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상선이 최근 국내 대형 조선 3사에 뿌린 약 3조2000억원어치의 일감은 조선업계에 단비와도 같았다. 3개사에 각 1조원 안팎으로 고루 나뉜 발주분은 각 사 작년 매출의 7~11%에 달하는 두둑한 물량이었다.
그러나 이 일감에도 불구하고 3개사의 체감도는 제각각이다. 올해 연간 수주목표를 채우기가 쉬워진 곳이 있는가 하면, 여전히 빈자리가 커도 너무 큰 곳도 있다. 조선업계에 올해 수주실적은 고정비용 감축을 이유로 곧 시행될 인력 구조조정의 근거가 될 수 있다. 업계에서도 수주에 촉각을 곤두세우는 배경이다.
8일 조선업계에 따르면 현대중공업그룹(현대중공업 및 현대미포조선·현대삼호중공업 포함), 삼성중공업, 대우조선해양 등 국내 대형 조선 3사는 올해 들어 3분기 말까지 총 204척, 197억9000만달러어치 일감을 수주했다. 3개사가 올해 목표하고 있는 수주계획 287억달러와 비교한 달성률은 69%다. 올해의 4분의 3을 지난 시점임을 고려하면 계획에는 못 미치는 수준이다.
3분기만 따진 수주실적은 괜찮았다. 3사 합계 82억1000만달러로 연간 목표치의 4분의 1 이상(28%)을 채웠다. 여기엔 현대상선의 대형 발주 영향도 있었다. 하지만 상반기까지 목표달성률이 평균 40%에 그쳤던 탓에 사별로 올해 수주계획을 채울 수 있을지는 연말까지 지켜봐야 할 상황이 됐다.
현대중공업은 3분기까지 129척, 104억달러의 수주실적(그룹 조선 3사 기준)을 올렸다. 이는 올해 전체 목표인 132억달러의 79%에 해당하는 물량이다. 1~3분기만 따졌을 때 지난 2013년 200척, 139억달러를 거둔 이후 5년 만에 최대치다. 작년 같은 기간 62억달러(103척)와 비교하면 60% 늘린 실적이다.
그룹 내 개별 조선사를 따로 보면 본체 격인 현대중공업이 53억8000만달러로 전체의 51.5%를, 현대미포조선이 18억1400만달러로 17.4%를, 현대삼호중공업이 32억4500만달러로 31.1%를 책임졌다. 선종별로는 액화천연가스(LNG)선 16척, 액화프로판가스(LPG)선 12척, 에탄운반선 3척 등 고부가가치 가스선 31척이 주를 이뤘다. 여기에 컨테이너선 47척, 탱커 47척 등을 수주했다.
현대중공업 측은 "최근 조선 시황 회복세와 함께 계약선가가 지난해보다 높아져 수익성도 기대된다"고 설명했다. 8월 말 기준으로 집계된 현대중공업그룹 3사의 수주잔고는 280척, 230억달러다. 현대중공업은 조선 '빅3' 가운데 목표 달성에 가장 근접해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다만 수주 선박 1척당 단가는 8620만달러로 3사 중 가장 낮았다. 집계에 중형조선사인 현대미포조선(116척, 1척당 1564만달러)이 포함돼 있어서다.
▲ 2016년 말 현대중공업 조선소/사진=이명근 기자 qwe123@ |
삼성중공업은 올해 들어 3분기까지 40척, 47억달러의 수주실적을 채웠다. 이는 이 조선사 올해 세운 목표 82억달러와 견줘 57%에 해당하는 규모다. 3개사 중 목표 달성률이 가장 낮다. 선종별로는 LNG선 10척, 컨테이너선 13척, 유조선 14척, 특수선 3척 등을 올해 수주했다. 수주 단가는 1척당 1억1750만달러였다.
이 조선사는 3분기에만 21억6000만달러, 올 수주목표의 26%에 해당하는 물량을 주문받았다. 그러나 상반기까지 수주달성률이 31%에 그쳤던 게 아쉽다. 특히 2분기는 수주가 5억1000만달러뿐이었다. 삼성중공업의 수주잔고는 9월 말 기준 90척, 184억달러다.
대우조선해양은 올해 1~3분기 35척, 46억달러어치의 일감을 따냈다. 수주량은 3개사 중 가장 적다. 다만 올해 목표 73억달러와 비교한 달성률은 63%로 삼성중공업보다는 다소 높다. 3분기에만 9척, 14억5000만달러어치 물량을 확보했다.
신규 수주한 배는 LNG운반선 12척, 초대형 원유운반선(VLCC) 15척, 컨테이너선 7척 등 상선만 34척, 금액으로는 45억5000만달러어치다. 여기에 5000만달러 규모 특수선 1척이 더해졌다. 수주 단가는 1척당 1억3143만달러로 3사 중 가장 높았다. 9월 말 수주잔고는은 총 100척, 약 220억달러로 집계됐다. 이는 이 조선사 작년 매출과 견줬을 때 2.2년 치 일감에 해당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