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15년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 당시 청와대가 국민연금에 찬성표를 던지도록 지시했다는 특검의 주장이 증인들의 거듭된 부인으로 흔들리고 있다.
23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7부(재판장 김진동) 심리로 열린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관련 32차 공판에는 노홍인 보건복지부 건강보험정책국장이 증인으로 출석했다. 노 국장은 당시 청와대 보건복지비서관실 선임행정관으로 근무했다.
그는 "언론동향을 보고하는 비서관회의에서 최원영 청와대 전 고용복지수석이 삼성 합병 상황을 파악해보라고 했다"면서도 "언론에서 시끄럽게 다루는데도 현황파악이 안돼 그랬던 것 같다. 특정한 의도가 있었던 건 아닌 것으로 기억한다"고 말했다.
노 국장은 특히 "대통령 지시사항이라면 통상적으로 대통령 지시라고 얘기하는데 그런 말을 들은 기억이 없다"며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이 이뤄지도록 하라는 지시는 없었다"고 증언했다.
특검은 최 전 수석이 국민연금의 의결권 행사와 관련한 지시를 내린 것 아니냐며 캐물었지만 노 국장은 "포괄적인 의미로 받아들였다"고 말했다. 그는 "당시는 메르스 사태 때문에 국민연금의 의결권행사를 신경쓸 상황이 아니었다"고 덧붙였다.
이날 특검은 김기남 청와대 전 보건복지수석실 행정관과 보건복지부 국민연금정책과 실무자 사이에 오간 문자메시지를 공개했다. 삼성물산 합병과 관련한 주주별 입장과 쟁점, 주총일정 등을 보고해달라는 내용이다.
이와 관련해 김 전 행정관은 지난 14일 열린 28차 공판에 증인으로 출석해 "언론보도와 관련해 청와대에 보고하는 것은 일상적인 일로 그 중 하나였다"며 "합병관련 지시는 없었다"고 답변한 바 있다. 김 전 행정관은 삼성물산 합병 관련 보고서를 청와대 경제수석실 소속 경제금융비서관실에도 전달한 인물이다.
노 국장은 "삼성물산 합병건은 경제금융비서관실이 관심이 많다는 얘기를 들은 뒤부터 (우리는) 국민연금 의결권과 관련한 내용을 대통령에게 따로 보고할 필요가 없었다"고 말했다.
특검은 청와대가 경제수석실과 고용복지수석실을 통해 삼성물산 합병을 위해 움직인 것으로 보고 있는데 그 한 축인 고용복지수석실의 역할은 크지 않았다는 증언인 셈이다.
앞서 지난 21일 열린 31차 공판에선 홍완선 전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장도 합병 찬성 결정에 청와대에서 보건복지부로 이어진 외압은 없었다는 취지의 증언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