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미콘업체 유진기업이 매출이 전혀 발생하지 않는 껍데기 회사를 안고가고 있다. 부실 덩어리였던 회사를 유경선 회장 등 오너 일가로부터 사들인 뒤 무려 10년이 넘는다.
유진기업의 100% 자회사 유진아이티디는 1977년 6월 설립된 영양제과가 전신(前身)이다. 군 납품용 건빵과 연양갱을 만들던 업체로 원래는 유재필 창업주를 비롯해 장남 유경선 회장 등 일가가 지분 90%를 소유했다.
영영제과는 계속된 순익적자로 인해 2011년부터 결손금(마이너스 38억원)이 발생하기 시작했다. 2013년 말에 가서는 총자산보다 총부채가 17억5000만원이 더 많은 완전자본잠식(자본금 50억원) 상태에 빠졌다. 2004년 말에 가서는 45억7000만원으로 확대됐다.
재무구조가 악화일로였던 영양제과의 주주가 물갈이 된 때는 2005년. 발행주식 99%에 대해 2015년 3월 무상감자(100만주→1만주)를 실시한 뒤 유재필 창업주 일가 소유 주식 9000주(지분율 90%)를 유진기업과 이순산업이 인수한 것.
이어 70억원 자본확충을 통해 두 계열 주주사가 지분 50%씩을 보유했다. 이듬해 5월에 가서는 유진기업이 이순산업을 흡수합병함으로써 영양제과는 유진기업의 100% 자회사로 편입됐다.
이를 계기로 영영제과는 2007년 6월 제과사업을 접었다. 공장 설비를 비롯한 자산을 85억원에 매각했다. 대신 무역, 철광, 건설업 등으로 업종을 갈아탔다. 사명을 현 유진아이티디로 바꾼 것도 이 무렵이다.
하지만 유진아이티디가 업종 전환을 했다고는 하지만 2007년 이후로 매출이 전혀 발생하지 않고 있다. 또 지난해 43억3000만원에 이어 올해 상반기 11억6000만원의 순익 적자를 기록했다. 6월 말 현재 81.5%(자본금 70억5000만원·자본총계 13억300만원) 자본잠식 상태에 빠져 있는 이유다.
유진기업이 영업활동이 전혀 없는 껍데기 회사 유진아이티디를 계속 자회사로 두고 있는 이유는 단 한가지다. 유진의 모체이기 때문이다. 유진기업 관계자는 “유진아이티디는 유진기업의 모태 기업이라 형식적으로 기업 형태를 유지하고 있을 뿐”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