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업계가 힘겨운 매출 보릿고개를 넘고 있다. 수주해 놓은 일감이 바닥나면서 겨우겨우 입에 풀칠만 하며 연명하는 처지다. 배를 짓느라 바빠야 할 야드(조선소)에 도크(선박건조대)는 점점 비어가는 게 숫자로 나타난다. 하반기 조선업계에 불어닥치고 있는 인력 구조조정 태풍은 이렇게 점점 위력을 키웠다.
26일 업계에 따르면 현대중공업과 삼성중공업, 대우조선해양 등 국내 주요 조선 3개사는 지난 2분기 모두 합쳐 468억원의 영업손실(연결재무제표 기준)을 냈다. 작년 같은 기간에는 8337억원 영업이익을 냈지만 적자로 돌아선 것이다. 직전인 1분기 1270억원 영업이익을 냈다.
조선 '빅3' 2분기 매출은 6조7967억원으로 1년전 10조31억원보다 32.1% 줄었다. 다만 올 1분기 6조5394억원보다는 3.9% 늘었다. 이는 일이 더 늘었다기보다는 조업일수가 설 연휴가 낀 1분기보다 늘어난 때문으로 파악된다.
대우조선해양은 지난 2분기 매출 2조3257억원, 영업이익 2294억원, 순이익 2062억원을 기록했다. 작년 같은 기간과 비교해 매출은 32.7%, 영업이익은 65.5% 감소했다. 영업이익률은 9.9%를 기록했는데, 이는 작년 2분기 19.2%에 비해 9.3%포인트 낮아졌다.
대우조선해양은 올 들어 두 분기 연속 영업이익 흑자를 냈다. 이번 분기 조선 빅3 중 유일한 흑자다. 그러나 이런 영업이익도 과거 총 13조원의 공적자금을 받으며 대규모로 부실을 처리한 부산물이라는 점에서 웃을 수도 없는 실적이다.
대우조선해양은 구조조정 과정에서 넉넉히 잡아뒀던 손실 중 일부가 이익으로 잡히고 있는데, 이 숫자가 작년 2분기에는 4000억원, 올 1~2분기 총 2000억원가량인 것으로 파악된다. 하지만 3분기에는 다시 순손익에서 대규모 적자가 예상된다.
대우조선은 지난 7월 종속회사였던 대우망갈리아조선소(DMHI)를 매각했는데, 약 4600억원 규모의 처분손실이 오는 3분기 연결실적에 영업외손실로 반영될 예정이다. 2분기 수준의 영업이익을 거둘 경우 순손실은 2000억원대로 에상된다.
현대중공업은 올해 2분기 매출 3조1244억원, 영업손실 1757억원, 순손실 2337억원을 기록했다. 작년 2분기에 비해 매출은 26.4% 줄었고 영업손익은 전년동기 1484억원 흑자에서 적자로 뒤집혔다.
원화 가치 상승과 선박 건조량 증가 등으로 매출은 늘었지만 강재가격 상승과 희망퇴직 위로금 지급 등으로 적자 규모는 커졌다는 설명이다. 현대중공업은 인력 구조조정으로 고정비 감소에 나서고 있지만 여의치 않다. 지난 23일에는 일감이 떨어진 해양사업사업본부서 2000여명 규모의 희망퇴직을 실시한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삼성중공업은 2분기 매출 1조3466억원, 영업손실 1005억원, 손손실 1427억원의 영업실적을 냈다. 작년 같은 기간과 비교할 때 매출은 41.4% 급감했고 영업손익, 순손익은 모두 적자로 전환했다.
그나마 긍정적인 것은 매출이 다섯 분기만에 처음으로 늘어난 것이다. 최근 확보한 수주로 3~4분기에도 소폭이나마 매출 증가가 이어질 것으로 회사 측은 기대하고 있다.
하지만 정리되지 않은 부실이 자꾸 튀어나오는게 문제다. 2분기에도 오션 리그(Ocean Rig) 드릴십 1척 납기연장 등으로 손실이 약 390억원 추가로 발생했다. 삼성중공업은 올해 초 연간 실적으로 매출 5조1000원, 영업손실 2400억원을 목표로 잡았지만 손실은 더 커질 수 있다는 관측이 우세해지고 있다.
올해 조선 3사는 판매관리비 등 고정비 부담을 줄이기 위해 매출 유지용 수주에 꽤 적극적이다. 한 조선업계 관계자는 "당장 이익을 남기지 못하더라도 일감이 없어 고정비용만 나가는 상황은 막아야 한다는 데 업계에 전반적인 공감대가 있다"며 "하지만 구조조정 이슈가 불거지며 수주 수익성 적정 수준에 대한 노사 양측 사이 온도차는 점점 벌어지는 게 현실"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