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그룹의 창업정신은 '인화(人和)'다. 구(具)씨 가문의 LG와 허(許)씨 가문의 GS가 2005년 계열 분리하기 전까지 반세기 넘게 한지붕 아래에서 지낼 수 있었던 것도 인화를 강조한 기업문화 덕이 아니었을까.
LG의 인화는 임직원 연봉에도 녹아있다. 성과에 대한 보상이 있지만 삼성처럼 파격적이며 두드러지게 대우해주는 일은 드물다. 임원과 직원간 연봉격차도 다른 그룹에 비해 큰 편이 아니다. 넘치지 않게, 그렇다고 부족하지도 않게 중용의 길을 걷는 보수체계를 유지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LG그룹에서 가장 많은 연봉을 받은 사람은 구본무 회장이다. 지난해 기본급(40억3000만원)과 성과급(23억원)을 합쳐 총 63억3000만원을 받았다. 그룹 내에선 가장 많은 연봉이지만 재계 순위(4위)에 비춰보면 다른 그룹 총수에 비해 많은 편으로 보기는 어렵다.
비즈니스워치가 46개 대기업집단 193개 계열사(상장 155개, 비상장 38개)의 사업보고서를 조사한 결과, 총수 연봉 1위는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152억3300만원), 2위는 고(故) 이수영 OCI 회장(137억9400만원), 3위는 서경배 아모레퍼시픽 회장(109억1900만원)이 차지했다.
다음이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80억900만원), 허창수 GS그룹 회장(73억100만원),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66억3900만원) 순이다. 구 회장은 7위에 이름을 올렸다.
전문경영인만 따로 집계한 연봉 순위에서도 LG그룹 임원 중 튀는 사람은 많지 않았다.
차석용 LG생활건강 부회장(32억4400만원,11위), 조성진 LG전자 부회장(25억2500만원,15위), 권영수 LG유플러스 부회장(23억900만원,20위), 박진수 LG화학 회장(21억3300만원,27위)이 20억원 이상을 받았으나 전체에서 차지하는 순위는 모두 10위권 밖이었다.
연봉상승률은 송치호 LG상사 사장이 131.9%로 높게 나타났다. 하지만 송 사장의 연봉 자체는 13억8200만원으로 전체 분석대상 임원 중 50위권에 머물렀다. LG그룹은 총수부터 전문경영인까지 재계 순위보다는 낮은 연봉을 받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임원 연봉에서 차지하는 성과급 비중도 LG그룹은 34.8%로 삼성(69.1%), 포스코(59.0%), 한화(46.6%), SK(39.8%) 등에 못미쳤다.
LG그룹 임원 중 기본급보다 많은 성과급을 받은 사람은 차석용 LG생활건강 부회장이 유일했다. 차 부회장은 지난해 기본급 14억3200만원, 성과급 18억1300만원을 받았다. 이로 인해 LG생활건강의 임원과 직원간 연봉차이가 33.9배에 달했지만 아모레퍼시픽(74.2배)에 비하면 격차가 크지는 않았다.
이는 다른 계열사에도 비슷하게 확인할 수 있다. 삼성전자 임원의 평균 연봉은 103억3700만원, 직원은 1억1700만원으로 88.4배 차이가 나는데 비해 LG전자는 임원 18억3600만원, 직원 7900만원으로 23.2배 차이를 보였다. LG화학도 임원과 직원의 연봉 차이는 12.9배에 그쳤다. 롯데케미칼의 25.5배에 비해 차이가 덜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