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3분기까지 수주실적을 보면 현장 인원을 어느 정도까지 조정해야 할지 셈을 할 수 있을 걸로 보인다. 내년 이후 매출 계획과 인력 수급, 버티기에 필요한 자금 규모 등이 당장 올해 수주에 달렸다." (A조선업체 재무관리 담당 임원)
대형 조선사들에게 올해 화두는 일감이다. 점점 비어가는 도크에 수주 물량을 채우는 게 관건이다. 하지만 올 초만해도 심심찮게 들렸던 수주 낭보가 점점 잦아들고 있다. 워낙 여건이 만만치 않다는 판단에 조심스럽게 잡은 올해 수주목표도 달성하기 어렵다는 관측이 나온다. 일감 확보가 여의치 않을수록 앞으로 조선업계에 불어닥칠 구조조정 칼바람이 더 매서워질 수 있다는 게 더 우려스럽다.
◇ 점유율 세계 1위라지만…
10일 조선업계에 따르면 현대중공업그룹(현대중공업 및 현대미포조선·현대삼호중공업 포함), 삼성중공업, 대우조선해양 등 대형 조선 3사는 올 상반기 122척의 신규선박 건조, 총 114억9000만달러어치 일감을 수주했다.
영국 조선해운시황 분석기관 클락슨리서치 집계(특수선·해양설비 등 일부선종 제외)로 올 상반기 한국 조선업체들은 전세계 선박 발주량 441척·1234만CGT(선가 및 부가가치 등이 반영된 표준화물선 환산톤수) 중 115척·496만CGT를 수주했다. 전체의 40%다.
이는 중국 203척·439만CGT(36%), 일본 58척·148만CGT(12%)를 앞선 점유율 1위다. 한국 업체의 상반기 수주는 재작년 86만CGT, 작년 321만CGT 등으로 중국에 뒤졌지만 올해는 중국에 앞서고 있다.
하지만 3사가 올해 목표로 한 연간 수주가 287억달러어치인 것과 비교하면 달성률은 40%에 그친다. 한 대형 조선사 관계자는 "작년이나 재작년보다는 나은 상황이지만 세계 해운경기 회복세가 연초 예상보다는 더뎌져 일감 확보 속도가 떨어진 것은 사실"이라며 "아직 판단은 이르지만 연간 수주목표를 채우기 어렵다는 말들이 벌써 나온다"고 말했다.
◇ "기필코 달성해야한다"더니
현대중공업그룹은 올들어 6월말까지 70척, 58억달러 규모의 일감을 수주했다고 밝혔다. 컨테이너선 19척, 유조선 19척, 액화천연가스(LNG)선 6척 등이 여기 포함됐다. 상반기 수주금액은 3사중 가장 크지만 1척당 수주 단가는 8286만달러 수준으로 3사 중 가장 낮다. 한 해 절반이 지났지만 연간 수주목표 132억달러의 43.9%만 채웠다.
현재(5월말 기준) 남아있는 일감인 수주잔고(인도기준)는 269척, 215억달러어치다. 작년 매출(15조3300억원)에 견주면 1년 7개월 분의 일감이다. 조선업계에서는 고정비를 감안하면 적어도 전년 매출 대비 2년 이상 일감은 확보해야 몸집을 유지할 수 있다고 본다. 수주를 더 빠르게 늘리지 못하면 빈 도크가 늘어날 수 있다는 얘기다.
삼성중공업은 올 상반기 26척, 25억4000만달러어치 배를 신규 수주했다. 선종별로 컨테이너선 8척, 액화천연가스(LNG)선 5척, 유조선 11척, 특수선 2척(조건부) 등이다. 삼성중공업의 올해 수주 목표는 82억달러인데 이와 비교하면 달성률은 31%에 그친다. 이는 3개사중 가장 낮은 수준이다.
올해 손실을 최소화 하려면 고정비를 메울 일감 확보가 급선무지만 수주 목표 달성 전망은 가장 어둡다. 남준우 삼성중공업 사장은 올 초 1조5000억원대 유상증자를 추진하던 당시 가진 취임 간담회에서 "올해 수주 82억달러는 기필코 달성해야 한다"며 "그래야 수주잔고가 14조원, 2년치 물량이 되고 그 뒤에 이익이 되는 물량을 선별해 수주할 수 있다"고 말한 바 있다.
대우조선해양은 올들어 지난달 말까지 26척, 31억5000만달러 규모의 일감을 따냈다. 역시 연간 목표인 73억달러와 비교하면 달성률은 43%에 그친다. 올해 수주한 배는 LNG 운반선 10척, 초대형원유운반선 15척, 특수선 1척 등이다.
이 회사 수주잔고는 222억달러로 작년 매출(11조원)을 감안하면 2년치 일감을 다소 넘는다. 하지만 앞으로 수익성 있는 물량으로 일감을 추추리게 되면 덩치가 줄어드는 것은 불가피하다는 게 대우조선 측 입장이다. 이 조선사 올해 매출은 9조8000억원으로 예상되지만 내년부터는 8조원대로 줄이는 사업효율화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이처럼 신규수주를 통한 일감 확보가 애초 예상보다도 어렵자 이미 불거진 조선소 현장의 고용불안에 대한 우려도 점점 짙어지고 있다. 현대중공업과 대우조선해양 노조가 최근 임금·단체협상 결렬 뒤 파업까지 가능한 쟁의권을 확보한 것도 이런 최근 상황과 무관치 않다.
한 조선업계 관계자는 "최근 조선업계 노사갈등은 표면적으로는 임금 인상률 등이 쟁점이지만 핵심은 고용불안"이라며 "회사도 어렵지만 수주 부진 등 경영 부실 책임 등과 관련한 이슈에서 경영진에 대한 불신의 골이 깊어 노사간 의견 조율이 만만치 않을 것"이라고 관측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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