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벼랑끝 섰던 조선 빅3 '일감 늘리기' 쾌조

  • 2018.03.07(수) 13:40

현대·삼성·대우 올들어 50척 52억3000만달러
일단 이익보다 매출…"아직 질보다는 양" 지적도

극심한 수주 가뭄에 시달리던 조선업계에 낭보가 잇따르고 있다. 대형 조선 3사가 올 들어 두 달여 사이 계획보다 많은 수주실적을 내면서 빈 도크에 일감을 채우고 있다.

 


◇ 하루 걸러 수주 '낭보'

 

7일 조선업계에 따르면 현대중공업, 삼성중공업, 대우조선해양 등 '빅3' 조선사는 올들어 2개월 남짓한 기간 동안 총 50척, 42억3000만달러 가량의 수주고를 올렸다. 우리돈 5조6000억원 규모가 되는 일감이다.

 

현대중공업은 지난 5일 유럽 선주사로부터 LNG(액화천연가스)선 2척을 수주했다. 이에 앞서 지난달 27일에 LPG(액화프로판가스)선 2척, 28일에는 VLCC(초대형 유조선) 2척, 이달 1일에는 VLGC(초대형 가스운반선) 2척을 수주했다. 일주일 사이 총 8척, 약 8억달러 규모의 선박을 수주했다는 게 현대중공업 설명이다.

 

현대중공업 그룹 조선 3사(현대미포조선, 현대삼호중공업 포함)가 올해 들어 확보한 일감은 모두 29척, 20억달러 어치다. 선종별로는 가스선 11척(LNG선 3척·LPG선 8척), 유조선 10척, 컨테이너선 6척, VLOC(초대형 광탄운반선) 2척이다.

 

삼성중공업도 최근 18만㎥급 LNG선 1척 수주를 확정했다고 밝혔다. 옵션 1척을 포함한 정식 계약은 오는 9일 체결 예정이다. 삼성중공업은 이전까지 컨테이너선 8척, LNG선 1척, 유조선 2척 등 총 11척, 10억3000만 달러의 수주 실적을 거뒀다. 이번 계약이 발효되면 총 12척, 12억1000만달러 수주 실적을 올리게 된다.

 

삼성중공업은 지난해 LNG선 3척, LNG-FSRUU(저장·재기화 설비) 2척, FLNG(부유식 액화천연가스설비) 1척 등 LNG 분야에서만 33억 달러를 수주했다. 이 분야에 경쟁력이 있어 발주가 늘어나는 LNG 관련 선종 추가수주 기대가 크다.

 

대우조선해양은 지난달 27, 28일 이틀 사이 LNG운반선 2척과 VLCC(초대형 원유운반선) 3척을 수주한 데 이어 이달 2일에도 VLCC 2척 수주에 성공했다. 이를 포함한 올해 누적 수주고는 LNG운반선 4척, VLCC 5척, 특수선 1척 등 모두 10척, 약 12억달러어치다.

 

올 들어 2개월 사이 누적 수주액은 지난해 전체 수주액 30억달러의 40%에 달한다. 특히 최근 발주처 3개 선사가 모두 대우조선해양과는 처음 계약하는 선주들이라는 점이 더 긍정적이라는 평가다.

 

 
◇ 배값도 바닥 쳤다

 

영국 조선해운 분석기관 클락슨 리서치에 따르면 지난달 전 세계 선박 발주량은 45척, 174만CGT(표준화물선 환산톤수)였다. 이 중 국가별로는 한국 조선업체가 총 91만CGT를 수주, 전체 발주량의 52.3%를 차지해 점유율 1위에 올랐다. 45만CGT로 2위인 중국을 크게 앞선 것이다. 1월부터 누계로는 중국(161만CGT)에 이어 한국(157만CGT)이 2위다.

 

클락슨은 올해 세계 선박 발주량이 2780만CGT(표준화물선환산톤수)로 지난해(2322만CGT)보다 19.7% 증가할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내년에는 3220만CGT, 2020년에는 4270만CGT까지 늘어날 것으로 예상한다.

 

대우조선해양 관계자는 "지난해에 비해 LNG 운반선, 대형 컨테이너선, 유조선 등을 중심으로 시황이 개선되고 선가(船價)도 오르고 있다"며 "지난 3년 동안 열악한 재무구조 탓에 입찰에도 제대로 참여하지 못했는데 올해 본격적으로 만회를 시작할 것"이라고 말했다.

 

새로 건조하는 배의 가격을 보여주는 클락슨 신조선가지수는 지난 2월 127포인트로 전달에 비해 1포인트 올랐다. 작년 3월 저점(121포인트)을 찍은 이후 상승 흐름이다. 신조선가지수는 1988년 1월 기준 선박 건조 비용을 100으로 본 가격지수다.

 

매년 12월 기준으로 봤을 때 이 지수는 2007년말 185.1에 이르던 것이 재작년말에는 123까지 떨어졌지만, 작년말 125로 반등에 성공했다. 2014년이후 4년만의 상승세다. 특히 글로벌 조선업계가 구조조정을 거친 것이 선가 회복이 견조할 것이라는 전망의 배경이다. 글로벌 건조능력은 2011년 대비 2020년에 약 40% 축소될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국내 조선업계가 단기간 내 이익을 다시 내는 것을 기대하기 어렵다. 조선사들도 일단은 고정비용을 상쇄할 매출을 확보하는 게 급선무다. 최근 수주가 많은 LNG선 가격도 국내 조선업계의 수주 경쟁 속에 최근 2개월 연속으로 척당 100만달러씩 하락한 상황이어서 '질(質)보다는 양(量)'에 급급한 수주라는 지적도 나온다.

 

현대중공업과 삼성중공업이 각각 1조3000억~1조5000억원 규모로 추진하고 있는 유상증자도 최근 수주와 관련이 있다는 관측이다. 증자 전 주가를 끌어올려야 계획한 규모의 자금을 조달할 수 있어서다. 증자가 성공적이어야 이익을 낼 때까지 버틸 자금력도 마련된다. 삼성중공업 관계자는 "올해는 당장 적자를 탈출하기 어렵겠지만 내년부터는 영업이익 흑자를 낼 수 있을 걸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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