 공공연하게 통용되던 관행이나 거의 사문화되다시피했던 절차들,  최근에는 이런 체계가 돌연 깐깐해져 사업을 진행하기가 쉽지 않다는 푸념이다.

 

문화·콘텐츠 등 엔터테인먼트 산업에선 한한령을 통해 우리나라 연예인들의 광고나 연예 활동이 제약을 받고, 드라마 방영도 취소되고 있다. 식음료·화장품을 비롯한 소비재 제품들도 세관을 통과하는 과정이 복잡해졌다.

 

그렇다고 중국 정부가 우리 기업들을 견제하기 위해 새로운 규제를 만들거나 한 것은 아니다. 우리가 사드를 핑계로 무역장벽을 높이는 중국을 비판하면서도 적극적인 대응책을 내놓지 못하는 이유다.

 

대표적인 분야가 전기차 배터리다. 세계 최대 전기차 시장인 중국은 전기차 배터리 수요 역시 폭발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중국 궈롄자동차배터리연구소(國聯汽車動力電池硏究院)는 중국 전기차 생산량이 2020년에는 200만대, 2025년에는 300만대를 넘어설 것으로 전망한다. 이에 따라 전기차 배터리 수요량 역시 1000억Wh(와트시), 추가 투입 투자액은 1000억 위안을 초과할 것으로 보고있다.

 

삼성SDI와 LG화학 등 국내 배터리 업체의 기술력은 전 세계적으로 인정받고 있다. 이들은 중국 시장을 공략하기 위해 현지에 배터리 생산공장을 세웠고, 중국 완성차 업체들과 배터리 공급계약을 체결하는 등 적극적인 사업에 나섰다.

 

하지만 지난해 초부터 상황이 확 달라졌다. 중국 정부가 삼원계 배터리에는 안전성을 이유로 보조금을 지급하지 않기로 하면서 어려움이 시작됐다. 올 초에는 한국 배터리 업체 제품이 탑재된 전기차를 보조금 지급 명단에서 제외하면서 숨통을 더욱 조였다.

 

결국 국내 기업들은 중국 현지 사업을 보류하거나 임시방편으로 대체 상품을 생산할 계획이다.

 

중국의 이 같은 조치들에 대해 우리는 사드를 주 원인으로 꼽는다. 하지만 사드는 단기 이슈일 뿐이다. 중국은 대외적으로 무역 장벽을 높이면서 대내적으로는 경쟁력이 떨어진 자국 제조업을 강화하기 위한 장기적 계획 실현을 준비하고 있다.

 

 

실제 중국은 지난 2015년 ‘중국제조 2025’를 발표하며 제조분야 기술력과 생산능력을 높이는 작업을 시작했다. 10년 단위 3단계를 거쳐 최종적으로 2045년에는 미국과 독일 등 제조 선진국과 어깨를 나란히 하겠다는 목표다.

 

선제적으로 중국은 철강과 석유화학, 조선 등 중후장대 산업 구조조정을 단행하고 생존한 기업들을 대상으로 기술과 생산규모 등을 확장해 글로벌 경쟁력을 강화할 방침이다.

 

또 중국은 주요 수출품을 생산하는 과정에서 기초 원료 및 중간 원재료 등을 우리 기업들로부터 가장 많이 수입하고 있다는 점에 대해서도 고민하고 있다. 장기적으로 국내 기업들의 대(對) 중국 수출이 더욱 어려워질 것으로 전망되는 이유다.

 

사드 영향을 무시할 순 없다. 그렇다고 최근 중국의 움직임을 사드 탓으로만 돌려서는 안 된다. 그 이면에는 제조업 선진국이 되겠다는 중국 정부의 무서운 속내가 담겨 있어서다.

 

중국 현지에서 사업을 펼치는 한국기업 관계자들은 중국과의 파트너십을 강화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중국에 진출한 국내 대기업 한 임원은 “중국 뿐 아니라 글로벌 시장에서 더 이상 ‘메이드인 코리아(Made in Korea)'는 큰 의미가 없다”며 “우리 기업들이 중국보다 앞선 설계나 디자인을 맡고, 중국 기업이 이를 토대로 제품을 생산하는 등 양국 기업의 협력 방안을 다양하게 찾아내야 한다”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중국과 협력해 최근 빠르게 성장하는 제3국으로의 공동 진출 등도 하나의 방안이 될 수 있다”며 “중국의 대외 정책에 적극 대응하는 전략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사드는 정치·외교적으로 풀어야할 숙제이지만 사드 이슈에만 함몰되면 변화하는 중국의 모습을 볼 수 없다.

 

우리 기업들과 정부는 중국의 장기적 산업구조 개선 전략을 봐야한다. 그들이 주목하는 기술과 생산능력 효율화를 살피고, 이에 맞는 대응전략을 찾아야 한다. 대응이 쉽지 않다면 중국과 함께 하기 위한 협력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중국은 더 이상 ‘기회의 땅’이 아니라 가장 치열한 격전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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