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투자업계에서 야성을 입증하는 방법은 여러 경로가 있겠지만 보수 체계로 따지자면 단연 스톱옵션과 성과급을 꼽을 수 있다. 특히 연봉체계에서는 직급·직책이 올라갈 때마다 안정적으로 따박따박 받아가는 기본급보다는 해마다 업무성과로 입증하는 보수가 야성에 부합하는 항목이다.
비즈니스워치는 이번 [연봉워치]시리즈를 위해 자산총액 5조원 이상 대기업집단 46개 그룹 193개 계열사(상장 155개, 비상장 38개)의 사업보고서를 조사한 바 있다. 다만 조사대상에 들어간 증권회사는 미래에셋대우, 한국투자증권, 삼성증권, 현대차투자증권, DB금융투자 5곳이다. 표본수도 적고 5개사의 규모가 달라 직접비교가 어렵다.
따라서 2017년 자기자본 기준 10대증권사의 사업보고서와 보수체계연차보고서를 별도로 분석해봤다. 10대증권사에서 지난해 연봉 5억원(퇴직금 제외)이상을 받았다고 이름을 공개한 전문경영인은 14명이다.
14명 가운데 연봉총액에서 성과급 비중이 가장 높은 사람은 정남성 전 메리츠종금증권 부사장이다.
퇴임전 본사관리·리테일분야를 담당했던 정 전 부사장은 지난해 12억200만원의 연봉을 받았는데 이중 10억1200만원(84.2%)이 성과급이다. 2016년 인사고과를 바탕으로 성과급을 받았다. 회사 측은 정 전 부사장의 2016년 인사고과가 최우수등급이었다고 밝혔다.
성과급 비중 2위를 차지한 사람도 같은 회사다. 최희문 메리츠종금증권 부회장의 작년 연봉 18억2100만원에는 성과급 12억9400만원(71.1%)가 절대적 비중을 차지한다. 최 부회장 역시 2016년 최우수등급을 받았다.
메리츠종금증권은 단순히 성과급 비중만 높은 것이 아니라 지급 근거도 상세히 설명하고 있다. 특히 목표 대비 몇퍼센트를 달성했는지를 구체적으로 기재함으로써 다른 증권사는 물론 전반적인 연봉공시의 모범 사례로 꼽을수 있다.
지난해 증권사 전문경영인 연봉총액 1위를 기록한 유상호 한국투자증권 사장도 28억7700만원의 연봉 가운데 70%를 성과급으로 받았다.
연봉5억원 이상을 받은 10대증권사 14명의 전문경영인 연봉총액에서 성과급 비중은 평균 48.7%이다.
최현만 미래에셋대우 수석부회장의 작년 연봉에서 성과급은 8% 비중에 그쳤고, 조웅기 사장도 32%만 성과급으로 받았다. 같은회사의 김국용 부사장의 성과급 비중은 54.5%로 다소 높았지만 업계 평균을 크게 벗어나지 않는 수준이다.
현행 공시규정상 등기임원과 달리 미등기임원은 개별 연봉공개 대상이 아니지만 각 회사의 보수체계연차보고서를 통해 전반적 수준을 가늠할 수 있다.
10대 증권사의 전체 임원 연봉에서 성과급이 차지하는 비중은 평균 47.6%(모든 자료가 공개된 2016년 기준)이다. 등기임원과 미등기임원을 모두 포함한 수치인데 연봉 5억원 이상을 공개한 등기임원 평균(48.7%)과 크게 다르지 않다.
성과급 비중이 가장 높은 곳은 역시 메리츠종금증권으로 75.5%이며, 한국투자증권이 75.4%로 근접하게 뒤를 이었다. KB증권(60.1%), 신한금융투자(50.8%), 하나금융투자(47.8%), NH투자증권(47.8%)를 거쳐야 미래에셋대우가 나온다.
미래에셋대우는 합병전 미래에셋증권 기준으로 45.5%의 성과급 비중을 기록했다. 10개사 중 7위다. 합병전 미래에셋대우 임원들의 성과급 비중은 35.6%로 더 낮다. 합병후 첫해인 지난해에도 임원연봉 중 성과급 비중은 49.2%로 크게 바뀌지 않았다.
연봉에서 성과급이 차지하는 비중만 따져보면 미래에셋대우는 야성보다는 '무던함'에 가까운 셈이다.
박현주 회장은 미래에셋대우의 미등기임원이어서 아직까지 연봉공개 대상이 아니다. 박 회장은 스스로 본인의 연봉이 9억원 수준이라고 밝혀왔다.
오는 8월 반기보고서부터는 미등기임원이어도 회사내 보수총액 상위 5명에 들어가면 개별보수 내역을 공개한다. 박 회장의 정확한 연봉내역과 산출 근거도 공개될 것으로 보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