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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도진의 차알못 시승기]상남자의 소확행…'렉스턴 스포츠'

  • 2018.05.28(월) 08:14

큰 덩치에 짐칸 단 차가 부드러움에 가성비까지
'픽업트럭' 본질보다 '오픈형 SUV' 더 어울려

[성남~여주~남양주=윤도진 기자] 옆에 탄 아내에게 물었다. "우리 '코란도'가 처음에 이 만큼 부드러웠나?" 곧바로 돌아온 답은 "몰라. 기억 안 나." "…" 그렇다. 기억이 정확히 나진 않는데 이 정도는 아니었던 것 같다. 6년, 7만km를 탄 2012년식 코란도C의 현재 상태와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조용하고 진동도 적었다.
  
육중하고 선 굵은 외모가 주는 선입견이 오히려 부드러움을 돋보이게 했는지 모른다. 지난 19일 경기도 성남 분당에서 여주까지 왕복 160km, 다시 분당에서 남양주 덕소까지 왕복 70km 길 위에서 쌍용자동차의 픽업형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렉스턴 스포츠'를 몰아봤다.  

  
▲ 시승한 렉스턴 스포츠의 전면 모습 /윤도진 기자 spoon504@

 

첫인상은 쌍용차 옛 히트작 '무쏘'를 떠올리게 했다. 디자인 세부는 다르지만 묵직하면서도 강인한, 그러면서도 마냥 터프하지 않고 고급진 대형 SUV 같은 정면 모습이다. 요샛말로 '상남자' 랄까. 이 차를 타고 내릴 때는 면바지보다는 청바지, 재킷보다는 점퍼가 나을 거 같다는 생각도 언뜻 들었다.
  
뒤쪽도 투박한 '트럭' 같다는 생각이 전혀 들지 않았다. 라디에이터그릴(전면부 통풍구)에서 시작한 근육질이 숄더윙(어깨날개) 라인에서 데크렉을 거쳐 후면부 화물용 데크까지 자연스럽게 이어져 있어서일 듯하다.

 

그래서 픽업 트럭이라는 본질보다 '오픈형 SUV'라는 쌍용차의 포장이 더 어울린다고 느껴졌다. 한마디로 골프장에 끌고 가도 눈총 받지 않을 정도는 돼 보였다.

 

'오, 쌍용차인데도?' 시동을 걸었을 때 정숙함에 놀랐다. 탑재된 엔진은 'G4 렉스턴'과 같은 'e-XDi220 LET'. 최고출력 181ps/4000rpm, 최대토크(엔진 회전력이 가장 강할 때 힘) 40.8kg·m/1400~2800rpm이다. 엔진이 가진 힘을 생각하면 전면부 엔진룸에서부터 소음을 꼼꼼하게 잡은 기색이 역력했다.

 

▲ 도로위를 달리는 렉스턴 스포츠(사진: 쌍용차)

 

달릴 때도 조용하고 부드러웠다. 기본적으로 정상적인 아스팔트 위를 달릴 때는 노면에서 올라오는 소리가 거의 없었다. 다니면서 소음 때문에 동승자와 대화에 불편을 느낀 적이 없을 정도다. 속도방지턱 같은 둔턱을 넘을 때나 비포장도로를 지날 때 승차감도 딱딱하지 않았다. 이런 승차감도 부드럽다는 인상을 주는데 한몫했다.

 

시승차는 255/50R20 타이어에 20인치 스퍼터링 휠을 장착했는데 보기보다 운전대(스티어링 휠)도 조작도 가벼웠다. 차체가 큰 게 부담일 수는 있지만 여성이나 노령층 운전자도 충분히 다룰만 한 정도란 생각이 들었다.

 

신갈분기점(JC)에서 영동고속도로로 들어서면서 속도를 좀 내봤다. 프레임 타입(차대와 차체 분리형태)인 이 차는 공차중량이 2톤을 넘는다. 하지만 비교적 탄력있고 무난하게 가속이 이뤄졌다. 

 

차체가 높고 무거운 SUV여서 고속 주행 성능까지 기대하긴 어려웠다. 시속 100km에서 좀더 속도를 내면 '내가 너무 밟고 있나'하는 느낌이 올라온다. 하지만 속도는 기분 만큼 올라가지 않고 가속 때 경쾌함도 코란도C만 못했다. 그래도 과거 코란도C에서 느끼는 '변속 충격'은 없었다. 이 차엔 아이신(AISIN AW) 6단 자동변속기가 달렸다.

     

▲ 렉스턴 스포츠 운전석(사진: 쌍용차)

   

측면 후방거울(사이드미러)에 나타나는 측후방 경고표시, 주차 등 후진시 차체 360도를 비추는 어라운드 뷰 기능 등도 요긴했다. 디지털식 계기판(수퍼비전 클러스터)에 나타나는 내비게이션, 연비 등의 다양한 정보도 직관적으로 조작해 사용하기 쉬웠다.

 

통풍 시트까지 갖춘 운전석과 조수석은 널찍하고 편안했다. 뒷좌석도 다리를 놓는 공간은 충분해 성인이 앉기에도 불편은 없어보였다. 다만 뒷좌석 등받이가 젖혀지지 않는 건 아쉬운 부분. 잠깐은 몰라도 장시간 타고 다니기는 쉽지 않을 듯했다.

 

넉넉한 적재함은 캠핑, 낚시, 바이크나 자전거 라이딩 등 가족 단위로 어지간한 주말 외부 활동을 하기에 충분해 보였다. 다니면서 아무 실을 물건이 없는 게 아쉬울 정도였다. 데크 용량은 1011리터, 최대적재량은 400kg 이어서 오토바이도 실을 수 있다는 설명이다.

 

▲ 시승한 렉스턴 스포츠의 후측면 모습 /윤도진 기자 spoon504@

 

잠깐이긴 했지만 비포장도로나 길이 아닌 곳에서도 든든했다. 4륜구동 기능에 차동기어잠금장치(LD, Locking Differential)를 더해 일반 모델에 비해 등판능력은 5.6배, 견인능력(towing capacity)은 4배 가량 우수하다는 게 쌍용차 얘기다. 주행 평균 연비는 리터당 10.4km, 6년차 코란도C보다 1km 정도 덜 나왔다.
 
여러 성능을 배로 부각시키는 렉스턴 스포츠의 가장 큰 장점은 가격이다. 시승 차량은 최고 사양의 '노블레스' 모델이었는데 3058만원이다. 수입 중대형 SUV의 반값도 안된다. 사양을낮춘 모델은 2320만원부터 있다. 세금도 매력이다. 연간 자동차세가 2만8500원이고, 개인 사업자면 차값의 10%를 부가세 환급 받을 수 있다.

 

그래서 '소확행', '작지만 확실하게 실현 가능한 행복'이란 말이 떠올랐다. 실속있고 허세스럽지 않은 상남자 아빠가 가족들을 이끌고 주변 자연을 만끽하는 그림이 렉스턴 스포츠와 함께 그려진다. 그런 풍경 안이라면 이만한 차가 없지 싶다. 출고까지 석 달은 기다려야 할 정도라는 인기도 그래서인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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